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3 23:13
- 1949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제 3의 사나이!!! 라고 하면 좀 과하게 멋진 느낌이죠. 영화 내용상으론 그냥 '세 번째 남자' 정도면 충분한데... 뭐 제목의 간지는 중대 사안이니까요. ㅋㅋ)
- 2차대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오스트리아, 빈입니다. 미국인 2류 소설가 홀리 마틴스가 이 곳에 도착한 것은 오랜 친구 해리 라임스가 일자리를 마련해 줄테니 함께 씐나게 일해보자고 연락을 해서였는데... 어익후. 해리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10분 정도 늦으셨네요." 라며 해리의 부고를 듣습니다. 갑작스레 교통 사고를 당했대요. 그리고 바로 장례 중이라는 얘길 듣고 거기로 헐레벌떡 달려가 보니 이미 관뚜껑 닫고 흙 뿌리는 중이었고. 망연자실한 홀리를 주시하던 경찰 캘러웨이는 "니 친구는 범죄자였으니 대충 하고 미국으로 바로 돌아가렴" 이라고 싸늘한 말을 던지는데... 뭔가 미련이 남아 해리네 이웃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던 홀리는 이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여기에 뭔가 음모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특히나 그 집 관리인 아저씨의, "그 곳엔 세 번째 남자가 있었어요." 라는 발언이 결정적이었고 그것이 제목의 의미...
암튼 그래서 우리의 양키 아저씨가 말도 안 통하는 빈의 거리를 활보하며 칙칙한 표정의 소련, 미국, 오스트리아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어두컴컴한 음모를 파해치고, 또 그 와중에 해리의 애인이었다는 안나 슈미트라는 여자랑 썸도 타고 그러는 이야깁니다. 대략은 그래요.
(그 시절 영화 잡지 & 개론서들 읽다 보면 참으로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짤이었습니다. 암튼 우리의 주인공 홀리 아저씨입니다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이렇게 좀 정 가는 표정과 비주얼로 대부분의 런닝 타임을 채웁니다. 살짝 헐랭해요 캐릭터가. ㅋㅋ 옆에 보이는 캘러웨이 아저씨도 좋았구요.)
- 일단 이 영화가 무려 1949년작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선영의 영화 음악실을 들으며 이 영화도 보고 싶고 저 영화도 보고 싶고 모두 다 언젠간 보고 말 거야!!! 라는 야욕을 불사르던 꼬꼬마 시절에도 이미 40년 묵은 영화였어요. ㅋㅋㅋ 지금이야 뭐, 70년을 훌쩍 넘겼군요. 이렇게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다 이승을 떠난 고전 영화를 볼 때면 괜히 랑만적인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다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 '이선영의 영화 음악실' 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톤과 음악이 잘 안 맞습니다? ㅋㅋㅋ 이게 음악으로도 아주 유명한 영화였는데. 아니 음악은 참으로 경쾌하고 해피해피한데 영화는 거의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란 말이에요. 게다가 배경이 전쟁으로 여기저기 막 무너져내린 빈이고 영화 내내 칙칙한 표정의 경찰, 군인, 범죄자들이 우루루 몰려 다니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좀 '이게 뭐꼬?'라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죠.
근데 보다 보니 이게 잘 맞습니다. 일단 영화에 은근히 유머가 자잘하게 깔려 있는 편이구요. 결정적으로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아 그렇군... 이라고 납득이 돼요. 그러니까 이게 많이 시니컬한 이야기라서 말이죠. 그 발랄한 음악이 '이 죄 많은 중생들아...' 대략 이런 느낌으로 들리더라구요 나중엔. ㅋㅋㅋ
(감독 말고 배우 오손 웰즈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근데... 별로 안 나옵니다. ㅋㅋㅋ 임팩트는 확실하지만 분량은 짧아요.)
- 당연히 탐정물 느낌으로 굴러가는 이야기이고. 초중반까지 그 느낌이 아주 잘 살아납니다.
일단 주인공 홀리 마틴스가 진짜 탐정이 아니잖아요. 그냥 글쟁이 일반인이고 그나마 인정 받는 작가도 아니어서 상황이 더 갑갑하고 애잔합니다. 게다가 말도 안 통하고 온통 살벌한 아저씨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동네가 배경인데 주인공은 싸움도 못 해요. ㅋㅋ 그런 가운데 어쨌거나 닥치는대로 탐문이라도 열심히 하고 다니니 뭐 대단한 게 없어도 진지한 탐정으로 보이고. 또 이야기가 특별히 복잡하게 꼬이거나 반전이 막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아도 그 '막막함' 하나 때문에 되게 그럴싸한 탐정물 느낌이 들어요.
