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18:12
얼마 전 [내 주변의 친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Joseph&document_srl=13630045 )
제게는 아주 친한 문재인 지지자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이고, 저와는 가장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절을 같이 한, 고락을 함께 한,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죠.
전남 출신인만큼 그 지역 특유의 정서를 공유하는 분이고,
원래는 흙수저에 가깝지만 엄청난 hard-working person이자 사회적인 성공을 엄청나게 갈망하는 사람이고,
그 결과 이제는 굳이 나누자면 중상 이상은 되지 않나 싶은 사회경제적 계층에 속합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이 분의 품성은,
어떨 때는 좀 우스꽝스럽다 싶을 정도로 매우 솔직하고 숨기는 게 없으며,
굳이 따지면 사회 중상류층에 이젠 속하면서도 그 계층 특유의 선민의식이나 시기, 굳이 염치 없는 짓을 하면서 더 잘 되려는 꼼수가 없는 점입니다.
결혼도 하려면 얼마든지 잘 사는 집이랑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강남에 집 한채 살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고 외곽에 사는 게 이상하다 생각치 않으며,
애들도 선행이다 이런 데 시간 쓰지 않고 잘 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졌죠.
사회적 인정이나 경제적인 reward 모두 최상급의 좋은 직장에 다니지만 정서적으로 아웃사이더에 가깝고, 저는 이를 흙수저 출신의 피해의식과 주변부의 정서라고 이해합니다.
뭐 어찌 보면 이런 정서는 저랑도 닮았고, 그래서 더 친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그때는 저와 그분 모두 정말 너무나 힘겹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정치에 별 관심 없던 저에게 (사실은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굳이 문 대통령에게 투표를 하라고 고기까지 사줬던 분이기도 합니다. ㅎ
바쁜 와중에 나꼼수도 듣던 게 생각나네요.. ㅎ
물론 2017년 대선도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 분이 그런데 요새 좀 달라졌습니다.
사실 저는 친구들과는 정치적인 얘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이 분의 문재인 대통령, 현 여권을 향한 감정을 알기에 굳이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먼저 얘기를 꺼내지도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먼저 조국 씨에 대한 큰 실망과,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많은 회의를 내비치더군요..
상식적인 사회를 원한다고..
아마 문 대통령이나 조국 씨는 아직도 자한당-언론-검찰이 한 패가 되어서 자신들을 두들겨 패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 전쟁에서 기필코 이기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문 대통령과 조국 씨가 벌이고 있는 전쟁이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고, 지금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국 장관 임명에 비판적인, 상식적인 지지층"과의 싸움이라고 시간이 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더불어 갈수록 이런 지지층들을 실망시키고 내치면서 맹목적인 지지자들과만 함께 가려고 하는 이 정권이 미워지네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앞으로 조국 씨가 사퇴하든 그렇지 않든 문 대통령과 조국 씨는 이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자신들의 문제점이 뭔지 결코 진심으로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을 거 같다는 점입니다.
아마 설사 조국 씨가 검찰 수사 결과와 여론에 떠밀려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두 분 모두 이것을 자한당-언론-검찰과의 전쟁에서의 패배로 볼 뿐, 자신들의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검찰 탓을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건대 그 분들은 뭐가 문제인지 진심으로, 정말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맹목적 지지자들과 나머지 국민들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고, 아마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10.03 18:30
2019.10.03 18:38
북한 문제와 검찰개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문제는 문 대통령이 control할 수 있는 영역보다 그렇지 않은 영역이 훨씬 큰데, 이것으로 성과를 거두길 - 그것도 단기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멍청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 검찰 개혁은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다수가 지적하듯이, 정권의 지지와 힘이 가장 압도적인 정권 초에 한다고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정도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사퇴할지 말지도 모르는, 그 자신이 온갖 도덕적, 법적 결함을 안고 있는 사람이 법무부장관으로서 추진해서 결국 성공시킨다?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2019.10.03 18:50
1. 그게 멍청한 생각일지, 정부측에서 나름 그런 판단을 할만한 정보가 있는지는 차후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죠.
