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19:58
1) 조국 씨 딸은 2009.05.01-2009.05.15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고 합니다.
2) 조국 씨의 오늘 한국일보 인터뷰를 보면, 조국 씨 딸이 인턴을 한 내용은 국제행사 보조활동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인턴을 집에서 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인턴에 지원할 당시 서울대 담당자가 고등학생으로 국제행사 보조활동을 해야 하니, 2주 동안 사형제 관련 스터디도 하고 논문도 찾아본 뒤 학회에 참석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2주 동안 학교와 도서관에서 학회 주제에 대해 자료도 찾고 공부도 했다. 그런 뒤 학회에 참석했고, 최근 당시 학회 참석했던 동영상도 찾았다. 나중에 인턴증명서를 받을 때 활동기간이 15일로 돼 있길래 난 당연히 학회 참석하기 전 학교서 공부한 기간도 활동기간으로 포함시켜줬다고 이해했다.”
3) 그런데, 여기서 말한 국제행사는 2009.05.15 오후 2시-6시까지 서울대 법학대학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였고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합니다.
당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Opening remarks 14:00 : Professor In-Sup HAN; Seoul National University
(2) Session 1: 14:20-15:30
▷ 중국의 사형제도: Professor Zili GUO; Peking University
▷ 일본의 사형제도: Professor Satoru SHINOMIYA; Doshisha University
▷ 대만의 사형제도: Professor Chia-Wen LEE; National Cheng-Kung University
Break 15:30-15:45
Session 2: 15:45-16:55
▷ 남한의 사형제도: Professor Kuk CHO; Seoul National University
▷ 북한의 사형제도: Professor In-Sup HAN; Seoul National University
▷ 사형에 대한 국제인권법의 태도: Professor Tae-Woong PAIK;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Discussion: 16:55-18:00
4) 단 하루, 그것도 오후 4시간 동안 열리는 국제행사 보조활동을 고등학생 인턴이 한다면, 당일 행사장에서의 안내를 비롯한 잡일 정도였을 것입니다.
조국 씨 딸 본인 역시 인턴기간이 05.01-05.15의 15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행사 당일에만 나왔고, 나머지 14일은 학교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것인데 (본인은 사형제 관련 스터디도 하고 논문도 찾아보았다 합니다) 이것까지 인정이 되어 15일로 인정이 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5)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국제행사 보조활동을 고등학생 인턴이 하는데, 무려 그 전의 14일간 고등학생 인턴이 혼자 알아서 행사 관련 내용을 공부를 했다 한들 (실제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행사에 도움이 되었을리는 당연히 없습니다.
즉, 이것은 기껏해야 단 하루의 활동을 (이것도 진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5일로 부풀리기 위한 거짓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6) 더구나 2009.05.04-2009.05.15까지 미국대학 AP 시험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14일마저 실제로는 준비를 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하겠죠. 본인이 14일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실제 행사를 진행하는 데는 그 어떤 차이도 없는데, 그 14일을 AP를 제끼고 공부를 했을리가..
더구나, 그 14일은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모두 진행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역시 전직 한영외고 유학반 교수와 입시 관계자 역시 다음의 증언을 합니다.
