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3 22:45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주인공 이름이 '보잭 홀스맨' 입니다. 그리고 이름대로 '말남자'이기도 하죠.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냥 동물 모양을 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미쿡 LA, 콕 찝어서 헐리웃 근방이 배경이구요. 우리의 주인공은 90년대 꽤 잘 나갔던 인기 시트콤 '말장난'의 주인공으로 떴으나... 이후로 20여년간 그걸로 번 돈 + 그걸로 우려먹으며 버는 돈으로 먹고 사는 퇴물 중장년 배우에요. 식탐 쩔고 무식하고 거칠고 무례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 밖에 못 하는 이기주의자에다가 멍청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우울하죠. 하지만 늘 언제나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해서 계속 이런저런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당연히 원래 의도대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구요.
그래서 이 시리즈는 이 딱한 진상말과, 어쩌다 이 말과 얽힌 다양한 사람 or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대략 20년쯤 전. 디즈니가 아닌 미쿡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에 이것저것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절 생각이 좀 났습니다. 일부러 안 예쁘게, 혹은 덜 예쁘게 그린 얼핏 보면 무성의해 보이는 그림체에 주인공은 결함 투성이 모질이이고 개그는 아주 독하기 그지 없던... 그런 애니메이션들이 막 들어와서 화제가 되고 그러던 시기죠. 비비스와 벗헤드라든가 사우스파크라든가... 등등. 당시 한국의 문화 개방, 검열 완화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작품들이 꽤 인기를 끌었었죠. 덕택에 '아치와 씨팍'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했고.
'보잭 홀스맨'도 그와 좀 비슷합니다. 독하고 더러운(...) 드립들이 난무하고 종종 일부러 pc함을 건드리는 위험한 개그를 치기도 하구요. 배경이 헐리웃이니만큼 실제 배우들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데 혹시나 싶어 확인해보면 그 중 상당수가 실제 그 배우의 목소리인 것도 옛날 '사우스파크' 극장판 같은 것들 생각나고 그렇더군요.
- 음... 근데 전 사실 그런 애니메이션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ㅋㅋ 비비스와 벗헤드는 걍 별로였고 사우스파크는 재밌었지만 그 시절 인기만큼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보잭 홀스맨'은 재밌습니다. 아주 재밌어요. 솔직히 말해서 왜 이게 더 재밌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재밌어요(...)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뭐, 이야기가 팔랑팔랑 가벼운 막장 찌질 개그 일변도로 흘러가는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주인공 우주 진상킹 '보잭 홀스맨'이 저의 연민을 (아주 가끔씩) 자아내고 심지어 (정말정말 가끔은) 공감까지 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는 거겠죠. 몰아치는 드립들 속에서 문득문득 진지하고 공감 가능한 상황들이 튀어나오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주 그럴싸해요. 이제 막 시즌 2를 마친 정도로 밖에 못 봐서 (현재 시즌6까지 나와 있습니다) 뭐라 평하는 게 좀 그렇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그렇습니다.
솔직히 시즌 1 초반에 한 번 그만 둬버릴까 했었어요. 게임이랑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 직장 일들이 바빴던 기간이랑 겹쳐서 몰아서 보기도 힘들었고, 또 초반에는 아무래도 캐릭터들에 정이 안 붙어서 '볼만은 하지만 그냥 그렇네' 라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시즌 후반이 되니 꽤 재미가 붙기 시작했고 시즌 2는 그냥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 3을 볼 예정이구요.
- 현재까지 나온 분량의 1/3 밖에 못 본 시점이니 그냥 최대한 간단하게 중간 소감을 말하자면 '왠만하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입니다.
보다보면 첫인상과 다르게 그림이나 연출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는 느낌도 들고. 음악도 좋고 성우들 연기도 좋고 이야기도 좋고 결정적으로 캐릭터들이 꽤 정이 들어요.
평소 제 스타일과 다르게 아껴가며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조금 들고 그럽니다. ㅋㅋ
- 사실 동물이랑 인간이랑 마구 섞여 있는 건 그냥 드립을 위한 건지 뭔 의미가 있는 건지 아직 별로 감이 안 오네요. 아무래도 동물이다 보니 그게 캐릭터 성격에 반영이 되곤 하는데, 그게 캐릭터 묘사를 위해 동물로 표현한 건지 동물로 표현한 김에 캐릭터 성격이 그렇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둘 다이겠지만... 왜 어떤 놈은 동물이고 어떤 놈은 사람인지도 애매하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그 덕에 드립들이 많이 나오고 재밌으니 됐습니다.
...사실은 또 왜 굳이 헐리웃 퇴물 배우가 주인공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역시 덕택에 개그 소재가 끊이질 않고 재밌으니 됐습니다. 하하하.
2019.11.23 22:55
2019.11.24 10:01
그 분야로는 제네럴 호스피탈이 갑이 아닐까요. 역사가 대략 50년에 에피소드 갯수가 1만개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본 게 벌써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ㅋㅋㅋ
2019.11.23 23:33
2019.11.24 10:02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제작진이 새로 만들고 있다는 넷플릭스 신작 '글로우' 보시졈. ㅋㅋ
슬쩍 보니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여성 레슬링 버전 같던데요.
2019.11.24 02:35
영업에 동참하기 위한 댓글 모두 보잭홀스맨 보세요
걷잡을수 없이 망가지고 깎여나가면서도 행복하려고 발버둥치는 동물과 사람들 이야기
2019.11.24 10:02
'행복하려고 발버둥치는' 이란 표현이 되게 적절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네 그런 이야깁니다 여러분!!! 많이들 보세요~~
2019.11.24 18:28
2019.11.25 09:54
그래도 재밌지 않나요. ㅋㅋ 존 햄 아저씨 그럴싸하네요. 약간 말 같기도 하고(...)
롱런 드라마네요
가장 오래 한 드라마를 찾아보니 gunsmoke가 20년동안 했는데
심슨은 30년째 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