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5 23:09
애초에 평화로운 게시판에 망글하나 올려서 파이어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몇몇 분들이 감정상해 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 별 것도 아닌 걸로 쟤들 왜 저러고 치고받고 싸우냐고 느끼실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겠지만 나름의 소영웅주의의 발로로 논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게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의 논쟁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최초의 제 문제제기는 (어떤) 프로포즈는 결혼이 결정된 뒤에 하는데, 시기상 이상하고 프로포즈하는 남자로 하여금 거짓에 가까운 '진심'을 강요한다, 이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는 공감을 표시하셨습니다만, 일부는 사생활이므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사후 프로포즈가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문화 현상 일반에 대한 비평은 제3자에 대한 간섭이 아닙니다. 댓글로도 단 바 있지만, 제가 만약 장동건의 고소영에 대한 프로포즈를 특정하여 그 프로포즈의 이상함을 주장했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오지랖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사후 프로포즈가 상당히 널리 퍼진 문화인 것으로 보이고, 많은 예비 신랑이 원하지 않는 사후 프로포즈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후 프로포즈는 충분히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그 문화에서 논쟁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 입장에서는 '제3자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후 프로포즈가 제 생각과는 달리 일부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 주장은 허물어질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신뢰성 있는 조사는 없는 듯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후 프로포즈의 맥락에 대하여 설명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의외로 결혼하는 커플들이 결혼의 결정이라는 부분은 두루뭉술 넘어가고, 바로 바쁜 결혼 준비 단계로 넘어가 버린다는 겁니다. 따라서 프로포즈의 기원과 어원을 생각하면 좀 이상하지만, 결혼의 결정 단계를 확실하게 하고 둘의 애정과 다짐을 확고하게 하는 차원에서 사후 프로포즈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프로포즈의 기원과 어원에 집착하기 보다 의식의 취지를 강조합니다.
저는 일리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위의 취지라면 약혼식이라는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형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분들이 말씀하시는 취지에 더 부합합니다. 그러면 현재에 약혼식은 약화되고(제가 보기에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이고), 프로포즈가 주도적인 의례로 나타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몇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제 생각에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마도 "프로포즈가 예비신부의 판타지에 더 잘 부합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근거는 직관에 의존하기는 하는데, 제 생각에는 많은 남자들은 약혼식이든 프로포즈이든 (심지어 결혼식이든) 이러한 의례에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상대방이 원한다가 답이 될 거라는 겁니다. (이 주장에 최근 격화되고 있는 여성비하나 "무개념" 논란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사후 프로포즈라는 의례는 이 지점에서 예비 신부가 원하는 "연극"이 됩니다. 부연하자면, 프로포즈의 주된 형식이 "우리는 사랑하고 앞으로 결혼할거야"가 아니고, 일방의 "(이미 결혼하기로 했지만) 나랑 결혼해 줄래"와 그에 따른 승낙과 정서적 동요이기 때문에 연극이라는 겁니다. 많은 의례가 있고 대부분의 의례들은 특정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사후 프로포즈는 유독 명시적으로 거짓말(도덕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거짓말이 아니고, 결혼이 결정된 상태에서 결혼의 승낙을 묻는다는 의미에서)을 해야한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사후 프로포즈가 이상하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화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 프로포즈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프로포즈 특유의 남다른 유용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많은 의례와 마찬가지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방법은 내가 프로포즈를 원한다는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입니다. 너무 나가지 않았나 하는 걱정은 들지만, 아무튼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러면 프로포즈를 원하는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의 결혼이 지구상의 수많은 결혼 중 단지 하나가 아니라, 둘의 사랑으로 특별해지고 유일해지는 결혼을 원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고, 프로포즈는 그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극적인 형태라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내 결혼에는 극적인 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그야말로 연극으로라도 극적인 순간을 만들고 싶은 감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극적인 형태가 하필 (일반적으로) 남자의 구혼 - 여자의 승낙인지에 대해서는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또다른 주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2014.04.15 23:23
2014.04.15 23:25
2014.04.15 23:27
2014.04.15 23:28
2014.04.15 23:33
아 글쎄 두 사람은 행복하다니까요
2014.04.15 23:34
무슨 고등학교때 HR 시간 보는 기분이 드는군요. 생산적인 주제도 많을텐데 한 가지에 꽂히면 너무 거기에 집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2014.04.15 23:36
2014.04.15 23:36
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나보군요.
2014.04.15 23:55
조...좋은 댓글반응...!!
