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과녁, 기다림)

2019.10.02 05:52

안유미 조회 수:521


 #.젠장...잘수가 없네요. 잘까 했지만, 그냥 이대로 버티다가 조커를 조조로 보려고요. 점심에는 한정식집 예약이 되어있고 그후엔 예쁜 강사랑 pt가 있어서 뺄 수 있는 시간이 하나도 없어요. 하루종일 스포를 피해다니는 것도 싫고 해서요. 


 요즘은 한식이 좋더라고요. 중식이나 양식이면 그냥 안가도 되는데 가짓수도 많고 기름지지도 않은 한식은 먹고 나서도 몸이 편해요. 


 어쨌든 심심해서 일기나 쓰는데, 무슨 얘기를 쓸까요...투덜거리는 얘기는 너무 많이 썼으니까 여러분도 듣기 싫겠죠. 페미니스트 욕하는 얘기는 이미 유행이 끝났으니까 재미없고. 환경주의자 욕하는 글을 쓸까 하다가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채식주의자 욕하는 글을 써볼까요? 하지만 뭘해도 누굴 욕하는 얘기뿐이군요. 그냥 돈 얘기나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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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사는 건 정말 괴로워요. 돈이 없으면 당연히 괴롭고, 돈이 있으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가지면 자유로워진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완전 틀린 말이예요. 돈은 많으면 많아질수록 가진 사람을 점점 불안해지도록 만드는 거거든요. 

 


 2.기본적으로 돈이란 건 그래요. 목돈을 몇 년에 걸쳐 받는 것과 한번에 몰아서 받는 것...둘중 하나 고르라면 당연히 한번에 몰아서 받는 게 낫죠. 같은 액수라면 몇년에 걸쳐 받아봐야 생활비로 쓰여지고 끝이니까요.


 하지만 목돈을 한번에 받으면 생활비로 약간만 빼놓고 나머지 돈은 노동을 시킬 수 있거든요. 내가 노동을 하는 것과 돈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둘중 하나 고르라면 당연히 돈에게 노동을 시키는 게 나으니까요. 이정도는 누구나 알고있겠죠.



 3.문제는, 투자라는 건 총을 쏘는 것과 비슷해요. 총을 쐈으면 반드시 과녁에 맞춰야 하고요. 하지만 수억원대의 전세금이라던가 퇴직금 같은 목돈을 난생 처음으로 손에 쥐어본 사람이 투자를 하러 나서면? 


 거의 반드시 총알을 헛되이 날리게 되거든요. 10점 과녁은 커녕 8점, 5점, 1점 과녁에도 못 맞추고 과녁을 벗어나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단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처음으로 총을 손에 들어본 사람이 첫발부터 과녁을 맞추는 건 힘드니까요.


 일단 사람들의 문제...사람들의 처지의 문제...사람들의 습성의 문제는 이거예요. 대개의 사람들은 총을 쏠 기회가 왔을 때 한번밖에 쏠 수 없단 말이예요. 개인이 손에 쥐는 자본금이란 게 그렇거든요. 한번에 수십억원이 생긴 게 아닌 이상은, 대개 딱 한번 투자를 하면 끝나버리는 수준의 자본금이 손에 들어와요. 그리고 설령 한번에 몇억원이 들어와도 그걸 나눠서 쏘려고 하지 않는 게 인간의 습성이거든요. 보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에 손대려고 하죠.



 4.휴.



 5.아마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5억원이 생겼다면, 5억원짜리 총알을 쏴서 10점 과녁에 맞추면 대박나는 거라고요. 그들은 5천만원짜리 총알을 열 번 쏴서 열번 다 10점 과녁에 맞추는 것보다는 5억원짜리 총알 한발을 잘쏴서 10점 과녁에 맞추는 게 더 쉬울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딱 한번 총을 쏠 기회가 주어졌을 때...타고난 실력자이거나 운이 좋지 않은 사람은 10점은커녕 아예 과녁을 못 맞추는 법이거든요. 왜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을 쏴보는 거니까요. 5억원이 생겼다면 5억원짜리 총알 한발이 아니라 5천만원짜리 총알 열발이 생긴 거라고 생각하는 게 나아요. 



