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2 14:33
단체관람으로 국제시장을 봤습니다. 보기 싫었는데.. 억지로 끌려가서 봤어요. 보기싫었던 이유야 일단 슬플게 뻔하고 뻔할게 뻔한 영화라서 였습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극찬하셨다고 하니 더 보기가 싫더라구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매우 보편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듀나님 평에 따르자면 " 더 큰 문제는 덕수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라고 하셨던데 매우 적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시작부터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비부터.. 급작스레 툭하고 내던지는 결말까지 영화는 그냥 한 시대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온 평범한 가장,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는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아무런 사상도 정치도 알력이나 고민도 있을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먹고 사느라 쌔가 빠지게 고생한 한 남자가 있을 뿐이었어요.
그럼 이게 도대체 영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예술적인 성취를 했는가?? 글쎄요. 그런거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영화 보는 내내 울컥울컥했고 많은 눈물을 흘렸고 영화관 나오면서 잊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느낀거라곤.. 우리 세대와 윗세대, 그리고 아래 세대들의 갈등이라던가 불화가 어디서 유래했는가 정도를 깨달았을뿐이지요.
실질적으로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통찰할 수 있는거라곤 자신과 가족, 주위의 환경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려지는 대상이 이순신급의 위인이 아닌 이상 필부의 삶이란건 고작 반경 수십킬로미터 안에 갇혀있죠. 그런 면에서 국제시장의 주인공에게 역사적 인식이나 사회적 격변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하루하루 식구들 벌어먹고 살게 했으면 그 사람은 책무를 다한 겁니다.
역시나 단체 관람으로 봐야했던 명량에 비해 국제시장이 더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뭔가를 강요하지는 않거든요. 많이들 이야기하는 애국가 장면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야했던 사람들의 어처구니없음이 느껴지지.. 애국 애족해야겠다는 충성심이 솟구치지 않습니다. 대단히 희극적이예요.
무관심도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제시장을 현실에 침묵하는 보수적인 색깔의 영화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그런 평가를 하려면 영화를 일단은 보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제균의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나온 영화중에 국제시장은 이정도면 그럭저럭 균형잡힌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더 잘만들수도 있었겠지만 더 나쁠수도 있었던 영화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는 영화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느낀 감상과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영화를 보실 우리 아버지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요. 그런 영화였습니다.
2015.01.02 14:38
2015.01.05 10:52
영화의 완성도라.. 당연히 걸작이라는 생각은 없었구요. 이정도면.. 볼만은 하네 정도였습니다.
2015.01.02 14:39
말이 많은 애국가 장면도 비판, 혹은 적어도 중립의 뉘앙스를 깔고 있는 장면 같고요.
비슷한 애국가 장면이 변호인에서도 나왔는데 그때와는 다른 지금 상황도 흥미롭습니다.
2015.01.02 18:20
애국가 장면이 이름 말하기 싫은 그 분 처럼 애국심 차원에서 넣어진 거라면 그야 말로 일제시대 군국주의 선전선동영화와 다를게 없는데 그 분은 그 장면을 그렇게 이해 했다는 것에서 감성이 일본육사 아버지 감성까지 모방하고 있던지 아니면 서*대 교양수업 교수들은 저 분을 데려다가 A/S라도 해서 사회에 풀어놔야 한다고 봅니다. 혹은 감독이 최고 존엄도 이해 못하는 영화를 만들어 놨다고 밖에 볼 수 없고요.
화려한 휴가의 애국가 장면, 꽃잎의 국기 하강식 장면, 변호인의 애국가 장면처럼 해야 체제선전영화라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텐데 감독도 설마 이걸 그 따위생각을 가지고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2015.01.05 10:54
감독은 가장 건조하게 그 시대의 현실을 그려내려고 한 것 같은데 이게 굉장히 희극적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이걸 애국심 고취라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그 해석자가 엄청 바보거나 아니면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중2병 환자거나 둘중 하나겠지요.
2015.01.02 14:42
좋은 감상이네요.
보고 싶은데, 제가 갑자기 눈물이 많아져서 피하고 있어요.
2015.01.05 10:54
그러게요.자발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나이드니 호르몬 탓인지 눈물이 흔하네요.
2015.01.02 15:00
저는 괜찮케 봤어요. 어쩌면 예고편만 보고 저도 '토나온다'고 생각했다가 막상 보니까 거슬리는 장면이 없어서 그랬을수도 있겠지만요. 이 영화를 둘러싼 각종 잡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서로 참호를 파 놓고 중립지역에 뭔가 나타났다 싶으면 서로 기관총을 갈겨대던 1차대전의 지루한 참호전이 생각납니다. 그정도로 지금 이 나라는 양쪽이 극한 대립중이라 뭔가 신경을 긁을만 한게 있으면 불이 붙는거같네요....
2015.01.05 10:56
결국 국제시장은 어부지리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영리하게 만든 영화.
2015.01.02 19:19
일반적인 부산 토박이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살 수 있겠지만, 흥남 철수로 실향민이 된 주인공이기에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소재라 봅니다.
어릴 적에 "나 빨갱이 아니다!"라고 외쳤던 소년인데, 큰 뒤에도 북쪽 출신이라 차별받으면서 조그마한 레드 컴플렉스 쯤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2015.01.05 10:56
가능한 해석이죠.
2015.01.03 13:09
2015.01.05 10:57
현실이 시궁창이라는 말이긴 하지요.
2015.01.04 19:40
저는 괜찮게 봤어요. 더 잘만들 수 있었지만 더 나쁠 수도 충분히 있었다는 데에 동감입니다. 저는 그저 기록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어요.
2015.01.05 10:57
그러게요. 건조한 기록 영화 정도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사실 관람한 분들중 많은 분들의 평가는 정치성향을 떠나서 영화의 완성도 자체가 충분치 않다.. 더군요.
반대로 생각하면, 국내 영화시장에서는 영화의 완성도는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매력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확신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