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6 13:41
0. 오늘 7~8년 동안 아니 그 이상 기간 동안 상처받았지만 놓치 않았던 교회와 인연을 드디어 냉정하게 놓아버렸습니다.
그 동안 저는 무식한 목사의 설교때문에 무조건 팽창 밖에 모르는 목회 철학때문에 그리고 수류탄과 총만 안들었지 이슬람 근본주의와 다를바 없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때문에 환멸을 수십번 느껴왔지만 어릴적 부터 어울린 인연으로 쉽사리 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쳐서 상담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전 저는 가톨릭 계열 병원에 갔다 그곳 수녀님께 개종 관련 상담을 했습니다. 그 분은 "가족이 모두 개신교인이라면 (부모님을) 따르는 게 좋지 않겠냐"면서 만류하십니다. 그런 모습이 더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 미사에 참석하고 등록까지 마치고 왔습니다.
예비 신자 교육이 일요일 아침 9시라는 군요. 이제 아침 늦잠은 다 잤습니다.
1. 종교란 것은 무엇일까요? 제 의견은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는 질서를 부정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예수가 부활했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의 부활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 세상 질서가 끝났고 이제 종말이 왔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는 교회 마다 그런 선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교회가 지역 유력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둔 것은 봤어도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둔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목사는 설교시간에 정치적인 줄타기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 봤을 뿐입니다. 그걸 보면서 환멸만 가득했습니다.
아마 저는 평생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남들 처럼 당당하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혹은 '나는 무신론자'라고 이야기 하면 좋겠지만 그런 용기도 없고 제 근본도 그럴 수 없습니다. 종교는 저에게 한계입니다.
2. 가족들과 개종에 대해 이야기 해왔습니다. 이미 장로님으로 계신 아버지때문에 개종을 미뤄보기도 했습니다. 혹시라도 사람들에게 놀릴감으로 변할까봐 걱정되서요. 저는 그런 걱정 보다 이제 제 정신건강때문에 개종을 해야 했습니다. 언제까지 제 마음이 곪아들어가는 걸 방관할 수 없었습니다.
3. 오늘 미사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새로 참석했다니까 기도문이며 미사통상문 등등을 주는 군요. 예비신자 책자하구요. 주요기도문은 군대있을때 암기사항 이후 가장 많은 분량을 자랑합니다. 이걸 언제 다 외워야 하나 싶습니다. 뭐 외워야겠죠. 이 곳에서 더 상처 받지 않고 꾸준히 신앙생활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2014.10.26 13:44
2014.10.26 13:47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가톨릭으로 갈것 같진 않더군요. 그래도 다른곳으로 옮기려 합니다. 다른이들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것 같아요. 이전까진 일언 반구도 없었지만 얼마전에 이곳이 싫다라고 말한적이 있거든요.
2014.10.26 13:51
마음의 평화를 빌겠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같아요. 종교란...참...
2014.10.26 14:43
가족과 다른 종교를 갖기로 하셨다니... 정말 용기 있는 결단 하셨네요. 옮기신 그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2014.10.26 16:26
2014.10.26 18:48
2014.10.26 18:54
2014.10.26 19:07
본문에 종교를 끊을 수 없다는 설명이 있는데도 굳이 이런 댓글을 다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 건강식은 예의는 안 가르치나 보죠.
2014.10.26 17:09
참 쉽지 않죠. 저 역시 주변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 교회를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냉담자(무신론자)지만... johan님은 부모님께서 장로, 집사/권사시면은 상당히 어려우셨겠어요.
어떻게든 기독교 신앙은 놓지 않으시는 걸 보면 본인 스스로가 기독교에 대해 많이 파고 들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말 하기 전에 이미 그런 고민이나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셨겠지만...
어떠한 것이 나를 신앙으로 인도하는지 탐구하는 게 필요할 시기인 듯 싶네요.
대개 보면 (가볍게 던지는 말로) 기도, 찬양 등의 그 특유의 집회 분위기(+훈육적인 설교)를 좋아하는 여성 신자에 비하면
남성 신자는 이성적으로 판단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떠한 교리적인 부분에 설득 당해야 된다고 보는데,
제가 johan님의 문체를 통해 받은 감으론 비교적 이성적이셔서 절대 신사도스런 분위기에 광탈할 분은 아닐 것 같고....
예컨대 저같은 경우 한때 교의학, 교회사, 구신약학 등 다 관련서적이란 관련서적... 고전부터 현대의 학술적인 것까지 면밀히 훑어본 적이 있어요.
암만 봐도 거기 그 앉아있는 사람들이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무리들로만 비춰졌기 때문에, 저는 교회를 안 다니고 성서와 더불어 관련 책을 읽기만 했어요.
당시에 저는 당장 나와 안 맞으며 이런 별 개소리같은 궤변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면 그냥 아예 끊었겠지만,
기도를 하는 간절한 마음, 견고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정신력과 의지(물론 광신도말고), 알게 모르게 있는 영향력같은 것들에 분명 매리트를 느낀 바 있었거든요.
물론 저는 그 후로 더 책을 읽으면서 식견이 좀 더 넓혀지기도 했고, 역시나 처음 품었던 생각에서 변하지 않고 종교를 아예 안 믿기로 생각이 바꼈지만요.