 6.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또 이런생각을 하죠. 총을 한번도 쏴보지 않은 자신이 직접 총을 쏘는 것보단, 총을 여러번 쏴본 사람에게 총알을 맡기면 어떨까 하고요. 총을 잘쏘는 사람에게 말이죠.


 이건 기본적으론 옳은 생각이긴 해요. 하지만 거기서부터 괴리가 발생하는 거죠. 왜냐면 총을 대신 잘 쏴줄 사람을 찾아내서 총알을 맡기는 일은, 당신이 총을 직접 쏴서 과녁을 맞추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것만큼'어려운 게 아니예요. '것보다' 어려운거죠.


 

 7.일단 총을 잘 쏘는 사람을 만나는 건 힘들어요. 자신이 총을 잘 쏘는 사람이라고 거짓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만나기 쉽지만요. 왜냐면, 자신이 총을 잘쏜다며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니거든요 그런 놈들은. 그놈들의 목적은 남이 어렵게 번 돈, 어렵게 모든 돈을 꿀꺽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맡기면 안되는거예요. 왜냐고요? 돈을 맡기라고 당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건 돈을 맡겨선 절대 안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돈을 맡기기에 좋은 사람은 당신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고요.



 8.당신이 남에게 돈을 맡기려는 마음이 든다면 한번 이걸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당신의 돈을 안갚는 사람을 좆되게 만들 능력이 있는지 말이죠. 당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면 상대에게 돈을 꿔줘서도 안되고 돈을 맡겨서도 안 돼요. 


 남에게 돈을 맡기거나 꿔주거나 해보면 알게 되거든요. 평소에 존나 만만하게 보였던 놈에게서도 돈을 회수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말이죠. 내가 좆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던 놈도 사실 붙어보면, 좆되게 만들기 힘들다는 걸 말이죠.



 9.그리고 법이란 게 그렇거든요. 법이란 건,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아요. 이상하게도 법의 도움을 받는 건 나쁜놈들이거나 꼼수를 쓰는 놈들인 경우가 많아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은 이중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법에 의해 벌도 안 받으며 살지만 도움받을 것도 별로 없다는 뜻이예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좋은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법에 의한 혜택도, 페널티와도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는 거죠.


 왜냐면 법이 보장한 혜택을 받거나 방어권을 얻는다는 건 대개 '이미 무언가를 저질렀기'때문에 적용되는 거거든요. 어떤 나쁜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사건에 휘말려버린 경우엔, 묘하게 법이 도움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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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우리은행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복 빼입고 은행에서 일한다고 해서 도둑놈이 아닌 건 아니예요. 그러니까...스스로 총을 쏘는 수밖에요.


 그야 총알을 가지게 되면 연습 사격같은 건 감질나서 하기 싫겠죠. 총알을 가지기 전엔 '이런 연습 해서 뭐하겠어.'라는 마음이 들어서 어차피 안했을 거고요. 어서 빨리 진짜 총알을 가지고 총을 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글쎄요. 어느날 총알을 얻게 된다면 진짜 총알로 총을 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면서 연습사격을 좀 하는 게 좋다는거죠. 물론 그러긴 힘들어요. 당신의 손에 총이 쥐어진다면 이런 생각이 들거니까요. 


 '저기 보이는 저 과녁이 가까워 보이는데. 제일 가까운 날이 오늘 아닐까? 내일이면 더 멀어져 있는 거 아닐까? 내일이면 더 맞추기 힘든 과녁이 되는 거 아닌가?' 뭐 이런 생각들이요. 하지만 아니예요. 과녁이 가장 가까운 날은 아직 오지 않은거거든요. 참고 기다리다보면, 총을 잘 못쏘는 사람이라도 확실하게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과녁이 가까워지는 날은 분명히 오긴 와요. 이정도 거리라면 초보자라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과녁이 가까워지는 날...주위의 사람들이 총알이 없어서 과녁만 보며 입맛 다시는 그런 날을 기다리면 되는 거예요. 총알은 모았지만 총을 잘 쏠 자신은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건 그거거든요. 과녁이 눈앞까지 오는 걸 기다리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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