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4060417077249879

 




MBC <장미와 콩나물>(1999)을 시작으로 15년에 걸쳐 <아줌마>(2000), JTBC <아내의 자격>(2012), <밀회>를 함께 해오셨는데, 두 분의 호흡은 어떠신가요? 
안판석
: 정 선생과는 세상을 보는 눈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껴요. 변했다면 아마 세월의 흐름 따라 동시에 변해 갔을 거예요. 심지어 어떤 신에 대한 얘기를 하며 각자 머릿속으로 공간과 인물의 움직임을 그릴 때도 같다고 봐요. <밀회>에서도 어느 회엔가 편집실에 와서 촬영분을 보신 정 선생이 “대본을 쓸 때 머리로 그린 것과 똑같다”고 하셨는데, 그러리라 믿어요. 

‘고결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함께 일하는 데 있어 능력만큼이나 성품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안판석
: 물론이죠. 정 선생은 아마 그렇게 말한 걸 알면 날 죽이려고 들 거예요. (웃음) 남에게 지나친 칭송을 받거나 자신이 밖으로 자꾸 드러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정 선생이 <장미와 콩나물>부터 <밀회>까지 작품에서 계속 놀려먹는 타입의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헛된 공명심을 가진 사람들이죠. 신문에서건 TV에서건 그런 사람의 행위를 포착하면 그걸 각인시켰다 글로 쓰는 사람이니, 본인이 그 지경에 있다고 상상만 해도 견디지 못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성품과 능력은 같이 가는 거라고 봐요. 


문자를 통해 사고하는 습관이 작품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시나요. 
안판석
 책을 읽는다는 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고를 단련하는 거예요.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기 위해 손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작가, 연출가는 책을 읽으며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거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은 머릿속으로 사고력을 단련해야 해요. 


그렇게 단련된 사고력이 실제 연출에 있어 어떻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안판: 텍스트를 볼 때, 예를 들어 <죄와 벌>이라면 책장을 넘겼을 때 라스콜리니코프가 하숙방에서 주인의 눈을 피해 내려오는 걸 머릿속에서 보거든요.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보고, 모든 감독이 다 다른 시선을 갖는데 그 시선을 가지고 카메라 앵글을 잡아 찍는 거예요. 자신의 시선이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을 나눠 쓴다면 비디오 보기보다 책 읽기를, 책 읽기보다는 생각하기를 더 하는 게 좋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내 진짜 직업은 ‘싱커(thinker)’인데 드라마는 그 과정에서 덤으로 나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감독님의 말씀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성품이 중요하다 말만 하는 것 뿐이 아니라 실제로 더불어 일하는 이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만큼의 동료의식,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와닿았다고 해야할까요.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밀회> 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다른 드라마와는 특수하게 달랐던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게 종편 방송국이라는 특수성과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구요. 

다른 드라마라고 해서 스태프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닐거란 말이죠.


어쨌든, 한국 예능계가 이런 감독님들로 넘쳐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 텐데요. 더불어 자부심도 함께 느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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