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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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마치 딸래미가 악마의 자식이라도 되는 것 같...)



 - 잘 나가는 화가 데이빗씨는... 그냥 아주 나쁜 놈입니다. ㅋㅋㅋ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쁜 딸이 있지만 인생 고마운 줄 모르고 맨날 바람 피우고 다니며 자식에게도 별 신경을 안 써요. 영화가 시작되는 그 날도 '오늘은 좀 놀아달라'는 딸을 개무시하고 상큼하게 집을 나가 애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라랄라 집에 돌아왔는데... 혼자 놀던 딸이 수영장에 빠져 죽어 있습니다. 후회해 봐야 때는 늦었죠. 그러고 5년이 흘렀고, 바람 피운 것도 들켰고 아내에겐 이혼 당했고 죄책감과 미련 때문에 커리어도 망가진 듯 하고 뭐뭐... 해서 고통 받다가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하는데 절친이 나타나 구하는 바람에 죽지도 못 했어요. 


 그러고 회한에 차서 눈 내리는 길을 걷다가 문득 매우 부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파란 나비를 발견하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더니 아주 쌩뚱맞은 곳에 '여기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문짝이 있고, 거기로 들어가니... 어라. 딱 5년 전의 이 동네입니다! 당연히 우다다 달려가서 딸부터 구해요. 그러고 흐뭇하게 집에 있는데 아차, 5년 전에 바람 피우고 귀가했던 나 자신이 자길 보고 도둑인 줄 알고 달려드네요. 얼떨결에 몸싸움을 벌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년 전의 나를 죽이게 되구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 김에... 하고 자기 시체를 앞뜰에 감춘 후 염색하고 머리, 수염 자르고 5년 전의 자신 행세를 하며 '두 번째 기회'를 즐기는 데이빗입니다만. 일이 그렇게 잘 풀릴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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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굳이 딸이 죽지 않아도 인생 파산 직전의 상태인 걸로 나오긴 합니다. 외도하고 다니는 거 아내도 다 알고, 딸은 아빠에게 섭섭함 뿐이고...)



 - 괴엥장히 주인공 편하라는 설정이죠. ㅋㅋㅋ 이게 말이 됩니까. 말이 되게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하구요.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 타이밍이 하필 그렇게 정교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니 이쯤 되면 신의 개입이라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는데... 이런 경우엔 보통 두 가지 이야기가 있잖아요. 하나는 어떻게든 이걸 설명해 보려고 애를 쓰면서 그 진상으로 재미를 주는 것.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이 재료로 재밌게 해 드릴테니 무리수 설정은 눈 감아주세요'라는 것이요. 그리고 이 영화는 두 번째에 속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즐길 것. 이게 가능한 분들만 보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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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쨌든 세컨드 찬스!!! 환타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우월한 특권!!!)



 - 그래서 눈 질끈 감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눈감아주고 나면... 기대보다 꽤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작가 편할대로 대충 지어낸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는 사실은 끝까지 변함이 없지만 어쨌든 그 안에서 이것저것 이야기 거리를 뽑아내려고 아주 성실하게 노력하거든요. 5년 전의 자신인 척을 하면서 들키지 않으려는 데이빗의 고단한 일상에서는 살짝 '리플리'스런 재미를 얻을 수 있구요. 그러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새 삶을 살려고 애 쓰는 모습을 보면서 애잔한 톤의 소원 성취 드라마의 재미도 좀 맛보고. 또 이야기가 전개되며 등장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자 & 대놓고 진상을 알고 있는 자... 등등을 상대하는 부분에선 스릴러 재미도 있구요. 그러다가 이야기 후반으로 가면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확장해서 상황을 마구 꼬아가는데 그 또한 '어익후 이걸 어째 ㅋㅋㅋ' 라고 생각하며 즐길만 합니다. 덧붙여서 이 모든 아이디어를 다 던진 후엔 나름 가능한 선에서 깔끔하게, 논리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나 꽤 준수한 마무리도 보여줘요. 그러니까 생각보다 탄탄하게 잘 만든 소품... 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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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 설정이 빠져 나갈 수 없는 플롯 상 결함이죠. 아니 왜 주인공에게 저렇게 딱 타이밍 좋게 기적이 일어나는가. 종교에 귀의해버리기 전엔 설명이 불가능한... ㅋㅋㅋ)



