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인공들에 '간지'가 없습니다. 애엄마 애아빠 설정은 기본이고, 한국 드라마였으면 저 나이에 로맨스가 가능하단 말인가 싶을 정도의 배나오고 주름진 중장년층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썸도 타고 그래요. 그리고 무슨 천재적인 능력이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직업인으로서 일을 할 뿐... 딱히 부자도 아니구요.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는 영국 중산층 정도의 사회경제적 위치들을 가지고 있어요. 뭔가 성격적인 흠이나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있기는 한데 그 나이 쯤 되면 그런 흠이나 과거나 스트레스가 없는 게 또 개성이죠. 그 와중에도 수사는 진행되기 때문에 직업인 느낌이 더 강화되구요.


  다음으로 성별에 큰 의미가 없어요. 남자도 몸짱이 아닐 뿐더러 굴곡진 몸매를 뽐내며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는 여자도 없구요. 다들 그냥 일하기 편한 옷 입고 나와서 자기 할 일들을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남녀의 구분이 의미가 있는가 싶을 때도 생기구요.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사랑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를 보여주는 묘사도 딱히 없어요. 그냥 인생의 당연한 발달과업을 치르고 있는 느낌? 로맨스가 있긴 한데 하나도 안절절... 인물들의 알몸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관음 따위 느껴지지 않는 생활 알몸입니다. '세수 너무 좋아'아니고 '먹고자고싸고 세수하고'랄까. 아마 나이도 뒤죽박죽인 거 같은데 자막에선 그게 드러나지는 않더라구요. 


  주인공들에게 간지가 없지만 배경에도 간지가 없기는 매한가지. 개인적으로 영국의 우중충한 좁은 골목길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그건 개인적인 선호구요. 배경을 다루는 방식 역시도 그냥 생활 공간이에요. 수사관들의 사무실도, 또 그들의 집도 그냥 누군가 오래 눌러 앉았던 느낌 그대로에요. 그냥 생활공간이나 사무실을 빌려서 아무 것도 안건드리고 사람만 들어가서 찍었다고 해도 믿겠어요. 세트를 만들기는 했을까 싶은 수준으로 멋대가리가 없습니다. 이쯤 되면 당연하지만 감각적인 편집이나 카메라 워킹 따위도 없구요. 음악도 잘 안씁니다. 인물들이 저렇다 보니 화려한 액션은 고사하고 몸싸움도 드물게 나와요. 


  벌어지는 사건도 거대한 음모 따위 없구요. 물론 복잡하게 꼬여있기는 하지만 수사를 차근차근 진행하니 하나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거지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범죄 천재가 정교한 계획을 짜고 주인공들을 한발짝 앞서거나 하는 따위의 일도 없고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도 안나와요. 그냥 범죄가 일어났는데 알아보니 이런 진상을 가지고 있더라 하는 정도. 동네 경찰서 가면 이런 사건 많이 쌓여 있을 거 같습니다. 그 와중에 범죄 동기는 대개 인물간 관계나 의외로 치정이네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65
110617 [넷플릭스바낭] 또 영국제 스릴러, '마르첼라' 시즌1을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19.12.06 2940
110616 모바일에 뜨는 어린이재단 광고사진들 마음 아픔 이정재 광고 노래 [1] 가끔영화 2019.12.05 491
110615 부풀려진 검찰개혁 [9] Joseph 2019.12.05 1051
110614 [인터뷰] 위정현 교수 "타다 막는 정부·여당 시대착오적.. 총선말고 국가 미래 봐야" [13] Joseph 2019.12.05 1026
110613 오늘의 편지지 세트와 스티커 (스압) [3] 스누피커피 2019.12.05 318
110612 청와대 - 검찰! 받아라 결전병기!! [18] 도야지 2019.12.05 1249
110611 독재정권들도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1] 도야지 2019.12.05 689
110610 보스턴 심포니 공연을 둘 중 어느 것으로 고를까 고민되네요 [2] 낭랑 2019.12.05 463
110609 2019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 Winners [3] 조성용 2019.12.05 534
110608 근황 [10] 칼리토 2019.12.05 857
110607 <나>의 한계? [4] 어디로갈까 2019.12.05 697
110606 봉준호 감독님이 보면서 세 번 울었다는, 올해 본 최고의 외국영화로 꼽은 영화는? [4] crumley 2019.12.05 1431
110605 '윤희에게' 보신 분? [6] 가을+방학 2019.12.04 925
110604 조국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휴먼명조 2019.12.04 594
110603 007 No Time To Die 예고편 [3] 예정수 2019.12.04 478
110602 백원우가 참석한 두 번의 장례식 [2] 휴먼명조 2019.12.04 551
110601 아이폰 여는 건 소셜 해킹 말고는 방법이 없나 보네요 휴먼명조 2019.12.04 854
110600 넷플릭스 - [힐다]가 바프타 애니부문 수상했군요 [6] eltee 2019.12.04 431
110599 [이시국에] 넷플릭스 배트맨 닌자 & 카케구루이 [3] skelington 2019.12.04 578
110598 팽당한 나경원씨 [12] 가라 2019.12.04 15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