2014.04.16 00:25
훌륭한 요약입니다. 댓글들 읽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서 관련 글타래 몇 개 보다가 질려 버렸던 저 같은 이에겐 도움 되네요. 정리 잘 하셨고 논리 전개에 동의 합니다. 대신 이 글이 중간요약이 아닌 마무리 글이길 바랍니다.
2014.04.16 01:06
이 글이 그렇게 비꼼을 당해 마땅한 글인지 모르겠군요.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껴서 정리하는 글을 남기신 것 같은데 말이죠.
'중간정산'이라는 표현이 실수라면 실수일텐데 '결론' 또는 '마무리'라고 했어도 비꼬실 분들은 어차피 비슷한 반응을 보이겠죠.
이 주제에 관해서 주로 옹호하는 쪽에서 날카로운 반응을 드러내시는 분들이 보이는데 그러실 필요가 있나 싶군요.
그런데 이 게시판에서 생산/비생산적인 주제는 누가 정하는 겁니까. 이 게시판이 항상 생산적인 토픽만 오가는 곳이었나요?
2014.04.16 02:04
프로포즈 이벤트 비판하는 쪽에서 이 글을 옹호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과 똑같은 감정이겠죠. 그리고 이미 나올만큼 나온 얘기가 집요하게 계속되면 피로하다는 댓글이 달렸던 것도 언제나와 똑같구요. 그리고 생산적인지 비생산적인지는 제가 판단한 겁니다. 님하고 이 글이 비생산적인지 생산적인지까지 논쟁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님이 이 글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면 '이 글은 생산적이네요'라고 하시면 되요. 그리고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지겹게 반복되는 주제만 아니라면 이런 댓글들이 달리지는 않게죠.
2014.04.16 03:41
글쎄요. 비판하는 쪽에서 옹호하는 측에 대해 그렇게 날카로운 감정들을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 같군요. 그동안 이 게시판에서 이슈가 됐던 다른 주제들에 비해서 피로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 주제의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길게 지속된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옹호하는 쪽의 글도 뒤늦게 몇 개 올라왔지만 피로하다거나 그만하라는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았죠.
누구 맘대로 생산적이다, 비생산적이다를 판단내리는 겁니까. 님이 비생산적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글을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하나요?
2014.04.16 04:09
논쟁이 어떻게 시작됐는 지도 모르나 보군요. 애당초 프로포즈 이벤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조의 글들로 논쟁이 시작됐죠. 그렇지 않다면 프로포즈 이벤트를 옹호하는 쪽에서 그렇게 감정적인 댓글들이 나오지도 않았을테구요. 미친 짓, 괴이함, 천박함 등의 단어들도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날카로운 감정들이 없었다라. ㅎㅎ 그리고 이 주제가 길게 지속되었는지 안되었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거구요. 피로하거나 그만하라는 댓글이 나온 건 이 분이 처음 그 주제를 꺼냈던 분이고 중간 정산이라는 말때문이겠죠. 제 기억으로는 이 쓸데없는 논쟁에 글을 두개 쓴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군요.
그리고 마지막 말은 님에게 똑같이 돌려주죠. 누구 맘대로 님은 나한테 판단을 하라 말라 하는 거죠? 님이 판단하지 말라고 하면 제가 더 이상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어린애같은 말을 하는군요. 이 분이 글을 쓰는 건 이 분의 자유고 그걸 못하게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논쟁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비생산적인 논쟁이니 그만하라고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는 어떤 강제성도 없고, 듣는 사람이 판단을 할 문제죠.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요?
2014.04.16 04:31
시작은 그랬을지라도 그 글이 옹호하는 측의 게시판 당사자들을 직접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난한 것도 아니었고, 게시판의 다른 비판적인 쪽의 사람들도 그런 식의 비난을 통해 논지를 전개하지도 않았습니다. 필요 이상의 날카로운 감정들을 지속적으로 표현한 쪽은 아무래도 옹호하는 측이 더 많아 보이는군요.
네.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생산적이니 그만하라고 말하는 건 별로 예의있는 행동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바낭'을 위시하여 온갖 비생산적인 주제의 잡담이 자유롭게 오가는 게시판에서 생산적인 주제에 집중하라는 말은 주제넘는 요구라고 봅니다.
2014.04.16 04:44
그건 당연한 거죠. 프로포즈 이벤트는 해도 괜찮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강요를 하거나 조롱을 하는게 아닙니다. 프로포즈 이벤트는 좋은 거니까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한다. 안하는 사람들은 로맨스도 모르는 이상한 인간들이다 라고 한다면 그 글에는 비난적인 댓글들이 달렸을 겁니다. 지금 상황은 그 입장만 반대고 똑같은 상황이죠.