 - 이게 다 어디까지나 '환상특급 에피소드 같아!' 라는 기분으로 즐길 때만 가능한 것이구요. 극장용 영화 한 편의 이야기... 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ㅋㅋㅋ 계속 말했듯이 기본 설정이 너무 편의적이구요. 그렇게 편의적인 설정을 갖고 아이디어 가지 치기를 해나가다 보니 클라이막스 즈음의 어떤 전개는 또 하나의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덧붙여서... 캐릭터들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습들도 종종 '작가 편할 대로' 입니다. ㅋㅋ 아니 저 상황에서 왜 저런 짓을 한대? 아니 근데 쟤네들 다 저렇게 극단적으로 구는 이유가 뭐야?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아? 라는 생각을 몇 번은 하면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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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뭐 과거로 돌아가 복권으로 부자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때문에 죽은 자식 살리고 상처 받은 가족들 회복하고 겸사겸사 본인도 행복해지겠다는 이야기이니 야박하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 결국 대략 50분짜리 정도의 환상특급 에피소드로 만났을 때 최고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류의 이야기였습니다. 시간도 짧고, 또 어차피 우리가 환상특급에서 바라는 게 논리적이고 깔끔한 이야기 같은 게 아니잖아요? ㅋㅋ

 하지만 나름 성실하게 노력해서 90분 넘는 런닝 타임을 심심하거나 늘어지는 부분 없이 빼곡하게 채워 넣은 건 칭찬 받을만 하구요. 또 그 구멍 투성이 설정을 매즈 미켈슨을 비롯해서 주연급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드라마로 열심히 땜빵을 해 줍니다. 그게 대체로 먹히구요.

 그러니 환상특급 매니아 분들, 매즈 미켈슨에게 호감이 있으면서 이런 소품 환타지물들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구요. 저는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잘 봤습니다. 끝이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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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익후 잘 생긴 매즈 미켈슨이 한 번에 두 명이나!! 라는 장면은 아주 짧으니 그런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ㅋㅋ)




 + 이런 류의 이야기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엔딩 그 자체론 깔끔하기 한데, 암전 되고 크레딧 올라가는 바로 그 순간 이후에 남겨진 자들의 삶은 대체 어찌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엔딩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좀 눈속임 마무리인 거죠. 남겨진 자들의 이후 삶이 절대로 엔딩 장면 분위기와 같을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 영화 연도를 신경 안 쓰고 봤는데 2009년이라니 어익후. 15년 전 영화인데 매즈 미켈슨이 젊어 보이려고 염색을 하는 장면이 나오더란 말이죠. 그래서 확인해 보니 이 분이 무려 65년생이고 영화 나올 당시 나이가 이미 40대 중반이었군요. 그리고 올해로 (옛날 한국식 나이로) 60살!!!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자기 자신 행세(?)를 하는 데이빗입니다만. 일단 문제는 딸이 자기가 자기를 처리하는 장면을 힐끔 봐 버렸어요. 워낙 괴상한 장면이라 바로 뭐라 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멀리하고. 자꾸 그 장면 이야기를 합니다. 게다가 시체를 집 앞마당에 묻어놨으니 이후로 시체가 노출될 뻔한 상황도 몇 번 벌어지구요. 하지만 어쨌든 '세컨드 찬스!!!'에 대한 간절함으로 아내에게는 과거를 뉘우치는 로맨틱 남편, 딸에게는 이해심 많고 사랑 넘치는 딸바보 아빠. 뭐 이렇게 열심히 살아요. 그러다가 결국 아내와 딸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데...


 드디어 행복이 찾아온 그 순간, 본인 생일 파티 날에 문제가 생깁니다. 딸이 또 태연하게 자기가 자기를 죽이는 그림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그걸 절친이 봤어요. 근데 바로 얼마 전에 술에 취해서 그 양반에게 그 얘길 털어놨었거든요. 당연히 이 놈이 취해서 뻘소리 한다... 고 생각했던 친구가 딸의 그림을 보고 진지하게 의심을 하게 되고. 앞마당에서 폭우 때문에 드러난 데이빗의 시신을 보게 되구요. 헐레벌떡 쫓아가서 "내가 다 해명할 게!" 라고 외치지만 이 미친 살인자놈아 넌 대체 누구야!!! 라며 화를 내는 절친을... 갑자기 나타난 옆집 진상 아저씨가 죽여 버립니다. 그러고 바로 시신 유기까지 지시하는데요.


