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3 10:28
- 스포일러는 없지만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 그게 뭐 의미가 있을지는...
- 스티브 카렐은 아내 줄리언 무어를 사랑하지만 아내는 케빈 베이컨과 바람을 피우고 이혼해달라고 합니다. 카렐의 13세 아들은 자기 집에 오는 베이비시터이자 아빠 친구 17세 딸을 사랑하지만 그 딸은 자기 아빠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구요. 잘 나가는 플레이보이 라이언 고슬링은 술집에서 만난 엠마 스톤을 꼬시려다 참으로 드물게 실패하는데 엠마 스톤에게 이미 지루하고 센스 없지만 마음은 착한(?) 남자 친구 조쉬 그로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 후 혼자 살며 몇 안 되는 친구에게도 버림 받고 빡친 스티브 카렐은 맨날 혼자 술집에 가서 바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며 주변의 모두에게 아내와 아내의 새 남자 친구 욕을 하다 라이언 고슬링의 눈에 띄어 '내가 널 매력적인 남자로 만들어주마!'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피나는 지출(...)과 교육 끝에 첫 헌팅 상대로 마리사 토메이를 만나게 되는데...
- 쟁쟁한 배우들의 이름이 눈에 확 띄는데... 이 정도 캐스팅에 이 정도 복잡한 인물 관계도라면 당연히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다 함께 얽혀 돌아가는 군상극스런 (그러니까 '숏컷'이나 '러브 액추얼리' 같은) 이야기를 짐작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스티브 카렐이 원탑 주인공이고 나머진 조연 내지는 단역이에요. 그나마 라이언 고슬링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그래도 막판의 취급을 보면 '주인공'이라고 우기긴 어렵구요. 몇몇 배우들은 거의 카메오급의 안습한 비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조쉬 그로반... 뭐 대단한 비중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뭐 한 시간이면 다 찍었을 분량인데다가 노래도 안 하더라구요. ㅋㅋ 옛날옛적 '앨리 맥빌'에선 그래도 에피소드 하나 주인공급 역할도 했었는데. 노래도 했었구요.
근데 뭐 이게 단점은 아닙니다. 스티브 카렐은 다들 아시다시피 좋은 코미디 배우이고 여기에서도 잘 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캐릭터들과 그 사연이 별로 특별히 개성적이거나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냥 스티브 카렐에게 집중해버린 게 잘 한 결정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은 '제게는' 좀 미스캐스팅입니다. 배우가 뭘 잘 못 하는 건 없는데, 그냥 천하의 바람둥이, 말만 걸면 여자들이 다 훅훅 넘어오는 마성의 남자 역할... 과는 이미지가 너무 안 맞지 않습니까. ㅋㅋㅋ 차라리 스티브 카렐의 멀쩡하게 생겨서 탁월하게 매력 없는 동네 아저씨 역할의 젊은 버전 같은 걸 했음 더 설득력 있고 재미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oldies님께서 이 영화를 제게 추천하시면서 '로맨스가 아니라 코미디로서 추천하는 거다!'라고 하셨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무슨 의민지 이해가 되더군요. 내용상 로맨틱(!)과 관련되는 부분들은 대체로 좀 엉성하고 성의가 없습니다. 아주 나쁜 건 아닌데, 다 조금씩 (가끔은 많이) 모자라요. 너무 뻔뻔스런 클리셰거나, 아님 신선함이 없거나요. 다들 아시다시피 로맨스물이란 건 워낙 흔해서 뭐 하나라도 차별화되고 신선한 장면이 있어야 느낌이 확 사는데 이 영화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대신에 그냥 코미디로서는 괜찮아요. 카렐이 워낙 잘 해주기도 하고, 또 설정부터가 되게 막장 아닙니까. 그 막장 설정에서 뽑아 먹을만한 아이디어들은 대체로 잘 건져내는 편입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좀 헐거운 느낌이라 이것도 되게 훌륭하진 않지만, 부분부분을 놓고 보면 꽤 웃기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어요.
- 결론을 내자면 뭐... 그냥 적당히 키득거리며 보기 좋은 킬링 타임용 코미디 영화입니다. 스티브 카렐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비중에 큰 기대를 하거나 로맨스물의 매력에 중점을 두거나 하지 말고 기대치를 적당히 낮추고 보면 괜찮아요.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닌 애매한 결론이지만 애초에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입니다. 나름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게 다 이유가 있었... (쿨럭;)
- 다 좋은데 스티브 카렐의 아들은 좀 너무 빌런이었습니다. 첫사랑에 빠진 13세의 주체할 수 없는 열정!!! 이라는 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첫 장면에서의 행동은 너무 나갔어요. 한 번 그렇게 불편해지고 나니 끝까지 내내 불편하더라구요. 이야기의 마무리도 영 거시기했구요. =ㅅ=
- 베이비시터의 아빠 역할 배우 얼굴이 낯익어서 검색해보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중 '프릭쇼' 시즌에서 살인마로 나왔던 양반이더군요. 왠지 보는 내내 그 사람 얼굴 잡힐 때마다 괴상한 기분이 들더라니...
'드래그 미 투 헬'에서 주인공 인생 망쳐 놓는 동양인 남자 배우도 잠깐 나옵니다. 한 5초 정도? ㅋㅋ 미드나 영화 보다 보면 엄청 자주 나오는데 대부분 형사역이고 비중은 작아요. 박리다매로 생존 중이신 듯... 한데 뭐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 같아요.
2019.11.13 13:43
2019.11.13 14:03
2019.11.13 14:04
맞다 드라이브 좋았죠 ㅋㅋㅋ
2019.11.13 16:02
2019.11.13 14:06
고슬링은 샌드라 블록과 나온 <머더 바이 넘버>에서도 좋았었죠.
2019.11.13 16:04
2019.11.13 16:37
나름 아역 배우 출신이죠. 그 영화에서 뜨고 몇 년 후에 <Half Nelson>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저는 <머더 바이 넘버>에서 고슬링을 딱 각인하게 되었는데요.
2019.11.14 14:44
몇년 지났지만 저도 이 영화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제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정도! 대단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보면서 헛웃음 나오는 장면과 예상보다 키득 댈수 있는 꺼리가 많아서 주변에 추천을 많이 해 줬고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로이배티님께선 주인공 아들 배역이 별로 였다고 하시지만 캐릭터와 별개로 배우가 너무 찰떡같이 연기를 잘해서 그저 마냥 좋았습니다. 특히 엄마의 불륜 상대인 케빈 베이컨이 친한 척을 해대자 경계심을 숨기지 않으며 의자 키를 높히는 장면이 너무 귀여웠어요. 마지막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겉멋 들린 목소리와 표정도 너무 멋졌고~반면 라이언 고슬링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글을 읽으며 아! 그런 배역이 있었지~정도만 떠오르네요! 다만, 그 안마 의자만은 절대 안잊혀지네요!
2019.11.14 19:12
본 영화는 안 봐서 모르겠으나 라이언 고슬링은 정말 블레이드러너2나 퍼스트맨 같은데서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전 라라랜드에서 고슬링이 별로였는데 뭔가 눈이 죽어있는 것 같고 뻣뻣한 로봇이 대충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