거기에 또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게 비주얼입니다. 특별히 세트 같은 거 차리지 않아도 원래부터 그런 상태였던 빈의 황폐한 모습들을 강렬한 명암 대비 & 자꾸만 등장하는 사선 구도로 음침하면서 폼나게 참으로 잘 찍어놨어요. 고전 필름 느와르 그 자체... 인데 그게 아주 고퀄이라고나 할까요.
덧붙여서 고전 명작 대접 받는 영화답게 리마스터도 깔끔하게 잘 해놓아서 정말 그냥 '멋지다!' 싶은 장면들이 참 자주 나옵니다. 그렇게 눈이 많이 즐거운 시간이었구요.
(이것이 바로 그 전설의!!!)
(사선 구도 어택!!! 입니다? ㅋㅋㅋㅋ)
- 이게... 스포일러 안 건드리고 얘기 하기가 참 난감한데요. ㅋㅋㅋ
암튼 중후반의 반전 이후가 여러가지로 많이 훌륭합니다. 주인공이 최종 빌런과 독대하면서 대화 나누는 장면은 비주얼도 멋지면서 배우 연기도 좋고, 이후로 수십년을 살아 남은 명대사(?)도 등장해서 깊은 인상을 남기구요. 마지막에 하수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은 영화 내내 보여줬던 '빛과 그림자' 연출을 극대화해서 몰빵하는 장면들로 이어지며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줍니다. 혹시 영화의 전반부가 좀 느슨하다, 지루하다고 생각할 관객들도 이 마지막 추격전에는 다들 만족하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로, 정말 근사했네요. 거기에다가 그 유명한 라스트 씬까지... 특히 이 라스트 씬은 이선영씨가 음악 틀어줘 놓고 참 멋진 장면이라고 막 칭찬을 해서 더 궁금했던 장면이었는데요. 그렇게 칭찬할만 했구나... 싶게, 참 그 시절 다우면서도 요즘 봐도 충분히 공감할만큼 좋았어요.
(좀 위험한 얘깁니다만, 당시의 빈이 참 이런 영화 찍기 좋은 상황이었더라구요.)
(딱히 세트 같은 거 안 만들어도 도시가 이런 상태였던지라...;)
- 그래서 스포일러 핑계 대며 대충 빨리 끝내겠습니다.
75세 먹은 영화답지 않게(?) 참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비주얼 덕에 낡은 느낌이 별로 안 들고, 오히려 세련되고 화려하단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야기 측면에선 사실 놀라울 건 없는데, 특히 추리/수사물로서는 요즘 시대에 먹히기엔 너무 심플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근데 그게 시니컬함과 휴머니즘을 마구 섞고 거기에 로맨스까지 적절하게 버무려 놓으니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공, 캘러웨이, 안나 + 빌런님까지 캐릭터들도 다들 살짝 기대에 어긋나는 면모를 보여줘서 뻔하지 않은 느낌으로 좋았구요.
뒤늦게 이게 제 3회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까지 받은 영화라는 걸 알게 됐는데. 처음엔 '아니 이런 이야기로 그런 상까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뭐 그럴만도 했네. 라며 납득했습니다. ㅋㅋ 아무리 장르물이라 해도 75년 묵은 영화를 이렇게 낡은 느낌 없이 즐기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즐겁게 잘 봤습니다.
+ 그래서 드디어 이 영화를 본 기념으로 모 영화를 한 번 더 봤습니다. 뭐게요? 퀴즈입니...
++ 왓챠 가입하고 한 주간 등록 영화들을 거의 다(...) 훑으며 만들었던 초기 '보고 싶어요' 리스트에 있던 영화입니다. 리스트에 오래 있었던 영화들을 빨리 봐서 없애자... 는 결심을 하고 요즘 그 기준으로 달리고 있는데요. 아니 오늘 보니 그 찜 리스트가 사라져 버린 겁니다? ㅋㅋㅋ 그래서 왓챠에 대한 분노가 마구 타오르고 있었는데. 방금 확인해 보니 리스트 보는 메뉴가 슬쩍 개편(??)이 되었네요. 전에는 '보고 싶어요'를 누르면 목록이 떴는데 이제는 'W 구독' 이라는 카테고리를 눌러야 나와요. 뭔가요 이 괴상한 개편은.