 알고 보니 옆집 아저씨 역시 데이빗처럼 터널을 통과해 온 사람이었던 겁니다. 다만 이 사람은 꽤 악질적인 범죄자라서, 주저 없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며, 5년 후의 지식을 활용해 편하게 돈 벌며 살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 아저씨로 인해 알게 되는 새로운 정보. 데이빗과 아저씨 말고도 그렇게 터널 통과해 온 사람이 이미 이 마을에 수도 없이 많고. 자기는 그 사람들의 적응을 돕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어쨌든 (비록 악한이지만) 그 아저씨의 도움 덕에 친구는 대충 사라진 걸로 잘 덮었고. 아내와 딸에게도 다시 한 번 뜨거운 사랑 공격!! 으로 인정을 받고. 이제 정말 다 잘 되려나 싶은 순간에 아내가 못 볼 걸 봐 버립니다. 분명 이웃 부부가 자기 딸을 하루 봐 준다며 데려갔는데, 잠시 후에 그 부부가 전혀 다른 차림새를 하고 엉뚱한 데서 보인단 말이죠. 그래서 이 양반들이 애는 안 봐주고?? 하고 후다닥 따라갔다가... 5년 후에서 온 그 부부가 현재의 부부를 죽이는 장면을 봐 버린 거죠.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고 어쩌고 난리가 나구요. 당연히 경찰은 아내를 안 믿어주지만 아내는 자신이 본 걸 확신해서 굽히질 않고. 그러는 엄마를 본 딸래미가 무심 시크하게 아빠 얘길 해 버립니다. 우리 아빠도 같아. 진짜 아빠는 아주 멀리 갔고 지금 아빠는 새로 온 아빠야. 하지만 난 지금 아빠가 더 좋아... 


 딸에게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본 것에 확신을 갖게 된 아내는 데이빗을 거부하고 쫓아내는데요. 그때 데이빗은 더 환장할 상황에 빠집니다. 5년 후의 아내가 터널을 통과해 와서, 하필 또 옆집 아저씨와 먼저 만나서 설명을 듣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요. ㅋㅋㅋ 사실 이 아내 입장에선 먼저 죽은 딸이 너무나 보고 싶었고. 그래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딸과 함께 살고 싶다고까지 말 하네요. 그 말을 듣고 콧노래를 부르며 권총을 꺼내드는 아저씨를 보고 기겁한 데이빗은 "꼭 그래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며 권총을 들고 나서고. 아저씨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나설 거야." 라며 겁을 주고요.


 하지만 당연히, 개과천선한 데이빗이 죄 없는 아내를 죽일 리가 있겠습니까. 아까 옆집 부부 때문에 출동했던 경찰들 앞에서 차를 몰고 도주를 시도하구요. 그걸 보고 경찰도 당황해서 쫓고, 뭣보다 옆집 아저씨가 총을 들고 뛰쳐나와서 난리를 쳐요. 그런데 당연히도 그 차 안에 아내와 딸은 없었고, 데이빗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터널을 통해 5년 후로 돌아가겠다는 작전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금방 이를 눈치 챈 아저씨와 미래의 아내가 그들을 가로 막는데... 일단 미래의 아내는 살아 있는 딸을 보고 통곡을 하며 끌어 안지만, 5년 전 자신과 시선을 교환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보내줍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 더욱 화내며 달려들던 옆집 아저씨는, 다시 차를 몰고 달려온 데이빗이 들이 받아 버리구요. 아저씨를 본넷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달리다가... 아내와 딸이 터널 속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후 그리로 차를 몰아서 그대로 문짝을 들이받아 터널을 붕괴 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빌런 아저씨는 죽고, 앞으로는 아무도 이 터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러고 잠시 후. 딸이 빠져 죽었던 풀장에 걸터 앉아 멍하니 물 속을 바라보는 아내 곁에 피투성이 데이빗이 터덜터덜 걸어와 앉습니다. 손을 내밀고. 복잡하지만 꽤 긍정적인 감정을 담은 눈빛을 서로 교환하고. 그걸로 엔딩이에요. 어쨌든 딸은 구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되든 뭐! 라는 거겠죠. ㅋㅋ


 + 이 영화에서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다름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꼭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겁니다. 분명히 공생하는 길이 있을 텐데 넘나 극단적이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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