2. 어차피 연말에 패스트트랙이 걸려있고, 이게 통과되면서 거기에 발맞춰 몇 가지 개혁조치가 이뤄지면 할말은 있지요. 그리고 전 성공이라고 한 적이 없어요. 일정한 성과라고 했죠. '결국 성공'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정도의 성과는 어차피 현 의회구조에서는 불가능해요.
2019.10.03 19:12
현 의회구조를 탓하는 것은 (1) 이미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지금에 와서 뒤늦게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2) 더구나 조국 씨 같은 인물을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내세우면서 여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말 검찰 개혁의 성공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10.03 19:42
검찰개혁이 중요하긴한데, 타이밍이 어려웠죠. 정권초기에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검찰이 주역할을 해야하는 적폐청산을 할 수 있었느냐...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리고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다는것은 Joseph님의 판단이지 팩트는 아니죠. 어쨌든 사법개혁 법안은 패스트트랙에 실려있고, 연말이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저도 조국을 내리고 다른 인물을 기용했었어야 한다고 보지만, 그것 역시 저와 Joseph님의 의견이니까요. 조국이야말로 적임자이며, 조국수호=검찰개혁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결국 이건 그냥 이미 상호간에 설득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있는 조국에 대한 입장차에 불과한거죠.
나아가 속마음이야 어떻게 알겠어요. 저야 진정성이 있고, 그 진정성의 과도함이 오히려 문제라고 보는 입장인지라... 이것 역시 결국 결과로 판단할 문제죠.
그리고 여권이 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하는 말 입니다.
2019.10.03 20:02
1) 당연히 적폐청산을 손해보면서 할 생각을 했어야 하는 것이었죠. 검찰 개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말입니다. 앞으로도 검찰개혁이 특수부의 힘을 빼놓는 것을 포함해 진행된다면 당연히 앞으로 지금까지 특수부가 담당해온 정치권, 경제 관련 수사가 지금 정도로 effective하게 이루어질 수 없죠. 금태섭 씨가 말했듯이 말입니다. 지금과 수사의 효율성이 똑같길 바란다면 검찰 개혁은 하지 말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때 검찰 개혁을 안 했다는 것은 적폐 청산에는 검찰 개혁보다는 특수부의 힘이 더 중요했다는 가치 판단을 한 것인데, 그 적폐청산이 야권을 목표로 했던 것이었기에 검찰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입니다. 진정성이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믿기에 저는 성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2) 집권 초기가 아닌 지금이 검찰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시기라는 점은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금태섭 씨와 천정배 씨를 비롯한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하는 말입니다. 팩트이다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가치 판단의 영역이고 결코 팩트로 증명될 수도, 팩트가 아니라고 증명될 수도 없는 영역이죠.
3) 그렇겠죠.. 어쩌면 검찰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을 김기춘, 우병우, 김학의 씨야말로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보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고, 저는 아니라고 보지만 결국 이건 그냥 상호간에 설득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김기춘, 우병우, 김학의씨에 대한 입장차에 불과하겠고, 이것 역시 결과로 판단될지도 모릅니다.
2019.10.03 18:37
검찰개혁에서 일정한 성과가 생기면, 총선 전에 조국이 성과를 거둔만큼 이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식으로 현 국면을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웅동학원과 사모펀드 건으로 조국 본인이 기소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요.
정권이 바보는 아니니까, 당연히 '문재인 지지, 조국 반대'인 사람들의 존재를 모를리 없고, 그들을 포기하고 총선을 치룰 수 있다고 생각할리는 없죠. 다만 현재의 정세에서 조국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직접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길이라고 판단했을겁니다. 대신 총선전까지 북한문제와 검찰개혁이라는 양대축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둠으로써 이들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겠죠. 만약 '문재인 지지, 조국 반대' 집단이 자한당 지지로 넘어갔으면 조국 포기도 고려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