그리고 비생산적인 논쟁은 그만하라고 하는 건 예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님이 이 글을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될 뿐이겠죠. 글의 맥락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군요. 바낭이나 온갖 비생산적인 주제의 잡담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주제가 아니니 비생산적인 이야기니 그만하라고 말을 할 이유가 없죠.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다수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정답도 없고 이미 충분이 이야기 되어진 주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기를 원하니 비생산적이니 그만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2014.04.16 01:11
닌스트롬님의 마지막 결혼관련글에 올라온 댓글들에 비하면 이 글의 댓글 반응도 뭐 별로 과민한 듯 하지 않네요.
2014.04.16 02:12
저도 요약 잘 하셨다고 생각했어요. '사후프로포즈'의 연극적 성격이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 같은데, 저는 진검승부 프로포즈를 우회했다면 치뤄야하는 비용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 여성의 낭만적 욕망이죠. 그리고 그건 처음부터 한번도 부정된 적은 없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튼 그러한 욕망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외길인생을 갈 수도 있지만 ('난 진검승부만 인정한다!'), 서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해도 욕망은 남아있겠죠.
2014.04.16 02:32
프로포즈는 약속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혼하는것이 아니라
두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둘의 사랑에 관한 약속을 확인하는 의식이죠. (가끔 둘중 하나가 착각하는 경우는 있겠습니다만)
말은 "결혼해줄래" 라고 간단하지만 그속에 담긴 의미는 내가 이사람이랑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아주 커다란, 생의 변화가 오는 이벤트에 관한 약속입니다
물어보는 쪽도 대답하는 쪽도 약속의 무게는 무겁습니다. (여자가 그냥 "네"하고 대답하는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원한다고는 하지만 일방적이지는 않습니다, 남자들이 궁시렁대면서도 포로포즈를 하는것은 각자 나름대로의 약속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방식이 많은 남성분들이 동의하지 않는 방식이라도 남자들도 결혼을 하자면 결심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 상황을 프로포즈라는 형태로 빌어서 자신의 결심을 확인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앞에서야 대수롭지 않게 표현할지는 몰라도말이죠)
다만 그 시기가 결혼이 결정된 후라는게, 그리고 시끌벅적한 연극 비슷한 이벤트를 해야하는것이 이상할지는 모릅니다만 그것은 그들의 사정일뿐이죠.
필요했기에 하는것이고, 하고 싶었기에 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사람이 약속을 어떤 형태로 어떤시기에 하는지는 당사자 두사람외에는 참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4.04.16 02:54
사후 프로포즈가 연극적이라 불편한 건 현상을 피상적으로만 본거다 사실은 약속의 표현이 들어간 합의에 따른 둘 만의 언약식이다 (따라서 비판할 필요가 없다)라는 내용의 논조를 많이 봅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결혼 전 사랑의 약속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이 중요한 거라면 그 형태가 왜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는 형태로만 발현되는지요?
연애나 결혼 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관습과 그 안의 고정된 성역할이 있습니다.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역할들도 있죠. 그리고 그런 성역할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해서 문제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에게 그런 성역할에 따른 기대치는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결혼하면 응당 시어머니에게 하루에 한번 문안인사 드리는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여자도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내 여자에게 멋지게 프로포즈하고 싶은 로망을 가진 남자도 그런 프로포즈를 바라는 여자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성역할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내용이라도 그런 고정된 역할이 충분히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는 걸 왜들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환하시고 부정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상업적으로 변질되기 쉬운 양태에 대한 거부감은 거들 뿐이겠죠.
사후 프로포즈 뿐만 아니라 어떤 결혼 준비 과정 및 결혼 생활조차도 당사자 둘이 어떤 내용으로 합의를 한다면 제3자가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면 그 불합리성을 인지하기 위한 지금과 같은 논의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2014.04.16 03:53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는 형태로 발현되는게 이상하신건가요?
혹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는 형태라서 남자가 손해라거나 여자가 이득이라는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는것인지요?
고정된 역할이 부담스러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냥 고정되었기 때문에 불편하신거라면 충분히 당사자들간의 개인적인 합의하에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는 수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14.04.16 04:05
그래요 저도 그렇게 유동적인 형태로 변할수 있는 이벤트가 좋다고 생각해요. 고정된 성역할이라는게 달리 '고정된' 성역할이 아니겠죠. 인식이 점차 변하면서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대치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시 가해지는 내면의 양심의 가책 및 외부의 압력이 개인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고정된 성역할이 가진 문제라고 봅니다. Neo님이 언급하신 여자가 청혼하는 형태의 프로포즈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단 남자도 '남자가 자기여자한테 그것도 안하냐'라는 사회 및 주변사람들의 오지랖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이고, 여자도 '언약식이라는 내용이 중요하니 누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라는 생각을 서운함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겠죠.
