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감독의 <분노> 짧은 감상

2019.11.26 10:51

보들이 조회 수:439

-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정말 서로 닮은 배우 3명이 딱 캐스팅 된 게 신기했어요.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조용히 자라나는 과정이나 갑자기 홱 돌아버리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양의 나무>라는 영화가 연상되기도 했네요.


- 음.. 요즘의 한국 여학생이었다면 스스로 신고하지 않았을까? 특히 미군 관련 사건사고이면 뉴스에도 나고, 한국이라면 여론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근데 같이 있던 어른은 밤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최소한 선착장까진 데려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보통 그렇게 하지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덤앤더머를 보는 것 같기도 했던 여학생의 친구 둘.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여학생 에피소드는 공감이 잘 안됐어요. 분노라는 테마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임에도.
나머지 두 에피소드는 좋았고요.


- 제목은 `분노'이지만, 영화 전반에서 더 진하게 느껴진 정서는 오히려 무력감? 무기력함이었던 것 같네요.

믿음, 불신, 배신, 분노의 개인 내적 감정만을 다뤘다고 하기에는 인물들의 상황이나 겪는 사건들이 결코 개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내가 나선다고 뭘 할 수 있나' 같은 대사나 행동들이 많아요.
문제 해결 방식도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뭘 때려 부시고 사고를 치거나, 피해자 혼자 숨기고 살거나, 혹은 약자끼리 서로 기대면서 작은 위로를 얻거나.. 그게 전부에요. 사회적인 차원의 해결이나 시도는 부재합니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마침 후쿠시마 주민들 얘기가 나오더군요. 나라가 이제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살아라고 했다고, 그 주민들은 알겠습니다 그랬다고.

생업도 가끔 파하고 데모에 나가는 아버지가 나오는데,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냉소적으로 바라봐요.
그리고 본인에게 닥친 문제는 개인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처해버립니다.

출구도 없이 불신지옥의 거대한 세상과 개인 만이 존재하는 느낌.. 숨막는 공기가 짓누르는 느낌.
어딘가 정신병적 징후도 느껴지는 것 같고.. 뒷맛이 참 찜찜하고 미묘한 영화였어요.

섬세한 연출이나 호화 출연진들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5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9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32
110933 여러 가지...2 [16] DJUNA 2010.12.28 3398
110932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9] 자본주의의돼지 2010.12.28 2678
110931 아테나 - 전쟁의 여신.... [4] amenic 2010.12.28 1913
110930 페이스샵 풋 필링 써보신분~ [2] 참ING 2010.12.28 2010
110929 [판매대행] 씨네21 14호부터 400호까지 380여권을 관심있으신 듀게분께 드립니다 [7] DJUNA 2010.12.28 2471
110928 외계선단이 2012년 즈음해 지구에 도달한다는 루머가 도는 지금, 스필버그옹께서는... [6] Aem 2010.12.28 2459
110927 아테나 잡담(오늘자 스포약간) [2] 메피스토 2010.12.28 1658
110926 신앙심이 투철한 공무원들 [15] 와구미 2010.12.28 3331
110925 [펌] 싸움의 발단 [25] 01410 2010.12.28 4160
110924 남자인데 닉쿤에게 점점 빠져듭니다. [13] 다방커피 2010.12.29 4726
110923 아임 유어즈, 제이슨 므라즈가 한국에 왔구나 [3] 가끔영화 2010.12.29 3273
110922 어느 날 홍대 따루주막에서 먹었던 과메기 [9] 01410 2010.12.29 4599
110921 (별거아님) 어떡해야될지 고민은 아니고 [9] 사람 2010.12.29 2169
110920 운전면허 고민이네요 ,, [5] Anna안야 2010.12.29 2213
110919 듀나in) 고도근시인 분들께 질문드려요. [14] 9years 2010.12.29 2798
110918 [바낭]저조해졌어요 어떡할까요 [9] 잠시익명2 2010.12.29 2099
110917 [사진] 오랫만에 일상사진.. [9] 서리* 2010.12.29 2788
110916 어제 저녁 눈과 트리 사진 몇 장. [3] mithrandir 2010.12.29 2162
110915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만큼 21세기에 유언비어는 위험한가? [16] 라인하르트백작 2010.12.29 2370
110914 벼룩_송년맞이 옷장털었쎄요. 청록색 쉬폰드레스, 레드재킷, 가죽가방, 진주팔찌 등등 (벼룩글 불편하신 분들 죄송해요) [8] 유니스 2010.12.29 40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