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8 21:35
-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이 이미지는 진짜로 바닷가에서 찍었을까요? 하도 합성이 일상화된 바닥이다 보니 이런 평범한 사진을 봐도 그런 게 궁금하니다. ㅋㅋ)
- 1923년, 아일랜드의 어느 작은 섬 '이니셰린'입니다. (실제론 없는 섬이라네요.) 아일랜드 내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던 시점... 이지만 스토리에 별 영향은 없구요.
우리의 주인공은 '파우릭'이라는 순박한 섬 청년이에요. 이 분에게 세상이란, 혹은 인생이란 이 섬과 자기 집, 함께 사는 똑똑한 여동생과 사랑스런 당나귀 한 마리, 그리고 매일 오후에 만나 술 마시며 사는 얘길 나누는 나이 많은 친구 '콜름'으로 구성된 것인데요. 매일매일이 똑같고 똑같이 만족스럽던 파우릭의 행복한 나날은 어느 날 아무 예고도 없이 던져진 콜름의 절교 선언으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대체 이유가 뭐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물으며 매달려 보지만 '응 넌 잘못 없어. 근데 이만 좀 비켜주지 않겠나? 아님 내가 가고.' 라고 대응하던 콜름은 파우릭의 처절한 매달림에 결국 그 답을 말해주는데...
(다 좋은데 말야. 자네만 꺼져 주면 더 할 나위가 없겠군??)
- 예상과 다르게 되게 익숙한 이야기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그러니까 설정 자체가 흔하다는 건 아니구요. 오히려 설정 자체는 많이 특이한 편이죠. 다만 제가 직업상 수도 없이 경험했고 또 계속 겪고 있는 일이라서요. 예고 없는 야멸찬 절교 말이죠.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갑자기 살기 싫고 학교도 나오기 싫다며 세상 끝난 듯이 절망을 하고 있으면 거의 이런 일이거든요. 그리고 10대들의 절교란 게 무슨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며 벌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다짜고짜 어느 날부터 인생 절친이 날 피하고. 이유는 안 알랴줌이고. 뭐 그런...
이후의 이야기 전개도 현실의 이런 10대들 절교랑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처음엔 절교 당한 아이가 일방적인 피해자인 걸로 시작을 하죠. 그런데 양쪽을 불러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결론은 대충 이런 식입니다. '애초에 안 맞는 애들이 친구가 됐다가, 그 중 조금이라도 더 성숙한 쪽이 먼저 그걸 느끼고 관계를 깸. 하지만 차마 이유를 솔직히 말은 못함'.
그래서 나중엔 가해자(?)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꼭 그렇게 설명도 없이 확 끊어야 했니? 그러기 전에 솔직한 니 생각을 털어 놓으며 가능성을 찾아 보는 게 그래도 친구로 지냈던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닐까. 뭐 이 정도의 잔소리는 덧붙여 줘야겠지만, 그 관계에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는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됩니다. 누가 잘못했다기 보단, 그냥 애초에 영원할 수 없는 관계였던 거죠.
(아닠ㅋㅋㅋ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곸ㅋㅋㅋㅋㅋㅋ)
- 마침 또 보면 이 영화의 두 주인공님들도 딱 그렇게 10대들 마냥 미성숙하고 유치합니다. 피해자로 시작해서 남은 런닝타임 내내 관객들이 콜름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일들만 벌여대는 파우릭은 말 할 것도 없구요. 우리 콜름씨가 집요한 파우릭의 구애(?)에 지쳐 저지르는 행동도 도저히 제 정신인 인간이 저지를 짓은 아니죠.