+++ 그렇게 음악 얘길 늘어 놓으며 시작했으니
간만에 한 번 다시 들어보시죠. ㅋㅋ
++++ 유튜브에 무료로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칠순이 넘은 영화니까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들쑤시고 다니는 홀리를 보며 캘러웨이 아저씨는 계속 야 야 너 적당히 하고 안 돌아가면 큰 일 난다... 라고 경고하지만, 보면 볼 수록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ㅋㅋ 막 상냥하게 구는 건 아니지만 알고 보니 느와르의 부패 경찰은 커녕 아주 사명감 넘치는 열정 아저씨였어요. 오히려 그 와중에 썸 타게 된 해리의 애인, 안나가 한동안 좀 의심스런 짓을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이 사람도 그냥 자기 힘들 때 크게 도와준 해리에 대한 의리를 좀 격하게 지키려는 것 뿐이었구요.
오히려 진짜 빌런은 해리였습니다. 계속 포기하지 않는 홀리를 보고 속이 터진 캘러웨이가 경찰서로 끌고 가서 산더미 같은 증거 자료를 쏟아내며 밤새 프레젠테이션(ㅋㅋㅋ)을 해주거든요. 전후의 혼란 상황에 편승해서 소련측 범죄 조직과 손 잡고 가짜 페니실린을 유통하며 떼돈을 벌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동안 뻘짓 했구나... 하며 빈을 떠나려던 홀리입니다만. 가짜 신분증이 들통나서 빈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안나에게 들이대며 함께 떠나자고 던진 제안을 거절 당하고 씁쓸하게 숙소로 돌아가려다가... 끈질기게 자신을 미행하던 그림자를 발견하고 버럭! 하고 들이대는데, 어익후 이게 뭡니까. 그게 해리였네요. 안 죽었어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일단 해리는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홀리는 또 미국행을 미루게 되죠.
여기서 살짝 부연을 하자면 결국 해리는 경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죽은 사람이 된 거였습니다. 함께 나쁜 짓 하던 동료 하나를 죽여서 자신의 관짝에 넣어 장례를 치렀던 거구요. 홀리가 찾아 헤매던 '제 3의 사나이'는 바로 해리 본인이었던 것. 그러니 이거슨 참으로 맥거핀도 아니고 절묘한 제목이네요. ㅋㅋㅋ
다음 날 홀리는 딱 봐도 해리를 숨겨주고 있을 게 분명한 예전 탐문 대상들(그러니까 해리가 죽었다!고 했을 때 자기들이 직접 해리 시체를 옮겼다고 주장하던 두 남자)을 찾아가서는 그들이 잡아 떼든 말든 "난 어디어디에서 기다릴 테니 해리에게 꼭 전해!!" 라고 말해 놓고는 자기가 말한 그 장소에서 배째라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정말로 나타난 해리와 함께 대관람차를 타고 빈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눠요. 여기에서 니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따지는 홀리에게 해리가 던지는 명대사(?)가 출동합니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이 점처럼 보인다. 이 점 하나가 사라진다 해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만약 점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니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면 어쩔래? 정말로 그 돈을 거절할 수 있나? 소득세도 안 떼는 돈이라고!" (개인적으론 이 '명대사'의 포인트는 소득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
암튼 해리와의 대화에서 좌절을 느낀 홀리는 그냥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데. 이 인간이 해리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걸 눈치 챈 캘러웨이는 '아 네 가시려면 가시구요~' 라면서 앙큼하게도 홀리를 병원으로 데려가요. 그 곳엔 해리가 유통한 가짜 페니실린 때문에 다 죽어가는 어르신, 젊은이, 어린 아이들이 병실을 메우고 있었고. 결국 홀리는 "그래 너님이 이기셨네요!!!" 라며 해리를 유인해서 체포하는 작전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먹죠. 대신 불법 체류자인 안나를 체포하지 않고 안전하게 다른 도시로 보내준다는 조건을 걸어서요. 자기가 이렇게 해주는 건 비밀로.
그래서 영문을 모르고 신나게 기차에 올랐던 안나는 기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자길 지켜보다 휘리릭 사라지는 홀리를 발견하곤 기차에서 내려요. 그래서 상황을 대략 눈치 채곤 홀리에게 마구 화를 냅니다. 니가 어떻게 해리에게 그럴 수 있니!!! 그러고선 기차 탑승을 거부하고 사라지네요. 인생 허망해지는 홀리구요. 어쨌든 해리 쪽 사람들에게 대충 전언을 남기고 한밤중에 술집에 혼자 앉아 해리를 기다리는데... 알고 보니 의지의 인간이었던 안나가 나타나서 "야 너 정말 이럴래!!!" 라며 마구 화를 냅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경찰에게 해리를 넘길 수 있냐!!!" 라는 대사를 치는 순간에 해리가 술집에 들어오다 그 말을 듣고 멈칫. 하며 권총을 꺼내들구요. 주인공이 총 맞으려나... 하는 순간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해리를 그냥 도망가다가 저번과 같은 수법으로, 맨홀을 통해 하수도로 사라집니다.