"전직 한영외고 유학반 교사는 “상식적으로 AP 기간 학교 밖에 나가서 인턴을 할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게다가 한영외고 유학반은 학교를 두 개 다니는 시스템이다. 4시까지 일반 수업을 듣고, 이후 10시까지 유학반 프로그램을 따로 듣는다”며 “밖에 나가서 보름 동안 인턴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입시업체 관계자 역시 “외고 유학반 아이들은 평균 10~12과목 AP 시험을 본다”며 “고교 3년 동안 나눠서 본다고 하더라도 한 해당 4과목 정도는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바로 전인 4월 말은 중간고사 기간이고 이후는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보는 기간이다. 시험에 집중해야지 이 기간 인턴은 상상도 못 한다”고 덧붙였다. "
7) 이는 실제로 조국 씨 딸과 같은 인턴십 활동 증명서를 받은 장영표 교수의 아들의 다음 증언으로도 확인이 되는데, 실제로 이 남학생은 단 하루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고 (가서 행사진행을 도운 것도 아니고 그냥 참석), 당연히 그 이전 2주간 사형제 관련 스터디나 논문을 찾고 하는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날이 스승의 날이라 기억이 난다"며 "고3이라 바빠죽겠는데 서울대에서 오라고 해서 갔다"는 것입니다. 이어 "담임선생님한테 서울대 강연 들으러 가야 한다고 말해 수업을 빠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8) 물론, 실제 하루만 활동했지만 이것을 15일로 고쳐준다고 한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일도 아니"라고,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어떻게 세상 모든 일이 기계적으로 공정할 수 있겠냐고, 조국 씨 딸이 대놓고 요구하지 않은 다음에야 (그 대상이 행사의 주관자 중 하나인 조국 씨의 딸이라 할지라도) 조국 씨 측이 잘못한 것은 아니니 문제 없다고,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너는 그렇게 깨끗하냐고, 대단한 도덕주의자라고, 도대체 무슨 이상주의자 같은 말만 하느냐, 꿈 속에서 사냐고 할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런 주장이 자한당 지지자들, 또는 태극기 부대원들에게서 나온다면 그런 줄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조국 씨, 그리고 지지자들 중 상당수 역시 이게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니 도대체 그 분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그냥 궁금해집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89736?cloc=joongang-home-toptype1basic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84292
2019.10.03 20:42
2019.10.04 01:29
아유 이걸 또 따로 글까지 쓰시고 그러시나요. 시간 부풀리기는 문제가 맞습니다. 새롭지 않은 일이다라고 하는 것이 거기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인턴, 봉사활동 시간 이런거 제대로 검증할 수 있으면 하면 좋죠. 당시에 조민 씨가 저는 하루만 했는데 정확히 기재해서 재발급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면 정말 칭찬할 일이긴 했겠죠. 여기에 추가적으로 "만약" 조민 씨가 하루 행사 봉사하고서 받은 인턴 증명서를 가지고 자기소개서에 온갖 썰을 풀어냈다면, 그것도 비판받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공인도 아닌 조민 씨의 도덕성을 심판해야 하는가의 고민은 됩니다.) 하지만 조민 씨가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부도덕한 사람이고, 그런 부도덕한 딸을 키운 조국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다고 하신다면 그 의견은 존중합니다.
저는 조국 장관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고 상징성 때문이라도 임명 안 하길 바랐습니다. 제가 반론을 하는 부분은 순전히, 정식 인턴이 아닌데 이걸 대입에 활용해도 되는 거냐는 Joseph님의 문제 제기에 대한 것이고요. 그 반박을 너무 지나치게 과대해석해서 진영 논리에 빠져 공정성을 포기하는 사람으로 보고, 심지어 그걸 대통령에게 까지 투사해서 말씀하시는 건 좀 과하시단 말씀드리고요.
그리고 제 글은 조민 씨 주장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쓴 글입니다. 조국 장관이 프로그램 만들어서 꽂아줬다거나, 센터에서 조민씨가 조국 교수 자녀임을 알고 특혜를 줬다거나, 어떠한 청탁이 오고갔다거나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도덕적으로 (어쩌면 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정경심 교수의 딸임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조민 씨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한 건 정교수 주장에 의해서도 사실관계가 정확하니까 저도 비판을 한 것이고요. 굳이 따지자면 조국 교수도 자기 자녀가 자기가 일하는 기관에서 인턴을 한다고 했을 때 이를 하지 말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죠. 자녀에겐 불공평한 일이 되었겠지만.
