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중에서)

송경동의 이 시가 떠오른 건 ‘조국사태’ 때문이다. 이 사태 한가운데 386 권력자들의 위선과 이중성, 학벌주의가 있다. 수년 전 ‘자칭 맑스주의자’가 누구냐는 세속적인 질문을 했을 때 송경동은 웃기만 했다. 최근 부모 병간호로 현장을 잠시 떠난 마당이라 발언을 삼간다는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386이나 운동권과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려는 시였죠.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민중을 대상화하며, 혁명보다는 혁명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요. 현장에 잘 오지도 않았어요. 자기 실현을 위해 무던히 애쓰던 이들은 모든 걸 권력 중심으로 생각했죠.”

시 다음 구절은 이렇다.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2001년 등단한 송경동이 낸 시집은 세 권뿐이다. 시인 타이틀을 달고 정작 운동가로 줄곧 살았다. 시를 쓰며 살기 힘든 세상이었다.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줄곧 경찰, 검찰, 법원을 오갔다. 그는 촛불광장에서 여러 활동가들과 노숙하며 촛불 이후 과제를 고민했다.

...하략...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222025015&code=990507#csidxe8d9f667a0efc9db22156c40bfb5ffe 

---
그냥 전재하고 손배할까 싶을 정도로 좋은 칼럼이지만 클릭 한번 하는게 대단한 수고는 아닐테니, 다들 읽어주시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절약한 배상금은 송경동 시인의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을 게시판 여러분께 선물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하는데 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5
110002 일주일에 하루 단식하면 살좀 빠질까요? [23] 무비스타 2011.01.07 11625
110001 김태희 "발"연기.swf (주의: 자동재생) [5] the end 2011.01.07 4795
110000 밤식빵, 구글의 개인정보 불법수집, 그리고 소심한 주절 [10] 라면포퐈 2011.01.07 2323
109999 근데 언제부터 노조의 유니언숍 조항이 근로자에게 대표적인 독소조항이었죠? [5] DH 2011.01.07 1843
109998 정용진 ‘경주 최부자’ 다큐 튼 까닭은 [2] 프로스트 2011.01.07 2148
109997 저도 싫은 거 하나 밝혀도 되나요 - "거기서 거기" 논의의 함정 [15] loving_rabbit 2011.01.07 2550
109996 [듀나인] 원룸 이사 견적? [8] 서리* 2011.01.07 2586
109995 (아침부터 바낭)수목극 프레지던트 작가분에 대해서요... [10] 수지니야 2011.01.07 2710
109994 [바낭] 정몽준 FIFA 부회장 선거 패배, 게으름뱅이 초침 [2] 가라 2011.01.07 1973
109993 [사진] 지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위성에 의한 태양 일식 사진 [10] 엔딤 2011.01.07 2556
109992 해외 여행지 질문.. [5] 녹색귤 2011.01.07 1650
109991 롯데월드 놀이기구 고장…30m 상공서 '아찔' [6] chobo 2011.01.07 3056
109990 산사나무 아래 기대되요 [5] amenic 2011.01.07 1761
109989 [바낭] 새해결심 [5] 레사 2011.01.07 1250
109988 마이 프린세스 감상 [9] 감동 2011.01.07 3642
109987 노래로 자유시장경제 이념 전파 [8] 지가 2011.01.07 1875
109986 해당 음식의 본질보다 더 좋아하는 옵션들. [29] 자본주의의돼지 2011.01.07 3048
109985 왜 멸종 위기의 동식물은 따로 보호해야 하는가. [26] 엔딤 2011.01.07 3900
109984 영국적인 비터스윗_닥터후_달렉 [9] settler 2011.01.07 2906
109983 팔자 핀 황금목소리 노숙자 [5] 가끔영화 2011.01.07 239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