빛과 그림자가 마구 교차하는 멋진 추격전 장면이 한참 벌어진 후 결국 해리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되자 쫓아온 주인공에게 의미 심장한 표정(대충 '그냥 쏴라. 차라리 죽을래' 라는 느낌입니다)을 보인 후 총에 맞아 사망. 다음 날 또 다시 해리의 장례식이 거행되구요. 참석자도 영화 처음과 같습니다. 홀리와 캘러웨이와 안나. 당연히 안나는 장례식 후 쌩~ 하고 혼자 걸어가 버리고. 홀리는 캘러웨이의 차를 얻어 타고 공항을 향하다가... 걸어가는 안나를 보고는 내려 달라 그래요. 그래서 길 한 쪽에 기대 서서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안나를 기다립니다만. 안나는 홀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단호하고 타박타박 걸어와서는 화면 밖으로 샥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홀로 남은 홀리가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나요.
2024.03.24 00:04
2024.03.24 10:10
네. 평화롭게 살던 스위스가 남긴 건 고작해야 뻐꾸기 시계 뿐이었다... 라고 빌런이 시니컬하게 얘기하죠. ㅋㅋ
와. 어린 시절 추억의 명사였는데요. 부럽습니다!!
소설이 있긴 한데 '원작'이라기 보단 영화 각본을 위해 쓴 이야기라고 위키에 적혀 있네요. 그러니까 그냥 영화가 있고 그것의 소설 버전이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알리다 발리가 안나 슈미트 맡은 배우 이름이었군요. 저는 본 작품이 이것 뿐이라... ㅠㅜ 루키노 비스콘티 영화는 '베니스에서의 죽음' 밖에 본 게 없어요. '흔들리는 대지'가 가장 유명했던 것 같지만 안 봤구요. 세상에 볼 게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하하;
2024.03.24 06:43
2024.03.24 10:12
으윽 하수도 투어라니. 정말 어지간히 비위가 좋은 이 영화 마니아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겠는데요. ㅋㅋ 사실 헐리웃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이 하수도를 헤매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그 생각을 합니다. 저건 실제 하수도가 아니다 저 물을 다 깨끗한 물이다... ㅋㅋㅋㅋ
문고리에 배달우유 봉지라니 왠지 귀엽네요. ㅋㅋ 영화 속에서 비엔나가 워낙 멋지게 (황폐하지만!) 나와서 한 번 투어 돌아볼만 할 것 같아요.
2024.03.24 07:37
이영화 스포가 너무 유명해서 스포 모르고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도 걸작이지만
2024.03.24 10:12
사실 스포일러를 모르고 보기가 힘든 영화죠. 왜인지는 설명 안 해도 다들 이해하실 것 같고. ㅋㅋㅋ 저도 가장 중요한 건 다 알고 봤지만 재밌었습니다!
2024.03.24 07:45
수십번은 본거 같은데, 명작이니까 긴 말은 필요없고.....다만 볼때마다 전쟁으로 박살난 패전국에 승전국+양키들이 들어와 영화를 찍고 있으면 사람들 기분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이 세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참 볼 때마다 스산하더군요
2024.03.24 10:14
그게 좀 그렇죠. 박살난 남의 나라 도시에 가서 "우와! 세트 만들 필요도 없네!!" 라며 신나게 영화 찍었을 영화쟁이들과 그걸 바라보는 시민들... ㅋㅋ 근데 실제 영화 촬영은 엄청나게 강행군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보면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로 그렇게 황폐하고 치안 안 좋은 도시에서 밤장면을 왕창 찍어가며 만들었으니까요.
2024.03.24 10:30
치타라고 하나요. 그 악기로 연주된 주제곡이 빠른 거 같으면서도 우울한 분위기에도 어울리고.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영화팬들에겐 각인이 된 거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다시 본 영화 퀴즈 답으로 저는 알리다 발리 때문에 전에 리뷰 쓰신 '얼굴없는 눈' 아닐까 했는데 댓글을 보니 아닌가 봅니다? 알리다 발리는 저는 '패러딘 부인의 사랑'에서 미모를 확실히 확인했네요.