고정된 성역할이 불편한 남자와 이 성역할을 자연스레 내면화해 이게 왜 문제인지를 모르는 여자(프로포즈는 남자가 하는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가 만난 지점이 제가 파악하고 있는 현 문제가 되는 사후 프로포즈의 불편함이 일어나는 맥락이고 따라서 현 프로포즈라는 것이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벤트라고 인식하는게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2014.04.16 04:29
말씀하신 불편한 남자와 당연한 여자 (길게쓰기 뭐해서 줄였습니다)가 만나면 문제가 발생하겠죠.
언급하신대로 남자가 그것도 안하냐라는 그 질문 하나에서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겠죠.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것도 안하냐라는 질문에는 사랑한다는데 왜 그정도도 못하냐라는 다른 형태의 질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면서 꼭 안하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정말 난처해지죠. 그때부터는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과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이 충돌? 하기 때문이죠.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겠다는데, 결혼은 하겠다면서 프로포즈는 꼭 안하겠다는 그런 이유가 뭐냐?
나의 신념이 사랑보다 중요한것이냐라는 개인 내면의 질문과 내 신념이 사랑보다 중요한것일까라는 의문과 사랑한다면서 내 신념은 희생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희생을 (사회적 통념상)
강요하는 나의 생각은 정당한가? 라는 끊이지 않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원하는 답이 안나오는 그런 질문들이 머리속에 오가게 되는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벤트임에는 틀림없지만 개인의 결정일뿐이라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14.04.16 04:38
"나의 신념이 사랑보다 중요한것이냐라는 개인 내면의 질문과 내 신념이 사랑보다 중요한것일까라는 의문과 사랑한다면서 내 신념은 희생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희생을 (사회적 통념상) 강요하는 나의 생각은 정당한가? "
라는 생각을 여자도 프로포즈에 대해 남자에게 똑같이 역지사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당연한 여자'가 '불편함을 인지하고 있는 여자'로 입장이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점차 여자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결혼전 언약 이벤트도 생기고 하겠죠.
결과적으로 남자가 사후 프로포즈를 하든, 여자가 시어머니에게 일주일에 한번 찾아뵙든, 내 짝이 그런 성역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싫은 감정을 사랑으로 딛고 하고 있는걸 알아주는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다들 어쨌든 자발적으로 하고 있고 나름 그 내부에서 얻는 감정적 충족도 있으니 (프로포즈는 애틋함, 시댁 방문에선 가족간의 정 뭐 등 이름붙이기 나름) 옆에서 왈가왈부 할 거리가 안된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요.
2014.04.16 04:15
2014.04.16 06:49
좋은 정리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첫번째 포인트에 동의합니다. 사회현상 혹은 문화현상에 대한 논평을 개인의 것으로 치환해서 비판하는 오류를 범하는 댓글들이 많아서 놀랐죠. 비아냥 거리는 댓글들보다 훨씬 정중하고 성의있는 글이라고 봅니다.
2014.04.16 08:10
2014.04.16 08:25
2014.04.16 10:11
일단 대다수 남자들이 프로포즈를 원하지 않는데 한다.는 근거가 빈약합니다.제주변에는 기혼자 혹은 결혼예정자들 중에서 적어도 이게 미치도록 싫은데 할수 없이 한다.이런 사람은 없었네요. 그냥 글쓰신분 본인이 그것을 원하시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럴것이다.라고 추측하시는것일 뿐이죠.
실제로 모든 결혼예정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본게 아닌바에야 대다수 남자들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단정할수는 없는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내 배우자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돈을 많이 쓰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시간과 정성이라는거죠-
두번째로 이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봐서 비평대상이 된다고 하시는데,물론 자유게시판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 논하는건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지금 글의 초점은 문화현상에 대해서 논하시는건지,난 이런게 납득이 안되니 나를 납득시켜봐.하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비평이 아니라 비판에 가깝죠.
세상에 숱한 문화현상이란게 있는데 굳이 특정한 문화현상이 비판대상이 되려면 그 현상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과대하게 발생시키거나,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게 명확하거나 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결혼식은 인류 보편적인 문화현상인데 결혼식의 효용성이 뭐냐.난 납득이 안되는데.이런거랑 비슷하게 들립니다.
결혼식 문화에 대한 비판은 존재할수 있겠지만,(다들 잘아시는 한국식 결혼문화 말입니다.) 초점이 결혼식 자체로 가면 이상한거죠.