주인공들의 이런 황당함 덕분에 영화는 코미디가 됩니다. 저에겐 다행이었죠. 궁서체로 진지한 인간 관계 드라마였다면 끝까지 버티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코믹함을 배우들이 참 잘 살려줘요. 둘 다 진지한 감정을 담아 연기하면서도 거기에 미묘하게 웃기는 뉘앙스를 넣어서 참 잘 소화를 합니다. 콜린 파렐의 그 세상 억울한 눈썹이 이렇게 역할에 딱 맞게 활약을 한 적이 또 있었을까요. ㅋㅋㅋ 브랜단 글리슨의 거친 '아이리쉬맨' 연기가 이렇게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많이 보진 못한 것 같구요. 그리고 이미 같은 감독의 영화에서 함께한 경험 때문인지 정말 호흡도 잘 맞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황당함이 불러오는 효과는 한 가지가 더 있는 것 같았어요. 워낙 어이가 없다 보니 '이거 사실 그냥 인간 관계 얘기인 건 아니지? ...그렇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구요. 아주 친절하게도 영화가 시작과 끝을 '본토에서 들려오는 대포 소리'로 장식해 놓았기 때문에 당연히 아일랜드 내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전 역사 일자 무식이기 때문에 이 쪽은 과감하게 패스하구요. ㅋㅋㅋ
(아카데미 최우수 눈썹주연상을 줘야할 것 같지 않습니까. 눈썹 연기라니!!!)
- 세팅은 전형적인 사극 세팅이지만 결국엔 사극보단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아주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을 깔고 진행되는 이야기 치고는 배경이 되는 '현실'에 대한 디테일이 거의 없어요. 얘들은 도대체 평소에 뭔 일을 해서 먹고 사는지도 거의 안 알랴줌이구요. 섬에서 비춰주는 장소들도 걍 이야기상 꼭 필요한 장소들 몇 군데로 한정이 되구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외딴 섬이기까지 하니... 이렇게 현실적 디테일들이 과감하게 생략이 된 이야기라서, 보다 보면 되게 안 현실적인 가공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뭐... 사실은 이게 희곡을 갖고 만든 영화라서 그런 게 크겠지만요. ㅋㅋㅋ 어쨌든 덕택에 영화는 사극이라기 보단 그냥 우화처럼 느껴지고. 영화 내내 보여지는 과장된 캐릭터들도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에 잘 어울려요. 괴상함의 절정을 달리는 그 사망 예보 할머니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 괴인이 시침 뚝 떼고 걍 평범한 이웃처럼 돌아다니는 섬 아닙니까.
(이렇게 동물들 써먹는 것 역시 그냥 시골 풍경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우화적 분위기에 일조하는 듯 했구요.)
- 주인공 둘이 그렇게 나라를 잃은 듯 격한 감정으로 난리를 치고 다니는 동안 곁에서 은근히 알차게 지분을 챙겨 먹는 캐릭터 둘이 있죠.
먼저 속 깊고 똑똑한, 그리고 아마도 이 섬에서 유일하게 제 정신을 달고 사는 주민일 파울릭의 동생, 시오님이 계십니다. 이 분은 정말로 이야기상 역할이 '제정신인 사람'이죠. ㅋㅋ 미친 놈 둘이 날뛰는 이야기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중심을 잡아주며 관객들이 의지할만한 유일한 인물 역할을 참 잘 해주시구요. 이 분이 마지막에서 내리는 선택을 보면 다시 '아일랜드 내전' 생각이 나며 좀 씁쓸해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자타공인 이 섬 최고의 멍청이(...) 역할을 맡은 도미닉이 있어요. 처음엔 단순히 인생 우울한 찌질이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이 영화의 다른 주역들처럼) 예상치 못한 면모들을 보여주는데. 특히 파울릭의 '좋은 사람' 부심을 이 캐릭터가 흔들어주는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얘긴 못 하겠지만요.
둘 다 캐릭터도 아주 좋고 배우들도 잘 합니다. 케리 콘돈은 제게는 '베터 콜 사울'을 제외하면 거의 어벤저스의 컴퓨터 목소리로만 익숙했는데 참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 하셔서 좋았구요. 배리 키오건은... 이 분 알고 보니 되게 잘 나가는 배우였네요. 출연작들을 확인해 보니 함께 한 감독이 요르고스 란티모스, 크리스토퍼 놀란, 데이빗 로워리, 클로이 자오, 맷 리브스... 에다가 마틴 맥도나. 이렇게 널리 인정 받는 감독들과 작업하고 또 그 중엔 DC나 마블 블럭버스터들도 있구요. 드라마 출연작 중엔 '체르노빌'도 있고 내년 1월에 공개된다는 스필버그, 톰 행크스 제작의 2차대전 트릴로지 완결(?)편에도 주연급으로 나오는 모양입니다. 오오 대세!!! ㅋㅋ
(어찌보면 이 둘은 모두 파울릭의 멘탈에 데미지를 입히는 인물들인데요. 따져보면 그게 다 파울릭 잘못이라는 게 또 이야기의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 아... 또 쓸 데 없고 알맹이도 없이 말이 길어졌군요.
