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IFF에서 시너님스, 도이치 이야기 두 편 봤어요. 영화제에서 영화 고를 때는 인기작(수상작이나 유명배우 및 감독 작품, 머지않아 개봉할 가능성 많음, 예매 어려움, 실패 확률 적음)이랑 덜 인기작(거의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음, 운 좋으면 완전 취향저격 아니면 거의 숙면할 수도 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시간대 맞고 예매 되는 걸로 결론이 나곤 합니다.. 고민의 무의미함..


 

올해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인 <시너님스>(2019, 프랑스/독일/이스라엘)는 일찌감치 매진된 인기작인데, 운 좋게 당일 취소표를 겟해서 봤습니다. 맨 앞자리의 고통과 함께.. 이 영화는 시작 몇 분 만에 유럽 예술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라는 느낌이 딱 전해집니다. 아마 국내 개봉은 안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작과 동시에 카메라는 핸드헬드라고 하기에도 너무 거친, 보통은 영화에 못 쓸 것 같은 정도의 흔들리는 화면으로 주인공 요아브의 뒷모습을 쫓는데, 그 시선은 급박함을 넘어 어떤 분노마저 느껴지게 하는 신경질적인 것이었습니다. 계절은 겨울인 듯하며 어느 아파트 빈 집에 당도한 요아브는 잠깐 사이에 입었던 속옷까지 도둑맞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벌거벗은 채로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고 뛰어다닙니다. 저체온으로 정신을 잃은 요아브는 마치 <몽상가들>의 남매 같은 이웃집 부자 남매에게 발견되어 도움을 받게 됩니다. 사전지식 없이 여기까지 보다 보면 거의 주인공 배우의 행위예술 느낌인데, 전직 군인인 이스라엘인이 맨몸으로 프랑스로 건너와 완전한 프랑스인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감독의 자전적 영화입니다.

요아브는 모국어는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불어를 열심히 공부하는데, 그가 읊조리는 불어 단어나 문장의 시詩적임은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동의어synonym의 오묘함을 생각해보게 하고요. 같지만 다른 단어, 아무리 노력해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이민자의 정체성. 요아브가 돈이 없어 포르노 배우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모국어의 무게는 드러나고 마는데, 감탄사는 아무래도 모국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민자라는 유럽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오랜만에 프랑스뽕 가득한 영화를 통해 봤습니다. 별점은 3/5.


 

<도이치 이야기>(2019,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입니다. 원래 감독을 지망하던 사람으로 알고 있어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나 궁금해서 봤어요. 뱃사공이라는 사라져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인데.. . 기승전결이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빨간 옷 입은 아이와 사건은 왜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산만한 인상인데 길이는 137분이나 됩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향도 꽤 느껴졌는데 기시감 때문인지 그게 좀 유행 지난 인상을 줬습니다. 개봉도 할 것으로 들었는데.. 감독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솔직히 비추입니다. 별점 1.5/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99
110278 이런저런 일기...(여혐, 제보자) [3] 안유미 2019.11.03 701
110277 잡담 아래 옛게시판 포함 게시글 사진이 보이는데 [1] 가끔영화 2019.11.02 550
110276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 말고 본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스포일러 있음) 가끔영화 2019.11.02 687
110275 오늘 밤 8시 5분 시사기획 창 - 오지않는 청년의 시간 예정수 2019.11.02 529
110274 공무원 내년 3만여명 채용한다..29년 만에 최대 [18] Joseph 2019.11.02 1470
110273 [게임판바낭] 팝콘 씹으며 구경하는 즐거운 '데스스트랜딩' 메타 리뷰 사태 [12] 로이배티 2019.11.02 782
110272 블리즈컨 2019 감상 [1] 날다람쥐 2019.11.02 427
110271 이런저런 일기...(비주얼, mama, 징징이들) [6] 안유미 2019.11.02 683
110270 [KBS1 한국영화100년더클래식] 바보들의 행진 [EBS1] 황태자 디벅 [15] underground 2019.11.01 562
110269 민주당 후원 최소단위로 하지만, 정치에 많이는 관심 없는 제가 보는 각 정당 이미지 [1] 얃옹이 2019.11.01 619
110268 이제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거 하나만 딱 남았습니다 [22] 도야지 2019.11.01 1864
110267 쿠팡이라는 메기와 방울토마토 다이어트 [1] 예정수 2019.11.01 667
110266 [넷플릭스바낭]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리버'를 다 봤습니다 [22] 로이배티 2019.11.01 918
110265 오늘의 보이 조지와 그 외 내용 약간 [5]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01 737
110264 검찰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군요 [8] 도야지 2019.11.01 1024
110263 John Witherspoon 1942-2019 R.I.P. 조성용 2019.11.01 331
110262 트럼프 미국대통령 탄핵 조사 절차 공식화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하네요. [2] cksnews 2019.11.01 683
110261 보통 친한 사람이 직장 얘기를 하면 잘 들어주시는 편인가요? [8] 존재론 2019.10.31 924
110260 최종적으로 어느 미래에도 행복이 없다는 진실과 마주하고 [5] 예정수 2019.10.31 930
110259 미안함 [8] 은밀한 생 2019.10.31 8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