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거나하게 재미나게 다정다감 알콩달콩하게 술을 마시다가

눈이 맞아서 제 발로 모텔까지 따라 걸어들어가서 

방문 열고 들어가서 샤워하고 같이 나란히 침대에 누웠는데


그 순간 여자가 말합니다. '안할래. 하기 싫어졌어'


이 여자는 제 발로 모텔까지 따라 들어와서 분위기 조성에 협력까지 했으니까, no라는 의사표시는 '으레 여자들이 부릴법한 변덕으로 남자다운 사내라면 가볍게 씹어줘야 체면이 서는' 그런 것일까요? 많은 남자들은 그렇게 철통같이 믿고 있고 또 자기가 믿은대로 이 순간에도 행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다, 고 했을때 한다면 그게 폭력이고 강간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가정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제 생각에는 매우 전형적인 케이스인것 같습니다. 그 흔한 농담 있잖아요. 영희가 철수에게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돼요... 돼요... 돼요...' (뭔 소린지 다들 아시죠) 


야, 이것 하자. 라고 청했습니다. 무슨 직무상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군대같은 상명하복 관계에서 정당하게 발한 명령도 아니고, 100% 양자의 의사합치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그런 일', 즉 섹스요. 일방이 거부한다면 거기서 그만입니다. 안 하겠다고 하면 안해야 하고, 억지로 한다면 그게 강간이지요.


너무나 간단한 것 아닌가요. 이 간단한 것이 상식으로 통용되지 않는게 현실이죠. 갓 경험에 눈을 뜬 어린 커플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고(하기 싫지만 강요하니까 왠지 거부하면 내가 나쁜 사람인것 같고, 여기까지 따라와서 거부하면 내가 이상한 것 같고).


이런 얘길 어딜가서 면전에서 하겠습니까마는... 제 친구들과 가끔 비슷한 얘길 하면 납득을 못합니다. 인정하길 힘들어해요. 머리에 철심처럼 박혀 있는거죠. 같은 남자인 나는 인정할 수 있는데, 왜 너희들은 안그러냐, 고 해봐야..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초중고등학교 성교육에서 가르쳐야 하는건 이런게 아닐까요. 남녀 성기의 단면도같은걸 백날 보여줘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만약 위에서 가정한 사례에서 억지로 섹스를 강요당한 여자가 남자를 고소한다면, 법정에서 남자는 항변할겁니다. '그건 여자가 하겠다고 허락한건데요?' '난 잘못이 없는데요?' 진심으로 그렇게 믿을테니까요.


삽입까지는 허락해서 섹스가 시작됐습니다. 도중에 이젠 하기 싫어졌으니까 그만하자고 합니다. 그만 하면 됩니다. 


섹스를 시작한지 30분이나 지났는데 그만 하잡니다. 그만하면 됩니다.


이게 어려운걸까요. 왜 인정하지 못할까요?? 도대체 왜?????????????????????? 


순수하게 의사일치를 봤을때만 가능한 행위에서 한쪽이 거부의사를 밝혔을때,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는건 상식일겁니다. 하지만 유독 섹스에서만은 그렇지가 않은게 참 신기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03
125967 [KBS1 독립영화관] 교토에서 온 편지 [2] underground 2024.04.12 262
125966 프레임드 #763 [4] Lunagazer 2024.04.12 61
125965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식 예고편(이사카 코타로 원작, 안은진 유아인 등 출연) [2] 상수 2024.04.12 317
125964 칼 드레이어의 위대한 걸작 <게르트루드>를 초강추해드려요. ^^ (4월 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 마지막 상영) [2] crumley 2024.04.12 167
125963 '스픽 노 이블' 리메이크 예고편 [4] LadyBird 2024.04.12 234
125962 리플리 4회까지 본 잡담 [3] daviddain 2024.04.12 240
125961 란티모스 신작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티저,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놀란영화 12편 순위매기기 상수 2024.04.11 222
125960 [왓챠바낭] '디 워'를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말입니다. '라스트 갓파더'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4.04.11 352
125959 프레임드 #762 [4] Lunagazer 2024.04.11 63
125958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2020) catgotmy 2024.04.11 201
125957 총선 결과 이모저모 [22] Sonny 2024.04.11 1434
125956 오타니 미 연방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9] daviddain 2024.04.11 427
125955 10년 전 야구 광고 [2] daviddain 2024.04.11 140
125954 22대 총선 최종 의석수(업데이트, 21대와 비교) [1] 왜냐하면 2024.04.11 522
125953 [핵바낭] 출구 조사가 많이 빗나갔네요. 별로 안 기쁜 방향으로. [14] 로이배티 2024.04.11 1187
125952 프레임드 #761 [2] Lunagazer 2024.04.10 83
125951 [핵바낭] 아무도 글로 안 적어 주셔서 제가 올려 보는 출구 조사 결과 [22] 로이배티 2024.04.10 1093
125950 [왓챠바낭]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화 만들기 이야기,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잠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4.10 206
125949 간지라는 말 [7] 돌도끼 2024.04.10 381
125948 우리말에 완전히 정착한 일본식 영어? [5] 돌도끼 2024.04.10 4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