반론으로 돌아가서요. 아래글 댓글에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얻은 비공식적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문제라고 하셨는데, 비공식과 공식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시는 것 같습니다. 비공식적인 경로로 참여한 비공식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해당 기관에서 활동을 했다는 게 사실이라고 했을 때, 그 활동 사실을 기관에서 인증하는 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겁니다. 비공식적인 활동이라도 대학입시에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하고요. 학생이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친구들을 모아 비공식 동아리를 만들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함께 했다고 하고 담임의 확인을 받아서 제출하면, 학교 공인 동아리도 아닌데 그걸 감히 공식적으로 활용하냐고 비판하시진 않겠죠. 좀 다른 케이스지만 옛날엔 어떤 학생이 자신은 매일 신문 오늘의 한자코너를 오려서 스크랩해서 공부했다면서, 자기가 만든 스크랩북 일부를 제출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모범사례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 활동 내용과 그 활동의 맥락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런데 인턴 프로그램이 공식이었는지 비공식이었는지가 도대체 왜 중요할까요?
제가 "기계적 공정성"을 항상 확보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 건, 세상 원래 그런거니 공정성을 포기하라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방점은 "기계적"에 있죠. 완전한 기계적 공정성이 확보되는 세상에서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은 반드시 공적인 경로를 통해서 모든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모집 공고가 나가고, 모집과 선발은 교육부 감시하에 공정하게 (가능하면 "공정한" 필기시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거짓으로 부풀려서 작성해 주면 안되니까 활동 중에도 각종 감시 장치가 있어야겠죠. 어쩌면 수업도 모두 동일 교사의 동일한 강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받도록 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험을 보게 해야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현실은 학생이 우연히 학교에서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서, 부모의 직업 덕에 남들보다 쉽게 특정 분야의 지식을 접할 기회가 있어서, 혹은 사는 곳에 좋은 학원이 가까워서 남들보다 큰 어드벤티지를 얻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거죠.
저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모 비인기 스포츠에 관심이 가져서, 운동 좀 하는 학생들 몇 명을 데리고 팀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종목이 첫도입된 전국체전 고등부에 나갔고, 추첨 덕에 부전승으로 4강에 직행해서, 한번 패배 후에 4위까지 수여하는 메달을 받았더라죠. 덕분에 몇몇은 무려 전국체전 수상실적을 가지고 체대에 입학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해당 스포츠 존재도 몰랐겠지만, 관심을 가져도 해당 스포츠를 해볼 수 있는 장소조차 못 구했을 겁니다. 저희 교내에서도 공식적으로 팀을 모집한게 아니라, 평소 선생님이 눈여겨본 학생들 몇명을 설득해서 팀을 만든거고요. 도저히 남들은 접할 수 없는 기회를 우연히 얻은 이 학생들을 도덕적으로 비판할 건덕지가 있을까요? 아니면 그 기회는 부모를 통해서 얻었을 때만 문제가 되나요? 부모나 조부모가 얻어준 기회는 안되지만, 교사나 친구, 이웃을 통해 얻은 기회는 괜찮은가요?
그런데 사실 이런 걱정을 너무 깊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미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대입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죠. 외부프로그램은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활동내용 사실 여부를 일일히 확인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교외활동을 학생부종합전형 서류에 넣는 것이 대부분 금지되어있습니다. 심지어는 매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수학올림피아드 수상내역도 함부로 기록하면 0점처리될 수 있다더라고요. 이제는 분명히 교내활동 몰아주기 같은 문제가 있을 게 뻔하지만, 어쨌든 학교 바깥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입시점수를 받는 건 좀 어려워졌단거죠.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입시사정관들이 지역마다 찾아다니면서 괜찮은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진로상담도 해주고 하더라고요. 뜬금없지만 Tina Fey가 주연한 Admission이라는 롬콤이 있었는데,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만난 학생들 서류를 두고 토론을 하고, 자기가 만난 뛰어난 학생을 위해 싸우고, 투표도 하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제가 만들고 싶은 이상적인 세상은 모든 아이들에게 기계적으로 균일한 기회가 돌아가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주어진 (너무 차이가 나지는 않는) 각자의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에서는 그 학생의 환경과 노력, 적성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발하는 세상입니다. 그것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시 100%에 수능 100%로 대입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진 못하겠더라고요.
