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절반의 이야기

2012.12.20 19:05

서산돼지 조회 수:3807

아래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의 심기를 건드린 듯 싶습니다. 돈 이야기를 쓰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괜히 써서 자산가 소리를 듣네요. 


많은 분들도 동의하시겠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읍니다. 우선 제가 당면한 문제를 말씀드리면 내년 3월이 되면 제 계약기간이 끝납니다. 백수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여러군데 알아보고 있지만 지금 정도의 조건을 갖춘 자리가 없읍니다. 상당한 수준의 감봉을 감수해야만 갈 수 있는 자리가 있읍니다만 그것도 길게 다닐 수 없읍니다. 아마도 몇년안으로 직장생활을 정리해야 하는것이 명확관화합니다.  제 주변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imf 위기때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직장을 잃었고 아직도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 동문들 많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은 대부분 학생이고 교육비는 계속 들어갑니다.  많은 경우 자식들이 혼인을 하면 부모가 상당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앞으로 들어올 돈은 적고 나갈 돈은 많은 상황입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쓰거나 어떻게 하든 돈벌이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지요.  그 고비를 넘기면 은퇴생활이 기다리고 있는데 20-30년 동안 백수로 살면서 자식에게 손안벌리고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제 또래는 좀 나은 편입니다. 제 바로 밑에 있는 후배들은 제가 보기에도 딱합니다.  예전같았으면 제 또래는 벌써 한두명 톱으로 승진하고 나머지는 퇴직해서 협력업체에 좋은 자리로 가거나 했을텐데 저희 세대가 안비켜주니 승진도 안되고 죽을 맛일 것입니다. 제가 입사해서 처음 한 일이 전무님 퇴직금 계산해주는 것이었읍니다. 사장승진 경쟁하다가 밀려서 퇴직하시는데 그때 그분 44세셨읍니다. 지금 그나이또래면 잘해야 부장이지요. 차장들도 많습니다. 50세 이전에 이사 달지 못하면 옷벗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50에 부장못달면 퇴직해야 한다고들 하더군요.  입사 1-2년 차이인데 승진은 7-8년 이상 벌어진 것 같습니다.    회사가 잘되어야 매출액이 쭉쭉 늘어야 조직도 많아지고 승진자리도 늘어날 것인데 그럴 전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 밑에 있는 후배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저때는 입사 12년차면 부장을 달았는데 요즘은 언감생신 꿈에도 못꿉니다.  MB는 30중반에 이사, 사장 달았다고 하던데 요즘은 오너 직계나 드라마 주인공 아니면 그런 사람없읍니다.  직위가 낮고 위에 선배들이 줄줄이 있어서 권한 행사도 잘못합니다.  그 밑은 공황상태이지요.  제 사무실에 있는 인턴 텍사스 오스틴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석사했는데 월 100만원 받고 일합니다.  능력은 있는 아이입니다만 채용할 수는 없읍니다. 그 아이의 욕구를 우리 회사에서 충족시켜줄 자신이 없읍니다. 채용한다고 해도 오래 다니지 않고 다른 좋은 자리가 나오면 떠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있는 인턴 22살에 버클리 대학 조기졸업한 수재입니다. 1년 있다가 로스쿨간다고 나갔지요.  그나마 이런 자리라도 일하겠다고 공고내면 사방에서 청탁이 들어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가 한달에 수백 들여서 아들놈 과외를 시킵니다만 이대로 간다면 제 아들도 변변한 일자리 잡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요?  제가 중학교때 기계공고 가겠다고 했다가 아버지한테 죽도록 맞았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말씀이 맞았읍니다만....  고등학교 나와서 직장생활 좀 하면 마이홈에 마이와이프와 마이 칠드런을 마이카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지 해외유학시켰는데 월 100짜리 인턴을 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취업하였을때 회사원 평균연령은 30세가 되지 않았읍니다. 지금 40세를 넘습니다.  새사람 채용하고 싶어도 정규직으로는 안뽑습니다. 비정규직 아니면 계약직으로 뽑습니다. 제 친구 아들같은 경우는 아동학습지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서 수습 3개월 하면서  문제집 열심히 만들었는데 3개월 딱 되니까 해고하더랍니다. 그리고 또 수습 뽑구요.  악질적인 회사지요. 경영진이고 화이트칼라고 노조고 간에 똘똘 뭉쳐서 어떻게 하든 회사 오래다닐려고 합니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요.  그렇지만 새 피가 안들어옵니다. 


