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교도소 면회실 

-선재. 자리에 앉지 못하고, 안절부절, 벽을 보다가, 기댔다가, 선 채 허리 굽혀 신발끈 여미는데, 

혜원소리  얘, 
선재 (멈칫 본다) 

-혜원이 의자에 앉으며 웃는다. 더벅머리 오혜원. 
-선재, 벙하니 보며 마주 앉는다. 머리가 왜. 

혜원 (담담) 언니들이, 쥐 파먹은 거처럼 짤라놨어...너 온다구 미용부에 가서 좀 다듬었지.. 어때? 
선재 (아우, 시선 피하며 어쩔 줄 모른다. 나 아무래도 문제 있어. 저 모습에 도발되다니) 
혜원 왜, 이뻐 미치겠어? 
선재 (비로소 찬찬히 보며 웃음) 어울려요. 
혜원 결선 나간다지? 
선재 상금 타올게요. 짱박아 놨다가 비행기표 사야죠. 같이 타구 발라 버리게. 
혜원 좀 그렇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너한테 앵벌이 시킨다구 할 거야. 
선재 부자들 돈은 그렇게 뺏는 거라면서요. 
혜원 어이구, 다 아네. 인제 하산 하여라. 
선재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사이. 

혜원  나 잊어두 돼. 너는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을 다 했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절대 못했을 거야... 그래서 고마워. 그냥 떠나두 돼. 
선재 (웃음)집 비워놓구 어딜 가요. 
혜원 (그런 거니?) 
선재 (가만히 정색) 1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같이 살아는 봐야죠... 어떤 날은 박터지게 싸우구,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같이 뒹굴구, 그런 것도 안해보구 헤어지면, 너무 아깝잖아요. 
혜원 (짐짓 삐죽) 그럼 그러던가. 
선재 (다시 웃음) 뭐 좀 이쁘기도 하니까. 

62. 선재 집 

-문간에 중간 크기 가방 하나와, 백팩이 놓여 있다. 밸래줄과 옷걸이 비어있고. 
-연주하는 선재. 론도 에이 단조. 
-피아노 위에 혜원이 준 손수건. 

선재소리  론도 에이 단조. 이곡을 치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햇빛이 나건, 비가 오건, 기분이 좋건 울적하건, 매일 그날의 얘기를 들려줘요. 또 그게 다 인생이라고 말해요. 모짜르트의 비밀이죠...나직하지만 체념이 절대 아니예요... 

63. 교도소 운동장. 낮. 

-선재의 피아노 소리. 
-삼삼오오 서서 잡담하는 수인들. 
-잔디밭에 쭈그려 앉아 풀꽃을 따거나, 풀잎으로 코끝을 간질이기도. 
-답벼락에 기대 앉은 혜원, 지나가는 여자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인다. 
-부드럽게 지나가는 바람. 구름. 
-혜원, 눈 감는다. 편안하다. 

선재소리  가만히 봐봐, 깊이 보고, 사랑해 봐, 그러잖아요... 아, 이곡은, 치는 게 아니라, 만지는 거래요... 음표가 전부 2770개 쯤이구요, 그 중에 겹화음이 500개 좀 더 되나?...나는 매일 당신을 그렇게 만져요...언제나! 겁나 섹시한 당신. 

64. 선재 집. 

-선재, 계단 내려와, 가방 들고 메고 나간다. 
-자바라 문 닫고, 
-나간다. 

선재소리  다녀 올게요. 

- 빈 집. 선재가 곧 돌아와 혜원을 기다릴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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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c 밀갤 


마지막 줄의 지문이 해피엔딩이라는걸 딱 보여주네요.


그리고 그 빈 집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죠......



이번에 대본 공개 다 되서 차근차근 읽었는데, 대본이 너무 좋다고 읽으면서 느낍니다.


굉장히 섬세하게 감정이나 장면 묘사를 했는데, 종종 소름이 돋을정도로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달아놓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통해 보여주기를 바랬구나...라고 느끼는 장면도 많고...


암튼 참 좋은 드라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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