2019.10.04 02:10
1) 일단 이 글은 아래 머핀탑 님의 댓글에 대한 반박으로 쓴 글이 아니란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주제가 분명히 다르고 (첫 글은 비공식-공식 관련 문제제기, 두번째인 이 글은 허위 인턴 증명서 관련 내용), 첫번째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기사를 읽던 중 알게 된 부분을 정리해서 (저 자신을 위해서도) 올린 것입니다. 그래서 따로 글을 쓴 것이고요.
2) 비공식-공식 관련해서 머핀탑님이 드신 예는 제가 지적하는 것과는 핀트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자격 요건이 정해진 경우에" {이에 해당하지 않아서) 비공식적인 참여를 하게 된 경우에 한정해서, 이 경우 비공식적인 참여로 얻게 된 이득의 사용에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공식적으로 자격 요건이 정해졌는데 이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비공식적인 자격을 얻게 되었다면 여기에는 공정하지 않은 외부의 힘이 작용했을 또는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국 씨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되고요. 물론, 공식적으로는 자격 미달이기에 (고등학생이라서) (조국 씨 딸이 직접 인정했듯) 정식 인턴"으로 활동할 수는 없었지만 비공식 인턴으로 채용되고 활동하기까지 관계자 중 누구도 조민 씨가 조국 교수 딸인지 몰랐을 수도 있고, 또 알았다고 하더라도 채용하고 활동 증명서까지 발급한 것이 단지 조국 교수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자격 미달인 누구라도 지원했다면 같은 기회를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이 중에 어떤 것이 사실일지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때론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COI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김영란 법과 같은 것을 만들어 놓은 것이겠고요.
만약 대졸자만을 자격요건으로 규정한 인기 공기업에 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고졸임에도 지원해서 합격을 했다면, 10월 1일이 접수 마감인 삼성전자 채용에 10월 3일 접수한 공정위원장 딸이 지원해서 합격했다면 문제가 안될까요? 물론, 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아닐지라도, 공정위원장 딸이 아닐지라도 고졸이라도 사정해서 지원을 하고 합격까지 할 수도 있겠고, 10월 1일이 접수 마감이지만 전화로 문의했으면 실은 아무나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후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만약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해당 정치인과 공기업, 삼성전자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일반인들은 이보다 훨씬 작은 공정함을 담보하기 위해 훨씬 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저만 해도 제가 수 년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력으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를 해도 심지어 명백한 COI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불과 30만원의 비용 밖에 받을 수 없고, 그것도 온갖 증명과 결재와 행정적 수고를 거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보기에 정말 능력있고 적임자인 (하지만 자격 요건이 안 되는) 제 지인에게 제 직장의 좋은 자리를 비공식적으로 알아봐주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심지어 그 결과가 좋고 나쁘고에 관계없이) 저는 징계를 피할 수 없습니다. 아마 여론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요.. 그래서 심지어 공개 채용으로 인해서 제 직장이 정말 능력있고 적임자인 (하지만 자격 요건이 안 되는) 제 지인보다 (공식적 자격요건을 충족함에도) 비적격자인 다른 이가 채용되어서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작은 공정함을 담보하기 위해 이런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감수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죠.
3) 명백한 잘못인 시간 부풀리기 (저는 허위 증명서라는 말이 더 맞다고 봅니다) 조차 조국 씨는 본인 입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문제라고 말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고, "고등학생 인턴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라는 말만 했습니다. 그런 분이 명백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거나 문제라고 말하거나 사과할 일은 물론 없겠죠. 우리가 "공인도 아닌 조민 씨의 도덕성을 심판해야 하는가의 고민"을 하려면 최소한 조국 씨가 본인 입으로 인정하고 사과는 했다는 전제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10.04 14:59
네, COI의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인한 이득은 공식적으로 활용하면 안된다는 Joseph님의 의견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적용할 수 있는 잣대인지, 아니라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잣대인지는 부정적입니다. 이 주장의 배경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기관에서 그런 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말도록 해야 하는거지, 참여자에게 이를 활용하지 말라고 하는 건 조금 엇나간 것 같고요. 실제 공무원 조직이나 매우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이것이 어느 정도 적용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의계약이나 수시채용 등에 제한을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하지만 이를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공식적으로 모집하는 봉사 프로그램만을 학교에서 인정해야 할까요?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에서 대학병원과 복지원 등에 먼저 제안을 해서, 그곳에 있는 아이들과 과학실험, 과학교육 등의 봉사를 진행했단 걸 봤는데요. 이건 공식적인 절차를 걸친 것이 아니니 어쩌면 해당 병원에 그 학생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성립된 것일 가능성이 있잖아요. 실제 학교에서는 여러 문제 때문에 봉사를 할 수 있는 기관 자체에 제한을 걸고 있긴 하지만, 선발 방식까지 제한을 둬야하는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교수에게 부탁하거나 교수의 제안을 받아 대학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은 여기서 배운 내용을 대학/대학원 진학, 취업에 사용하면 안되는 건가요? 이 모든 주장의 당위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잣대를 2011년 인턴을 한 고등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의문이고요.
