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애인이 1년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고

 

 며칠 전에도 채팅하면서

 우리 좀더 성숙해져서 만나자, 1년 후에는 다시 행복하겠지, 등의 말을 들었습니다.

 다음날 제가 서울로 올라오자

 한잔하자고 청하더군요.

 

저는 잽싸게 서울역에서 홍대로 날아갔지만, 들은 말은

그냥 깨끗이 헤어지자자고, 기다리지 말라고, 우린 다시 안될 거라고.

 

어제 한 이야기는 무어냐고 묻자, 그저 절 달래려고 한 말이었대요. 다친 몸으로 타지에 혼자 있어서 힘들까봐.

 

저는 설득하고 설득하고 설득했는데 그녀가 점점 더 완강하게 고개를 흔들었어요. 오히려 처음에는 틈이 보였는데.

 

평소에 저에게 화도 한 번 안 내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울면서 화를 내고

그동안 쌓였던 것을 터트리더군요.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속상하고 지쳤고 혼자 노력해왔는지.

 

- 같이 일하면서 자존심을 계속 상하게 한 사람이랑 다시 일할 수 있어? 그거랑 똑같아. 우린 다시 안돼. 너무 늦었어.

아직 좋아하지만, 지울 거라고.
잊을 거라고.
완전히 끝이라고.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굳었습니다.

 

- 아니야, 우린 서로 좋아하니까 끝나지 않아, 너무 늦지 않았어

라고 말하자 

화를 내더군요. 너는 항상 그렇게 말해왔다고, 자기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아니야' 라고 부정했다고. 

지금 내 감정이 이렇다고 말하는데 왜 아니라고 하냐고

 

 

저는, 할 말이 없어졌어요. 완전히 할 말을 다 잃고 

울면서 가지마 가지마 라고만 중얼거릴 때

 

기대하지 않은 순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건강히 할 일 하면서 있으라고, 자기도 마음 추스리고 오겠다고.

 

돌아오겠다는 그 기약없는 말에  

저는 바보처럼 마음이 풀려서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고

평소 사귈 때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헤어졌습니다.  

 

그녀는 예전처럼 다정히 전화하면서 집에 갔고, 그러나 전화를 끊을 즈음 내용은 쓸쓸했어요.

우리의 좋았던 추억을 하나하나 되집더라구요. 이런 사람이었지, 이랬지, 하면서

저는 그냥 농담처럼 '나 아직 안 죽었어' 라고 말했지요.

 

다음날도 사귈 때와 다를 바 없이 문자를 주고 받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즉, 어제는 연락이 안 됩니다.

저는 혹시 연락하는 게 싫으면 말해달라고, 그럼 연락 안 하겠다고 하니

한참 뒤에 " 답문이 자꾸 느려져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포함한 문자가 왔어요

 

 

그 뒤로도 문자 패턴은

제 연락 -> (한참 후에) 그녀의 답문 -> 제 답문  (연락 끊김)

시간이 지난 후, 제 연락 -> (한참 후에) 그녀의 답문 -> 제 답문  (연락 끊김)

 

이런 패턴인데

 

제가 \계속 연락을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아예 집 근처로 찾아가볼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부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다시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번도 제대로 화내지 않았던 사람이

저에게 크게 화낸 것만으로도 진전인 것 같아서.

오히려 이게 계기가 되어 잘 될 수 있으리라고.

 

제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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