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3 12:43
일부 의사들에게 가끔, 진찰 중에 반말 들을 때가 있어요.
제 나이 31세... 물론 동안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죄송;), 진찰 중에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반말을 해요.
"음... 환자분 이런 경우는 평소 관리가 중요해요. 심해지면, 수술 해야 할 수도 있어(대화 중간부터 반말이 시작됩니다).
일단 오늘은 주사만 맞죠(또 갑자기 존대를 하십니다). 간호사 따라가서 주사 맞고~ 약 잘 먹고~ 응~(마무리는 반말)"
대부분의 경우는 아니지만, 중간부터 반말을 들을 때도 있고, 처음부터 다짜고짜 반말을 들을 때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의사도 서비스직종이고, 엄연히 환자가 갑인데, 의사라는 (진찰실에서)절대적인 위치가 가끔 이런 경우를 불러오는것 같아요.
타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일을 저만 겪은 건 아닌것 같고...ㅎ
또 대화 중간에 반말을 섞는 사람을 종종 만날 때가 있어요.
전 고객과 1대 1로 길면 2시간, 짧으면 20분 정도 응대해야 하는 업종의 일을 하고 있는데, 가끔 4~50대 주부들이 응대 중에 저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초면인 매장 직원에게 반드시 존대를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객과 직원 사이에는 일반적인 예의라는게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 아버지와 주유소에 들렀을 때 주유소 직원에게 "5만원어치 넣어줘" 라고 하시는걸 보고,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직원에게는 존대를 해야 하는게 커먼센스라고 본다"고
조언해 드렸는데, 아버지가 곧장 수긍하시면서 바로 태도를 바꾸셨거든요.
그래서 "그래 한번 추천해줘봐~ 아니야 이건 별로야. 그래 저거 보여줘" 이런 고객에게는 저도 진짜 100퍼센트 서비스 해주기 싫어질 때가 있네요. 흠.
또 저와 동년배 젊은 여성들이 "응, 응" 하는 것도 싫어요(글이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네요...;). 어쩌다 보니 여성들에 국한된 사례가 두개나 나왔는데
사실 대화 도중 "응, 응" 하는 것은 여성분들에게서만 본 것 같네요. 사실 이런 경우는 그냥 잘못된 걸 모른다기보다는 반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엄연히 "응"은 반말이고, 이런 경우 "네" 라고 맞장구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내용들이 뭐... 사회적으로 딱 정해진 규율 같은 것은 아니니까 저도 면전에서 싫은 소리는 하지 못합니다만,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는 저도 모르게 의사쌤한테 "근데 왜 반말하세요" 라고 해 버렸네요.
돌아서서 나오는데 약간 뻘쭘... 의사선생님도 적잖이 당황하셨어요. 그래도 다음부터 저한테 반말은 안 하시겠죠. 제 얼굴 확실히 기억하셨을 것 같아요;;;
2014.03.03 12:53
2014.03.03 12:55
반말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얼마전에도 들어오자마자 어디어디가 아픈데 이렇게 해줘 이러는데 참 기분 상쾌하더군요.
2014.03.03 13:05
친하지도 않은데 후임이 응응 이러는 거 정말 싫습니다.
2014.03.03 13:07
이렇게 한번 쳐다봐 주면 의사선생님이 반말 안할거예요.
2014.03.03 13:12
2014.03.03 13:28
의사가 갑이라서 그렇죠. 나이 많은 환자한테도 주로 여자 할머니한테 반말하고 그래요. 우리동네 소아과 내과의사님은 다행히 존댓말로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그래서 손님도 많은걸로 알아요.
우리나라 어떻게 보면 골때리는 사회 같아요. 대학생놈들이 1년 선배라고 존댓말 요구하고 반말로 찍찍하는데 저런 사람들이 있다는건 존댓말 반말의 역학관계가 장유유서 같은게 아니라 조선시대 양반상놈의 계급의식의 확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4.03.03 13:53
아울러 학생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반말하는 교수/강사들도 별로입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도 예의를 갖추던데 말이죠.
2014.03.03 14:04
으, 저도 다짜고짜 반말 하는 사람들 싫습니다. 제 쪽이 확실히 아래(나이든, 갑을관계든)라고 생각하고 반말 하는 사람들도 싫고, 딱히 위아래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평소 언어 습관이 반말 섞어 하는 스타일이라 자연스럽게 그러는 사람들도 대화하기 껄끄러워요. 그런데 사회 생활 하다보면 또래나 아랫사람뿐 아니라 심지어 윗사람에게까지 적당히 애교스럽게(이 부분이 포인트일지도?) 반말 섞어 쓰는 사람들이 조직과 쉽게 친화되고 환영받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면서 나만 이렇게 예민한가, 반말 안 쓰는(+못 쓰는) 내가 바보인가 싶어질 때도 있더라고요, 휴.
2014.03.03 14:06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예의는 존중하지만 권위적인 건 싫어해서 대학 때 선배들에겐 일부러 '공손'하지 않았고 , 후배들에겐 존댓말을 사용했었죠. 결과는 두 그룹 모두에서 싫어하더라고요. 선배들은 거만해보인다고, 후배들은 부담스럽다고. 이 현상은 군대에서 정확히 반복되더군요. 선임들에겐 (군기)빠졌다고, 후임들에겐 만만하다고. 결국 시스템은 어떻게든 유지되는 것 같아요. 거기서 벗어나면 '일단 손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으니까...
2014.03.03 14:24
사람들이 모두 내맘같지 않은거죠. 현 시스템을 거부하면 나만힘든게 한국사회라는걸 깨닫습니다.
2014.03.03 14:26
선후배를 다르게 할 이유는 없는 거같아요.
2014.03.03 14:27
네,물론이죠! 선후배를 다르게 대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 보기에 정말 다른 거 였을테니까요.
2014.03.03 15:10
저 반말 섞는 것이 그냥 말을 잇다보니 반말처럼 연결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물론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지만요. 정말이지 왜 존댓말과 반말을 나눠논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둘 중에 하나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요. (저는 존댓말을 선호하지만요.) 굳이 존댓말이나 반말을 나누지 않더라도 어휘나 어조등으로 충분히 높낮음을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요.
2014.03.03 16:56
저도 그런 게 정말 싫어요. 글쓴분처럼 했을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참을 때가 많네요.
근데 이렇게 말하면 좀 뜬금 없지만, 이 글 보고 위안 받았답니다. ^^; 감사해요!
2014.03.06 09:05
서천석 선생님 떠오르네요. 응~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