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어요.



 -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는 중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일라이'라는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가족 구성은 본인 외 엄마, 아빠로 끝. 몇 년 전에 발병한 면역 체계 어쩌고 저쩌고 때문에 집 밖으로, 정확히는 집 안의 무균실 밖으로 못 나가요. 부모들은 어떻게든 이 녀석을 고쳐주고픈 맘에 전재산을 탈탈 털어 '기적을 만들어낸다'며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어떤 사설 의료 기관으로 데리고 가는데 불행히도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입니다. 

 당연히 그 곳엔 수시로 유령 같은 것들이 출몰하고 의료진은 계속해서 뭔가 수상한 것을 일라이에게 주사하며 환각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갱님에게 '그게 몸이 나으려고 그러는 거에요. 명현 현상 들어보셨음?' 같은 소리나 해대구요. 그 와중에 '기묘한 이야기'의 매드맥스양이 자꾸만 건물 앞으로 찾아와 유리창에 돌을 던져대며 남몰래 이러쿵 저러쿵 수상한 정보를 건네주는데 당연히 그 분도 어딘가 모르게 수상쩍고...



 - 새로울 것 하나 없고 개성적일 것 하나 없는 설정으로 시작해서 우직하게 뻔한 길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관객들을 방심하고 편안한 맘으로 구경하게 만들다가 막판에 슬쩍 다리를 걸어 자빠뜨려 놓고 으시대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초장부터 거의 짐작이 가능하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작가 본인이 아닌 이상에야 짐작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짐작이 어렵도록 이야기가 되게 잘 짜여져있다기 보단 그냥 처음부터 그럴 의도로 짜 놓은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애초에 페어플레이하는 추리극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요. 하지만 또 진상을 알고 보면 런닝타임 내내 보여지던 등장인물들의 수상쩍은 행동들과 사건들이 한 방에 다 정리가 되죠. 그러니까 어쨌거나 깜짝쑈의 측면에서 괜찮은 각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반면에 역시 각본 면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초반에 보면 주인공 어린이의 고통과 서로 의지하는 가족간의 정 같은 걸 꽤 진지하게 풀어놓고 그게 나쁘지 않았단 말이죠. 그런데 이걸 후반까지 전개의 동력으로만 써먹고 결말에서... 흠. 끝까지 밀고 나가서 좀 더 울림 있는 결말을 만들어낼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방법을 물론 저는 모릅니다. 제가 그걸 알면 직접 작가해서 큰 돈을!!!)

 그리고 주인공 일라이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얄팍... 하다고 따질 수도 없을만큼 캐릭터 묘사 자체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어차피 주변에 믿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처지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이니 이해는 합니다만.



 - 계속 '마지막 진상'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그걸 빼고 봐도 전체적으로 꽤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일단 주인공의 처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초반에는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잘 짜 놨구요. 애초에 병든 어린애라는 치트키를 들고 있긴 하지만

 큰 야심 없이 짤막짤막하게 던져지는 호러(혹은 '깜짝')씬들은 특별할 건 없어도 꽤 효율적입니다.

 조금 안 좋은 의미로 B급스러운 결말 때문에 크게 칭찬해줄 생각까진 안 들지만 애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B급 호러에 뭐 대단한 걸 바랄 필요 있겠습니까.

 나름 자신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이것저것 많이 고민해가며 뽑아낸 정성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고 저는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한 마디로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즐길 킬링타임용 B급 호러로서 나쁘지 않아요. 호러 팬들이라면 반가워할만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결말은 영 별로입니다. ㅋㅋㅋ '진상' 말고 그게 다 밝혀지고 클라이막스가 지나간 후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게 영 무성의하고 구려요.



 - 위에도 적었듯이 '기묘한 이야기'의 맥스 역으로 유명해진 세이디 싱크가 출연합니다. 출연은 합니다. 아니 뭐 출연 분량도, 내용상 비중도 그렇게 적은 건 아닌데, 보다보면 참 영화 한 편 날로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겨요. 연기랄 게 거의 필요가 없는 역할이어서요. ㅋㅋㅋ 그냥 적은 예산으로 요즘 잘 나가는 스타 한 명은 넣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은. 꼭 무슨 '기묘한 이야기' 캐릭터가 그 시설 옆으로 이사와서 살고 있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 릴리 테일러는 가끔 볼 때마다 1.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나왔네? 2. 리버 피닉스... 이런 단계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근데 검색을 해보니 일단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헷갈리는 건 확실히 저만 그런 것 같군요(...)



 - 다 보고 나면 그 시설의 보안이 지나치게 허술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뭐 원활하고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었겠습니다만. 그래도 좀 심하던.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60
110476 겨울왕국2 후기 안올라오나요 ^^ [3] 미시레도라 2019.11.23 581
110475 지소미아는 파기되어야 하는가? [14] 타락씨 2019.11.23 950
110474 '젊음'에게서 배우다 [13] 어디로갈까 2019.11.23 859
110473 [한국영화100년 더클래식] 우묵배미의 사랑 [5] underground 2019.11.23 572
110472 올드팝 많이 아시는 분 이노래 커버한 영어 노래는 무엇일까요 [8] 가끔영화 2019.11.22 633
110471 저만 그런가요? 그냥 메뉴나 글을 클릭했는데 [15] 예정수 2019.11.22 960
110470 아,,,진짜,,,,(오늘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자) [6] 왜냐하면 2019.11.22 1145
110469 오늘의 영화 전단지 (스압) [2] 스누피커피 2019.11.22 320
110468 이런저런 일기...(불면증, 양자) [2] 안유미 2019.11.22 491
110467 (바낭)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간단 후기 [2] 보들이 2019.11.22 686
110466 닭과 달걀, 더 나은 미래, 멜랑콜리아 [8] 타락씨 2019.11.22 774
110465 청룡영화제 시작했네요. [11] 동글이배 2019.11.21 900
110464 <거인>의 제목과 포스터 [2] Sonny 2019.11.21 504
110463 (스포주의?) 동백꽃 필무렵 어제편 장면과 비슷한 영화 [18] 쇠부엉이 2019.11.21 1073
110462 오늘의 영화 전단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2] 스누피커피 2019.11.21 376
110461 좀 닮은 것 같아요. [4] 왜냐하면 2019.11.21 558
110460 다알리아 사진 모음 [6] 젤리야 2019.11.21 622
110459 오늘의 영화 자료 [1] 스누피커피 2019.11.21 254
110458 황교안씨는 핵심 측근에게 속고 있는 것 같아요. [21] 가라 2019.11.21 1662
110457 존버닥터, '내가 손주가 있을까요' [6] 겨자 2019.11.21 10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