제가 예전에 알던 저와 비슷한 형님은 저와 비슷한 식으로 독학해서 착실하게 믿게 됐더랬죠. 어지간한 라이트 목회자보다는 빡세게 알 정도로 공부했으니까요.
물론 그 형님은 한국선 교회 안 다닙니다, 외국 살아서 외국서 교회 다니고 있어요 (그 형님 말씀으론 한국선 다닐 가치를 못 느끼겠...)
2014.10.26 20:38
2014.10.26 20:44
2014.10.27 01:02
2014.10.26 21:04
2014.10.26 23:41
2014.10.27 00:38
천주교에서 좋은 경험 가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언제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종교라도 그 본질에서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 - 손해보지 않고 내가 받은만큼만 내 바운더리 안의 사람에게만 베풀겠다는 그런 논리들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 나눔, 종교에서는 세속의 기준과 달리 오히려 못가지고 못배웠지만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더 진리에 가까이 있다는 그런 의식 같은 것들요. 그 핵심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종교의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에 초점을 두어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실망하여 핵심을 놓치지 마시구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사람일 뿐이기에 어떤 곳에도 문제는 있고 한계가 있습니다. 근본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보시고 그것을 따르고자 노력하시면 하루하루 모자란 게 있고 현실에 타협하는 못난 우리더라도 나아질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내 자신, 내 가족의 건강과 안위만을 줄창 비는 좁디좁은 기복신앙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에서는 그 점을 분명히 강조하구요. 가톨릭에서는 내 마음의 안정과 위로만을 받고자 이걸 믿으면 다 편해지겠지 이런 마음으로 믿는 것도 본질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 풍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얻을 수 있지만 (제대로 믿는다면요), 주님의 길을 간다는 것이 쉬운 것이 절대 아니고, 내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정말 너무나도 너무나도 힘든 길이라고 얘기합니다. 마음 속에서 너무너무 미운 사람도 자꾸 생각해 보고 관계에서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 나는 내 입장에서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용서할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러다 또 미워하고.. 하지만 다시 시작하고... 예를 들자면 그런 자기 자신을 깨부수는 일들의 끊임없는 연속인 거죠. 그런 작업이 없이 그냥 주말에 성당에 나가 앉아있기만 하고 다른 모든 면에선 비신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이고 물질과 세속의 명예만을 최고로 삼는 삶을 산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인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그런 모습들에서 비신자들이 실망하고 개탄하는 것일테구요. 오늘날 너무나 많은 종교단체와 종교인들이 그렇게 세속화 되었구요, 그래서 현 교황은 교회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믿는 자들은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르라' 라고 했습니다. 십자가를 피해 이기적이고 안락한 삶만을 추구하지 말고, 그 가시밭길을 따라나서서 실제로 사랑을 내 현실에서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때만이 종교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어떤 종교든지 진정한 종교인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갈등을 했다는 자체가 한번도 그래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그 곳에 한 발 더 다가서 계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
2014.10.27 00:52
옛날 같았으면 1번에 말씀하신 것 같은 이유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서 맑스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획일적인 세상은 아니라서 더 힘든 면도 있는 듯 해요.
그런데 종교의 그늘, 한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시는 것을 보니 약간 안타깝습니다. 무언가 긍정적인 이유로 종교를 가진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가령 나름 설레이는 마음에 이 기도문들을 언제 다 외워야 하나라고 생각하신 게 아니라 진짜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요.
2014.10.27 08:19
근데 왜 관심의 초점이 교회(교회라는 것이 결국 사람들 모임인데.) 자체인지, 하나님이 아니구요. 아무리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도 인간은 인간일 뿐이에요. 인간의 죄성,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요. 물론 신자는 죽을 때까지 "성화"의 과정을 가게 되지만 완성되지 못하구요. 성경 공부가 중요한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하나님이 누구신지, 왜 십자가가 필요했는지. 따라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자들은 어떤 삶의 방향성을 갖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나와있는거라 성경을 제대로 모르고 스스로 판단하면 많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어요. 교회에 문제가 있는건 당연해요. 성경을 봐도 그것이 교회의 역사구 인간이란 거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교회란 어떻게 보면 님에게 제3자인데 우선 하나님과 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심이 기본이고 그게 바르게 서면 교회에 대해, 인간에 대해 감당할 수 있게되고 더 나아가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야 했겠어요? 인간이란 존재를 구제하려면 그것 밖엔 답이 없다는거죠. (그리고 교회도 덜 실망스런 곳도 있더군요. 목사가 우선 성경 말씀 앞에 바로 서 있고, 교회도 성경말씀 앞에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교회 분위기나 돌아가는게 다르더군요. )
2014.10.27 17:27
천주교도 사람이 모인 곳이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점 나쁜 점 다 있을 겁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마시고 신앙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천주교인이지만 가끔 "개신교에 실망했다. 성당에 다니고 싶다" 는 사람에게는 "속는 셈 치고 교회를 바꿔서라도 한 군데만 더 다녀보고 그래도 도저히 안 되면 와라" 라고 합니다.
비종교인이 천주교인이 되겠다고 하면 성당에 데려가긴 하는데 "이 쪽 분위기가 별로면 개신교 교회도 가 봐라, 거긴 교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니 여러 군데 가 봐라. 믿는 법은 여러가지니까 너에게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라고 합니다.
큰 결심하셨네요 끝까지 신앙의 결실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