내가 납득이 안되고,나는 결혼 합의 이후에 해주는 프로포즈는 할수 없고, 그래서 그런걸 요구하는 상대와는 결혼못한다.도 개인의 자유이고 난 결혼식 못하겠으니
그냥 혼인신고 하고 살련다.역시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런것도 하나의 이벤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줄수 있다.는 사람도 존재하고 그런겁니다.
굳이 그런 사람들한테 대고 효용성이 어쩌고 난 납득이 안되는데 하는것은 한번이면 족하지만, 두세번 들으면 그런 사람들은 기분 나쁘기 마련입니다.
2014.04.16 11:15
위에도 제가 댓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이 문제는 기존의 성역할을 내면화해서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지, 성역할의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무난하게 받아들이는지, 성역할에 거부감이 있는지 등에 따라 받아들이는 온도의 개인차가 다릅니다. 그리고 자꾸 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분들은 피곤해 보이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프로포즈에 내재되어 있는 성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불편하고 또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모두 '이 일은 제3자가 왈가왈부가 필요 없는 개인의 감정의 영역이다' 라는 목소리를 내고 계시죠. 이 불편함이 왜 불편한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게 자꾸 이런 글이 올라오는 이유일 겁니다.성역할에 거부감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사처럼 그걸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후 프로포즈가 불합리성과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현상이다라는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그래서 그 불편함을 갖는 사람을 머리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겁니다.
2014.04.16 10:21
확실한 건, 비판하는 측은 뭔가 단계가 이상하다, 요식 행위 같다,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다, 프로포즈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등의 현상적인 면을 바라보는데 옹호하는 측은 '기분 나쁘다'군요.
2014.04.16 10:29
'이벤트적인 성격이니 뭐 그리 비난받을 이유가 있느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기분 나쁘다'로 일갈하고, 다른 사람의 이벤트에 히스테리를 보인 많은 오지랖들은 '현상적인 면'을 바라보는 걸로 해석해내는 그 센스가 대단하군요. ㅎㅎ
2014.04.16 10:31
남의 댓글에 대댓글 달면서 초성 웃음 붙이는 그 센스나 어떻게 하시지요.
히스테리를 보인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 이 원글은 히스테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여기 달리는 옹호 댓글들의 요지는 비합리적인 욕망이지만 뭐가 어떠냐, 혹은 기분 나쁘다 잖습니까.
2014.04.16 10:40
이 원글에 대해서는 '피로한 주제이니 그만하자' 정도의 댓글이 달렸을 뿐이고요. '현상적인 면'을 바라보는 비판측과 '기분 나쁘다'는 옹호측이라고 어그로를 끄는 센스에 초성으로 대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있나요? ㅎㅎ
한 마디 덧붙이자면 님처럼 감정적인 댓글을 유도하는 어그로꾼들이 아니었다면 기분나빠하는 사람들도 없었을테고 이 논란이 이렇게 흥하지도 않았겠죠.
2014.04.16 10:45
누가 어그로를 끄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남의 센스 지적하기 전에 댓글 예절이나 신경 쓰시죠. 그런 불필요한 자극이 더 감정적으로 댓글들 몰고 가는 것 아닙니까.
대체로 논의를 보면, 허례허식이다 정도의 얘기는 나왔지만 그다지 신경질적이라고 할만한 비판은 못 본 것 같은데, 옹호측에서는 온갖 감정적인 비난을 쏟아낸 게 사실이죠. '탈김치녀 코스프레'같은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게 대체 어느 쪽입니까?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다라는 의견에 '그건 니 주변, 내 주변은 안그렇다'는 식의 일반화 오류에 일반화 오류로 답하는가 하면 계속 개인 간의 일로 치환하고 나중에는 남의 욕망을 재단하지 마라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흐른 건 옹호쪽이라는 게 사실 아닌가요?
2014.04.16 10:52
아전인수가 인지상정이라지만 '괴이하다, 미친짓이다. 천박하다.'등의 표현까지 나왔던 비판과 '자기가 이성애자 여자라서 여자와 사귈 일 없어서 다행'이라는 조롱은 안드로메다로 날리고 '탈 김치녀 코스프레'만 기억하는 그 센스가 바로 감정적인 댓글을 유도하는 어그로고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이 예의를 언급한다는게 가소롭군요. ㅎㅎ
2014.04.16 10:59
흠, 그건 못 보고 지나친 것 같군요.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나왔다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비판 의견들에 일관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별로 자랑스러워할만한 것 같진 않아요.