3번에 관해서는 저는 조국 장관 도덕성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딸 문제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사과로 퉁친 상황이고,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되면 잘못됐다고 인정하겠죠. 인턴 별거 아니다라는 발언은, 인턴을 하지 않고 증명서를 받았다거나, 조국 교수가 허위 발급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답하면서 나온 이야기니까요. 뭐 아닐 수도 있고요. 뭐가 됐든 아버지가 사과 안하면 그 딸의 도덕성을 평가해도 된다는 건 아니실 텐데, 그 둘을 왜 연관지으시는진 모르겠습니다.
채용과 관련된 예시는 고등학생 인턴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 예시도 공무원조직 등이 아니고서는 정말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공채 마감일 이후에 접수된 지원자를 받아줬다면 그건 삼성전자 채용팀 마음입니다. 몇몇 지원자들의 항의는 있겠지만, 법에서 금지한 차별, 청탁 등이 있지 않은 이상, 이를 금지하거나 비판할 근거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이 과정에서 내규를 어겼다면 해당 직원이야 처벌받겠지만, 인사팀에서 의논해서 규정에 맞게 하든 규정을 바꾸든 채용과정을 새로 만들면 되고요. 물론 서류 마감 날짜도 못지키는 사람을 회사에서 뽑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청탁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죠.
더 좋은 지원자를 아는데도 불구하고 문서상 자격 하나가 부족해서 추천하지 못한다는 건, 민간 분야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죠. 좋은 지원자면 채용 조건을 바꾸든 수시 채용 절차를 통하든 방법을 찾아서 채용할 것이고, 오히려 그분을 추천한 Joseph님에게는 채용 추천 보너스가 지급될걸요. 삼성전자 공채에는 아예 내부 직원이 추천을 하면 서류통과 정도는 시켜주는 게 제도화가 되어있는데요. 그 반대로 삼성전자가 지원자격이 대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 중퇴인 빌게이츠를 서류탈락시켰다고 하면, 전세계가 두고두고 비웃을 일화가 될겁니다.
인턴쉽 문제에서 COI 문제를 제기한다면, 아버지가 속한 기관에서 두 자녀가 모두 인턴을 한 이 상황을 지적하는 게 훨씬 설득력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탁이 없었을 리가 없지 않느냐 정도의 예단을 얹으면 더 좋겠죠. 이걸 우리가 이렇게 길게 토론할 문제였는진 잘 모르겠네요. 저는 다시 일하러 가겠습니다. 의견은 다르지만 흥미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2019.10.04 15:20
계속 핀트가 조금씩 어긋나는 예를 들고 계시네요 (공식적으로 모집하는 봉사 프로그램.. 이후). 그런 예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추천이 아니라 채용을 말한 것입니다. 추천이야 아무나 할 수 있고, 저도 아무 때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채용이 그렇게 되느냐는 다른 얘기고, 민간 분야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미 저런 식의 자의적 채용이 문제가 되어서 신문에까지 보도된, 민간 사례를 여럿 알고 있습니다. 삼성이 빌게이츠를 채용하려면 별도의 채용 track으로 하겠지 대졸 일반 채용 track으로 하지는 않겠죠. 저도 소모적 논쟁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