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입소문 타고 있는 영화 <경계선>을 봤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영화라느니, 세상에 없던 섹스씬이라느니 호들갑들 많은데 그정돈 아니고요, 

확실히 유니크한 영화이긴 합니다. 다만 그 유니크함을 각자 어디에서 느끼느냐가 조금씩 다르리라 예측되는 게 이 작품의 재미있는 점 같아요.

계급담론으로 안타깝게도 <조커>와 엮였던 <기생충>처럼 계급 문제를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섹스-젠더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트랜스젠더 이야기까지 하던데 음 그건 좀 아닌것 같고요 

나와 타자의 이야기로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타등등 블라블라..


네 경계선이란 제목은 직설적이지만 주효합니다. 

보고 나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고, 남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작품입니다.


근데 솔직히 이 이야기의 밀도나 깊이에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이 영화가 세간에서 떠드는 대로 엄청나게 독특하다거나, 기괴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요. 평이하고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인터넷을 뒤져보니까 역시 유럽의 트롤 구전설화(?) 같은 데서는 트롤들이 인간의 아이를 몰래 빼와서 트롤의 아이와 바꿔치기한다는 

그런 얘기들이 있다고 합니다. 보면서도 뭔가 이건 유럽인들이 이해하기 쉬울법한 설정들 아닐까 했는데 역시 그런 부분이 있었네요.


조금 특이하다면 뭐 두 주인공의 '외모' 이슈인데... 기괴한 크리쳐가 나오는 영화나 <스타워즈>같은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전 걍 별 느낌 없었어요. 제가 외모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잘난척 하는게 아니라, 그 지점을 빼고도 이 영화만의 정말 독창적인 무언가가 빛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의문이 든다는 거죠.

외려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이 영화-감독의 재미난 시선과 독창적인 미감, 분위기가 훌륭한 영화로 봤습니다.


아 음악과 음향들의 쓰임도 아주 좋았어요. 최근 제가 좋아하지 않는 영화음악 트렌드라면 앰비언스 가득하거나 

불길한 선율로 영화 전체를 떡칠해서 없던 긴장감이나 공포, 분위기를 강요하는 것인데.. 이 영화의 음향들은 볼륨도 적절하고, 

나올 곳과 비울 곳을 적절히 안배해서 영화를 훌륭하게 보조하고 완성합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볼만하고,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 봤습니다. 감독 알리 아바시는 

이란에서 태어나 인생 대부분을 유럽 각지에서 보낸 것 같던데, 그런 개인의 정체감이 이 서사에 끼친 영향도 아마 있겠지요.


다만, 어떤 작가들은 인상에 남을 초기작 이후로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작품이 아마 2번째 작품인 것으로 보이는 알리 아바시 감독은 기대를 걸고 지켜볼 만한 이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목 <Gräns>의 번역은 경계'선'보단 경계가 나았을 것 같아요. '선'이라는 것으로 재단될 성질의 서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흥행을 노린 영화도 아니고 볼 사람들만 찾아보는 영화일텐데,  '분계'나 '변경'이 더 들어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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