괴이하고 미친짓이고 천박하다 정도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의견을 나눌만한 상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님처럼 계속 선정적인 안드로메다니 가소롭니 이런 표현 사용하는 건 충분히 항의하고 싶군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어그로를 끄는 게 아니라 제가 보아온 것으로 판단하고 느낀 점을 말했을 뿐이고 님이 예로 든 그런 표현이 부적절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님한테 이런 식의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서 얘기하시죠.
2014.04.16 10:47
지금의 논의는 '이벤트적인 성격이니 뭐 그리 비난받을 이유가 있느냐. 그냥 개개인의 판단이다.'에 '그 이벤트의 이면에 차별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라는 의견의 대립 아니던가요.
2014.04.16 11:13
'차별의 여지가 있다.'라는 의견은 주로 님에게서만 나왔던 걸로 기억하구요. 주된 의견은 '이벤트적인 성격'을 무시하고 '결혼식을 정하고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 우습다'는 의견이었죠. 그리고 저를 비롯해서 대다수 옹호(?)측의 의견은 '프로포즈 이벤트 너무 좋아'라기 보다는 '그게 뭐 그리 비난받을 일이냐'였죠. 남에게 프로포즈 이벤트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요. 저 역시도 프로포즈 이벤트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정도였을 뿐이죠.
님이 다른 글에 단 댓글에 예를 들자면 누군가 배우자가 자기 부모에게 잘하기를 바라는 욕망이 억압이 되려면 그 욕망의 정도가 기준이 되겠죠. 조선시대처럼 아무 소리 못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욕망이라면 억압이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배우자가 자기 부모에게 잘하기를 바랍니다. 그 잘하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의견에 그것은 '억압이고 강요'라고 말을 하는 것은 오버인 거죠.
2014.04.16 11:24
대다수 사람들이 배우자가 자기 부모에게 잘하기를 바라지만 배우자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그 욕망의 발로가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자기 검열의 결과일 겁니다. 조선시대와 같은 엄격한 기대치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도 분명 있었겠죠. 그렇지만 그게 문제라고 누군가 인식하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습니까? 사후 프로포즈 이벤트에 대해서도, 이게 왜 차별의 기제가 될 수 있을지를 인지하는게 첫걸음이라고 봐요.
2014.04.16 11:32
그건 그렇게 일반화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뭐든지 과했을 때 그것은 억압이 됩니다. 지금의 프로포즈 이벤트도 과하다면 그것은 억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포즈 이벤트 자체가 억압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배우자가 내 부모에게 잘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도 억압이 되어야 하고 아직까지 그것을 일반적으로 억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보편적인 욕망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님 말처럼 '부모에게 잘하라'는 그 가치관 자체가 지금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죠. 과한 것이 줄어들었을 뿐이죠. 물론 그 보편적인 욕망이 누군가에게는 억압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사람들때문에 '부모에게 잘하라'는 보편적인 욕망과 가치관을 다 버릴 수는 없는 거죠.
2014.04.16 11:38
'부모에게 잘하라'라는 것도 '청혼을 받고 싶다'라는 욕망도 둘다 버릴 필요는 없죠. 단지, 내가 그런 욕망을 품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 수도, 다른 사람에게 잠재적으로나마 폭력이 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문제 인식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2014.04.16 11:46
하고 싶은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청혼을 받고 싶은 욕망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특별히 논쟁하고 말고할 게 못되는 것 같군요. 모든 가능성이야 다 있는 거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프로포즈 이벤트 자체가 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욕망이냐 폭력이냐'를 가지고 논쟁을 할 수는 있는 거죠.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욕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뭔가 하고 싶어하는 말의 의도는 알겠는데 말 자체가 애매하죠. 끔찍하게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모든 것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기 없을 것 같군요.
2014.04.16 10:57
이 논의를 피곤해하고 연인 사이의 감정적인 문제를 왜 굳이 이해시키고 설득씩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지 프로포즈 자체는 비판도 옹호도 하지 않는 쪽입니다.이런 이분법은 곤란하네요.
2014.04.16 11:22
원래 문제가 됐던 게시글을 읽어봤는데.. 위에 갓파쿠 님이 예로 든 '괴이하다'는 프로포즈 자체가 아니라 이벤트로서 변질된 프로포즈에 대한 이야기인 듯 하고 '천박'은 못 찾겠군요.
대부분은 정형화되고 변질된 이벤트로서의 프로포즈에 대한 감상 - 꾸밈비 돌려주는 것도 미친 짓이라는 얘기가 있는 걸 보니 - 인 듯 한데 '탈김치녀 코스프레'만한 파괴력은 없는 것 같군요.