대충 정리하자면요. 사극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별로 사극 느낌은 크게 안 나는 우화 내지는 부조리극 같은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노골적으로 아일랜드 내전 이야기를 깔고 있지만 그거 신경 안 쓰고 그냥 인간 관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봐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도, 이야기 거리도 많도록 잘 짜여진 이야기였구요. 확 몰입될 수 밖에 없도록 화려하게 활약하는 주인공들 외에도 정이 가고 재미난 조연들까지 잘 신경 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일단 황당하게 웃겨요. ㅋㅋㅋ 굳이 뭐 깊이 생각할 것 없이 주인공들이 벌이는 난장판 구경하며 낄낄거리기만 해도 시간 값은 충분히 하는 영화였습니다.
잘 봤구요. 맥도나 아저씨도 소처럼 일해서 작품 좀 많이 내놓았으면... 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화이팅이구요~!!
+ 주인공들과 함께 주인공들의 동물들도 함께 활약하는 이야기였는데 본문에 그걸 빼먹었네요. 당나귀 한 마리와 개 한 마리가 참 중요한 역할들을 합니다. 특히 그 당나귀는 참 다방면으로...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능력과 기억의 한계로 두 주인공 위주로만 정리해 봅니다.
의지의 아일랜드인 파울릭이 결국 콜름에게서 들어내고야 만 절교의 이유는 이거였습니다. "니가 좋은 놈인 건 아는데 넌 너무 무식하고 지루해. 너와의 대화는 인생 낭비이고 난 그렇게 낭비될 시간을 아껴서 내 취미인 음악에 전념하고 싶어."
이 말에 멍... 해진 파울릭은 일단 동네 사람들을 하나씩 붙들고 "내가 멍청해? 내가 지루해??" 이렇게 확인하고 다니며 억울해하구요. 싫다는 콜름을 자꾸 따라다니며 계속 귀찮게 합니다. 그러자 질겁을 한 콜름은 "니가 한 번만 더 말을 걸면 그 때마다 내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서 너에게 줘버리겠다!"고 선언을 하는데요. 당황해서 잠시 참아보는 파울릭이지만 결국 다시 들이대며 콜름을 짜증나게 하구요. 다음 날엔 진짜로 콜름의 손가락 하나가 파울릭의 집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잠시 또 참아 보는 파울릭입니다만. 어찌저찌해서 동네 경찰 아저씨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뻗어 있는 모습을 콜름에게 보이고, 어쨌든 인간적으로 파울릭을 싫어하지는 않는 콜름이 이걸 수습해서 집에 돌려보내주니 다시 또 거머리 모드를 발동하는 파울릭. 그래서 콜름은 글쎄... 한 번에 손가락 네 개를 잘라서 파울릭 집 앞에 내던지고 갑니다. ㅠㅜ
그런데 이걸 어쩌나. 파울릭이 마치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는 당나귀가 그 손가락을 집어 먹고 그게 목에 걸려서 죽어 버렸어요. 분노에 차서 콜름에게 달려가 저주하는 파울릭. "니 개와 함께 니 집도 불태워 버리겠다!!!"고 선언하는데요. 정말로 다음 날 콜름의 집을 찾아간 파울릭은 콜름의 개를... 안전하게 옮긴 후 콜름 집에 불을 지릅니다. 이때 사실 콜름이 파울릭이 온 걸 모르는 척하며 집에 앉아 있는 모습이 짧게 보이구요.
진작부터 내륙으로 가서 자기 좋아하는 일을 살 것인가, 아님 모자란 오빠 곁을 지키며 함께 쭉 살 것인가... 에 대해 고민하던 똑똑한 동생 시오반은 이 쯤에서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섬을 떠납니다. 알고 보니 파울릭보다 똑똑했고 뭣보다 섬세한 심성의 소유자였던 도미닉은 파울릭과 친구 먹지도 못하고 시오반과 연애도 하지 못하는 외로운 삶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스스로 세상을 떠나구요. 이렇게 결국 당나귀 포함 주변의 모든 것을 잃은 파울릭은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구요. 사실은 집에서 빠져나와 살아 남았던 콜름이 그 자리에 나타나 말을 겁니다. 서로를 증오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를 용납할 수도 없고 다시 가까워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이 씁쓸하게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헤어지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나요.