2024.03.24 10:35
담당 음악가님 캐스팅 스토리도 재밌더라구요. 영화 촬영 갔다가 현지에서 그 양반이 연주하는 걸 듣고 바로 꽂혀서 즉석 섭외했다고. ㅋㅋ 나중에 독자적인 음악가로 성공은 못 하셨다지만 뭐 이런 클래식을 남기셨으니 회사에서 로열티만 제대로 챙겨줬어도... 챙겨줬겠죠...? ㅋㅋ
퀴즈 답은 금방 공개하겠습니다! 지금 다다다 적고 있어요. 하하.
2024.03.24 14:01
제가 이 영화를 TV에서 더빙판으로 봤을 때 알리다 발리 더빙을 이선영님이 했었습니다. 조셉 코튼은 배한성, 트레버 하워드는 최응찬, 오슨 웰즈는 노민.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이런저런 일화도 많이 알려진 영화인데, 그 중 안톤 카라스 관련해서 제가 재미있게 읽은 일화 2가지만 써 봅니다.
-80년대에 007 영화를 여러 편 감독한 존 글렌이 [제3의 사나이] 때 크레딧에도 오르지 않은 아주 어린 음향 편집 조수였는데,
글렌이 어느 인터뷰에서 얘기한 일화: 안톤 카라스를 비엔나에서 영국으로 데려왔는데 카라스가 영국 음악가 노조원이 아니라서 노조는 카라스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라스는 킹스 로드에 있는 감독 캐롤 리드의 집에서 작업을 해야 했음. 글렌이 필름을 리드의 집으로 가져가서 카라스가 작업할 수 있도록 필름을 돌리려고 함. 그런데 전원을 넣는 순간 집의 모든 조명이 나가 버림. 글렌이 두꺼비집의 퓨즈를 교체하고 다시 시작했는데 또 조명이 나가 버림. 글렌이 집사에게 못 하나 달라고 해서 퓨즈 대신 못을 끼우고 나서 작업 진행. 나중에 킹스 로드를 지나다가 글렌이 아내에게 "아직도 두꺼비집에 그 못이 있을지 궁금하네."
(사실 이건 재미있는 얘기이긴 한데, 두꺼비집에 퓨즈가 아닌 다른 금속 끼우는 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카라스는 리드 장례식 때 비엔나에서 날아와 지터로 해리 라임의 테마를 연주했습니다. 관이 교회 밖으로 나서는 순간 우연히도 경찰 사이렌이 들려와서 기가 막힌 효과를 냈다고.
2024.03.24 20:45
아 그랬군요. 본인이 직접 연기도 한 영화라서 더 애정이 깊으셨던 걸까요. 라디오에서 이 영화 라스트씬 칭찬을 하던 이선영씨 목소리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ㅋㅋ
저렇게 커다란 스케일은 아니어도 저도 비슷한 짓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중딩 때 쓰던 8비트 컴퓨터의 퓨즈가 터져 버려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어쨌든 전기만 통하면 되겠지?' 라고 거기에 그냥 전선 뭉치를 어찌저찌 넣어서 썼던... ㅋㅋㅋ 기적적으로 컴퓨터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버텨줬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식하게 용감했던 추억이네요.
이 영화가 카라스의 인생을 바꿨기 때문일까요. 끈끈한 정이었네요. 이 영화는 리드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하니 여러모로 뜻깊은 장례식이었겠어요.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1, 이 영화는 오래전 영화써클에서 자막 없는걸로 본거 같아요. 아니면 TV에서든가요. 둘 대화간에 '스위스 뻐꾸기 시계' 이 말이 나올거여요 :)
2. 이선영이 MBC 아나운서 였다면 제 친구 누나분이셔요.
3. 원작이 그레이험 그린이네요. 알리 다발리도 추억의 이름이어요.
이 영화에서 알리 다발리가 파멸하는데 제가 '붕괴'했어요. 보고나면 엄청나게 낙담하시게 되요ㅠ.ㅠ
센소 Senso (1954)
오페라적 장중함을 과시하는 영화로 리얼리즘을 탈피한 탐미주의적 연출이 돋보인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실제 역사적 흐름을 주인공에 행적에 은유했다. 비스콘티에게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져다 준 첫 번째 영화다.
본래 비스콘티는 잉그리드 버그만과 말론 브란도를 캐스팅하고 싶어했다.
루키노 비스콘티 - 나무위키 (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