아무튼, 프로포즈가 원래 목적보다 다른 연인간의 이벤트가 사회 현상으로 번진 것들 -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 등의 - 과 비슷한 양상을 갖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개인 간의 일로 치환해서 넘어가자는 것은 다른 많은 남녀 간의 이슈 및 논제와 대비하여 공평하지 않다고 봅니다.
2014.04.16 11:45
검색 능력을 향상하셔야 할 듯 하네요.
http://lmgtfy.com/?q=site%3Adjuna.kr+%ED%94%84%EB%A1%9C%ED%8F%AC%EC%A6%88+%EC%B2%9C%EB%B0%95
대신 구글로 찾아 드리겠습니다.
2014.04.16 11:56
정답은 해당 게시글이 지워졌기 때문에 못 찾은 겁니다. 이 게시판에 있는 글을 구글씩이나 써서 찾을 생각은 안하거든요.
일단 저장된 페이지로 보긴 했는데.. '천박'이란 단어는 썼지만 '원래 청혼의 의미'에 쓴 게 아니라 그 역시 '변질된 이벤트로서의 프로포즈'에 대한 감정으로 읽힙니다. '요즘의 프로포즈 문화'라고 표현했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위의 제 입장입니다. 이상하고 부적절한 표현은 그 자체로 나쁜 거죠. 신경질적이지 않은 비판에 대해서조차 신경질적으로 대한다면 - 그 반대.. 옹호에 대해서도 역시 - 맞지 않습니다.
2014.04.16 12:00
2014.04.16 12:04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과도하고 배려없는 프로포즈 이벤트를 옹호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비판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 역시 과도한 비난과 조롱이 없었다면 논쟁에 참여하지도 않았을테구요. 지금 이 글에 대해서는 프로포즈 이벤트를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라 충분히 이야기 된 것 같고 이미 사람들이 피로해 있는 주제를 굳이 또 반복할 필요가 있느냐는 정도의 댓글이 달리고 있을 뿐이죠.
2014.04.16 12:21
많은 사람들이 피로해 있으니 저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예단 문화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허례허식입니다. 과도한 예단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 왔죠. 그렇다고 그게 예단을 주고 받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던가요? 혹은 예단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던가요? 오히려 통시적으로 볼 때 그런 비난의 목소리가 어느정도 사람들을 예단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예단 뿐만 아니라 결혼 문화 전반적으로 마찬가지죠. 이효리나 조정치 등의 식 없는 결혼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알죠.
어떤 문화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람에 대한 가치판단은 다릅니다. 사후 프로포즈 문제에 있어서도 과격한 단어가 사용된다든지 직설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있던 것 저도 봤습니다. 그렇지만 프로포즈 이벤트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프로포즈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아닙니다. 조롱이나 비난의 어조가 있다 해서 사후 프로포즈 문화에 대해 개개인의 문제일 뿐이니 더이상 얘기 말자-라는 답은 아니란 말입니다. 특정 문화가 어떤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문화 자체에 대한 비판도 더 나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peer pressure에서 자유롭게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할 수 있게 되겠죠.
2014.04.16 12:34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상대방의 욕망조차도 억압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그런 개개인의 차이는 개개인이 풀어나가야죠. 예단과 비교를 했는데 예단에 대해서는 이 게시판 사람들이 보편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이 나온거고, 프로포즈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다른 반응들이 나오는 거겠죠. 모든 의식을 어떻게 다 똑같은 선에서 바라볼 수 있나요.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예단에 대한 욕망이 있는 사람이 솔직히 어디 있나요. 그러니 당연히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이 안되는 거고, 프로포즈 이벤트에 대한 과도한 조롱은 그것을 원하고 하는 사람에 대한 조롱이 당연히 될 수 있습니다.
2014.04.16 12:59
대부분의 문화에 대한 비판이 그 문화 향유자에 대한 비판이라서 하지 말아야 된다면 무슨 문화를 비판하나요.
예단도 마찬가지, 예단은 그것을 원하는 혼인자의 부모님의 욕망에 대한 부응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래서 비판하지 말아야 합니까.
어떤 문화에 대해서 그것에 대한 욕망이 있는 쪽과 그 욕망 때문에, 혹은 사회 보편적인 개념 때문에 peer pressure를 느끼는 쪽이 있다면 당연히 peer pressure를 느끼는 쪽의 입장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 쪽을 자꾸 '개인적인 일'로 단정 지으니까 논의가 길어지는 겁니다.
2014.04.16 13:28
동의합니다. 첫 댓글부터 불쾌할 정도로 신경질적이라서 깜짝 놀랐네요. 결혼날짜 받아놓고 프로포즈라니 정의(definition)부터 들어맞지 않아서 괴이쩍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논리적으로 무리없는 주장이고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데도 지나칠 정도로 방어적인 태도들이 눈살 찌푸리게 하네요.