제가 대학다닐때는 맨날 연애하고 술처먹어도 웬만한 재벌기업 무시험으로 다들어갔읍니다. 제 또래들 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제 후배들은 경제성장율이 한자리로 떨어지니까 경제위기다 할때 취업한 사람들입니다.  요즘 취업난인 것 사실 잘 이해못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신문방송에 취업난이다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 자식이 취직못하는 사람들 아닌다음에는 체감하는 사람 적습니다.  애들이 술먹고 연애하고 게임하고 정신이 빠진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제법 됩니다.  


파이가 커지지 않으니까 기성세대가 파이를 움겨쥐고 뉴페이스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형국입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 피빨아 먹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내가 급하니까 그런 면은 눈감아버립니다.  사회가 점점 나뿐 방향으로 가고 있읍니다.


이러한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는 돈가진 사람이 힘있는 사회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표가 힘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은 사람을 청와대로 여의도로 보내서 제도를 개혁하게 하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2002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남의 고혈을 빠는 집단이나 제도를 개혁하지 못했읍니다. 오히려 불노소득을 노리는 사람들을 더 만들었지요. 로스쿨이니 사교육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참여정부 핵심인사들도 처음에는 안그랬는데 기성세대 닮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MB 5년은 더 심합니다.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지요.  그래서 제가 잃어버린 10년 운운 하는 것입니다. 


사회 여기 저기서 철옹성을 쌓고 사람들의 피를 빠는  것이 보입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니까 어느 정도 물이 흐린 것이야 눈감을 수 있지만 젖먹이 아이부터 영어과외를 시키고 대학 5년 다녀서 해외어학연수 필수로 만들고 그래서 얻은 직장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인 사회에서 의사, 변호사, 학원, 등등  간호원을 하려도 4년제 나와야 하고 안경도 대학나와야 파는 세상.  면세점 가보니 어문학계 석사 전공한 용모단정한 여직원들이 점원을 하고 있더군요.  이런 세상이 정상적입니까? 


그런데 세상이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군요.  20-30대가 표로 결집하여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보고 50-60대가 결집했읍니다.  노령화 사회 다 보니 앞으로 이들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납니다.  이대로 나가면 5년후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자신있게 하실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제 또래가 결집한 것은 저는 이해합니다. 제가 그 가운데 있으니까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고 밑에서는 치고 올라오고 불안하지요.  그래서 밑에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다신 것 처럼 가진 조그마한 것이라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에 전망이 어둡습니다. 당장 사회구성원 하나 하나가 제 이익을 찾다가 전부 같이 침몰해가는 우를 범할 것만 같습니다.  거대한 담론 하나로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잘못된 점을 해소할 수 없으리라고 봅니다.  많은 각론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 후대가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몫은 젊은 세대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먹어서 새로운 것을 익히는 사람 적고 새로운 것은 만드는 사람은 더욱 적습니다.  저도 나이먹으니까 사람이 편협해져서 새로운 것을 잘받아들이지 않고 입과 귀에 달콤한 것만 찾게 되고 생각하는 것을 멀리하게 되더군요.  오늘 몇시간 동안 글을 쓰려니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약간 논조가 달리나갑니다만, 한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을 갖고 전망있는 정치인을 찾아서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정치적 거물로 성장시킬 수 있고 대안을 제시한 사람은 그 밑에서 그 분야에 있어서는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를 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요즘 생각입니다.  40년전 ys와 dj는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읍니다. 우리편과 저들로 나누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읍니다.  홍수가 났을때 가재도구 챙겨서 피하는 사람이 많아야지 이놈의 섞어 빠진 세상 확쓸려 가벼려라 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된다는 말씀이셨읍니다. 그때가 유신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지요.  요즘이 바로 물구경 홍수구경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시기인 것 같습니다.  유신때는 한 사람만 타도하면 되었겠지만 지금은 곳곳에 있는 불노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을 없애가지고는 해결되지 않으니 더욱 더 큰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만 없애면 없앤 사람이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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