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5 14:30
아래글 보고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였는데 그녀는 기본적으로 팔이 심하게 안으로 굽는 성향이었어요.
가족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챙기는. 본인은 월급 아끼느라 대학가 보세 옷집에서 싼 옷들만
사입으면서도 자기보다 더 잘 버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수십만원짜리 브랜드 점퍼를 막 사주는 그런 타입이었죠.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자신보다 늘 가족을 먼저 챙기곤 했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여자 친구 옆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약간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가족에게 하는 건 제가 뭐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이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동창 남자애들에게까지 적용되더군요.
당시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남자 동창이 두 명있었는데 그 친구들을 챙겨주는 게 남달랐습니다.
가족들에게처럼 물질적으로 뭘 해주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떤 얘길하다보면 유난히
그 친구들을 두둔하는. 한 번은 그때문에 제가 한소리 했습니다.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걔들을 두둔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저와는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 친구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관계가 이어진 것 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자기사람'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평소 트러블이 많다거나 밍숭맹숭한 사이가 아니고 오랜 시간 다툼없이 서로를 잘 챙기며 하하호호 하는 사이었기에
여자친구의 그 말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뒷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느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성향또한 여자친구의 개성일 뿐인데 괜히 제가 확인하려고 긁어 부스럼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 성향이 원래 그런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서운하더라도 나 역시 여자 친구에게 100% 만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냥 피해가는 지혜가 필요했던 건데 그땐 어려서 그걸 깨닫지 못했던 게 후회되더군요.
만약 그런 지혜가 있었다면 지금은 정말 남이 된 그녀에게 조금 더 괜찮았던 기억만을 남겨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이 얘긴 남녀관계에서 모든 걸 확인하려들면 결국 피곤해진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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