2014.04.16 13:29
역시나 댓글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것을 자기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맞춰서 결론을 내는 분인 듯. peer pressure에도 보편적인 정도가 있고 개개인의 차이가 있는데 그 개개인의 차이때문에 보편적인 가치관을 다 버릴 수는 없지 않냐는 말까지 했는데 '개인적인 일로 단정' 짓는다로 왜곡을 하고, 문화에 대한 비판이 그 문화 향유자에 대한 비판이라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누가 했다는 건지... 그것이 지금 논쟁에서 그 향유자들에 대한 과도한 조롱들이 나왔기 때문에 감정적인 반응이 나왔고 님이 없다고 한 그 조롱에 대한 증거를 얘기해도 똑같은 말만 반복하니...
2014.04.16 15:20
갓파쿠/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할 말이 생각나 번복의 쑥쓰럼을 무릅쓰고 한마디 더 씁니다.
님과 저의 생각이 다른 부분은 여기입니다. "모든 의식을 어떻게 다 똑같은 선에서 바라볼 수 있나요" 저는 똑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재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프로포즈를 바라는 소망은 그냥 들어 줄 수 있는 작은 보편적 욕망이고, 남자들이 어머니의 바램을 투사해서든 뭐든 예단을 바라는 것은 억압의 소지가 다분한 고리타분한 욕망인가요? 예단이라는 비교가 적절하지 않나요? 그러면 내 부모님께 잘하기의 일환으로 시어머니에게 매일 문안전화하기는요? 아니면 남편에게 아침 차려주기로 바꿔 볼까요? 합리와 비합리로 따지자면 이 욕망 내지 환상들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백번 양보해서 욕망 자체에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 해도 적어도 그것들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특정 기대치를 부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죠. 왜냐하면 그 욕망의 배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든 이런 욕망이 특정 성역할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불공평하게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내 배우자가 부모님께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보편적인 욕망이라도, 그 욕망틀 토대로 "그러므로 내 배우자는 꼭~~ 해야 한다."라는 주장하는 사람은 21세기엔 드물겠죠. 왜냐하면 가벼워 보이는 보편적인 욕망이라도 그 욕망이 내포하는 역할이 불공평하다고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싫어할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청혼받고 싶다"는게 보편적인 욕망이라도 그걸 당위로 밀고 가면 불공평한겁니다.
제가 위에 썼던 댓글을 하나 가져와보죠.
"나의 욕망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비합리적 욕망도 똑같이 관대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그리고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내 욕망은 여자라면/남자라면 당연히 품게 되는 보편적 욕망이며 너의 욕망은 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욕망이다, 혹은 내 비합리성은 사소하니 받아들였으면 좋겠고 너의 비합리성은 바꿔야 하고 식의 이중잣대가 제일 문제죠. 남녀를 불문하고요. "
내가 어떤 성역할이 싫다면 상대방도 어떤 성역할이 싫을 수도 있는 겁니다. 여기서부턴 남녀 구분 않겠습니다. 왜 어떤 욕망은 보편적인 욕망이고 왜 어떤 욕망은 개개인의 특이한 성정에 따른 특수한 욕망이죠? 20세기 초중반 페미니즘의 모토가 된 "개인적인 일이 정치적인 일"이라는 말이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감정이나 사생활같은 사소한 영역에서도 권력관계와 불평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논리가 여성 성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여성 해방에 큰 단초가 되었다면, 남성 성역할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댓글에서 제가 말한 것을 약간 수정하겠습니다. 예단 문화에 대한 조롱이 직접적으로 개인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대상은 예단을 반드시 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라는 사람이겠죠. 예단이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예단을 꼭 받을 필요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생각의 흐름을 통해 어쨌거나 예단을 주고 받기로 결정한 부부는 예단 문화 비판이 비난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부부가 여기에 속하기도 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프로포즈 문화에 대한 조롱이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프로포즈를 꼭 해야/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겁니다. 프로포즈를 꼭 해야/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소소한 이벤트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프로포즈 문화에 대한 조롱이 향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만약 프로포즈 문화를 원하고 하는 사람들이 프로포즈 문화를 비난하는 의견으로부터 총체적으로 공격받는다고 느낀다면 그건 프로포즈 문화가 비합리적인 의례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특정 욕망이 비합리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둘째는 잠재적으로든 뭐든 그걸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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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웬만큼 정리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또 올라왔나요........;;;
글쓰신 분이 동의하건말건 사고는 다양한 거고 누가 굳이 글쓰신 분께 프로포즈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유용성을 제시하고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할 의무는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