2023.11.18 22:11
2023.11.18 22:13
콜린 패럴이 눈썹을 잘 쓰는 게 아니라 눈썹이 콜린 패럴을 잘 쓰는 게 아닌가... 하는 뻘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ㅋㅋㅋ
당나귀가 마구 계속 나오진 않아도 정말 중요한 역할로 나옵니다. 귀엽기도 하구요. 그냥 가볍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니 한 번 보세요!! (물론 재미 없으셔도 책임은... ㅋㅋ)
2023.11.18 22:39
2023.11.19 14:21
당연히 모를 수 있죠. 저도 영화 재생해 놓고 '어라? 이 사람이 여기 왜 나와?' 이러는 일이 허다합니다. ㅋㅋ
말씀대로 헐리웃에서 스타로 띄우려고 밀어주던 시기가 잠시 있었는데. 그때 대세 탑승에 실패하긴 했지만 뭐 크게 개의치 않고 좋은 영화들에 괜찮은 역할로 꾸준히 나오고 있더라구요. 영화 재밌게 보시길!!
2023.11.20 12:04
2000년대 초중반쯤 그런 할리웃의 스타배우 포지션을 잡으려다가 애매한 결과를 내고 있을 때 커리어 전환의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 바로 마틴 맥도나의 '킬러들의 도시'였던 것도 재밌죠. 그 후로는 주조연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감독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에서 활약하면서 훨씬 안정적인 필모를 꾸린 것 같습니다.
2023.11.19 05:33
브랜든 프레이져가 오스카가 선호하는 퀴어, 신체적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않았어도 콜린 패럴이 남우주연상을 탔을 것 같아요
2023.11.19 14:22
아 후보에는 올랐었나 보군요. 그럴 자격이 충분하긴 하죠. ㅋㅋ 이 영화 주역 배우 네 명은 정말 다 잘한 것 같아요.
2023.11.20 11:52
게다가 한 때 스타배우였지만 이런저런 개인사로 고생하면서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컴백했다는 스토리까지 있어서 이래저래 표심이 브랜든 프레이저에게 쏠린 것 같습니다.
2023.11.19 10:09
파우릭이 콜름과 잘지내고 싶어하고, 외면당하자 자꾸 만남을 시도하며 집착하는 모습에서 저의 기운이...(...) 이 기시감은 아마도 혼자서는 견디기 어려운 문제적 남성들이 갖는, 가족을 제외하면 외톨이라 동성친구나 자신에게 친절한 타인, 나쁘게는 이성에 관한 관계의존적인 측면 때문이겠죠. 파우릭입장에서는 도미닉이 자신한테 그런 사람이고, 어떤 관객은 도미닉한테서도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아, 어렵습니다.
노파할머니의 예언은 실현된걸까요..?(둘인데 두 명이 아니라 그냥 두 목숨으로 치기도 하더군요.)
2023.11.19 14:25
뭐 대체로 보편적인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들 살다 보면 누구나 콜름의 위치나 파울릭의 위치에 몇 번씩은 서게 되니까요. 손가락을 잘라 내던지거나 상대방 집에 불만 안 지르면 됩니... (쿨럭;)
그 예언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봤는데요. 뭐 어차피 영화에서 인간과 동물을 굳이 급으로 나누지 않는 듯한 느낌이라 말씀대로 생각해도 맞을 것 같습니다.
2023.11.19 12:58
저 움짤을 보니 또 마음이 아프네요.
이 영화 이후에 콜린 패럴(의 눈썹)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영화는 웃기기도 하면서 인간이란 게 슬프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풍광도 좋고, 여러 모로 참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2023.11.19 14:29
두 표정의 대조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복잡한 장면이었죠. 나중에도 계속 강조되지만 콜름도 파우릭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뭐 암튼... ㅋㅋㅋ 그건 전쟁에 대한 비유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구요.
어찌보면 참 하찮은 이야기인데 그걸로 이렇게 많이 생각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낸 맥도나 아저씨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 연극 쪽으로 데뷔했을 때 천재 소리 듣던 양반이라면서요. ㅋㅋ
2023.11.20 09:42
여전히 콜린 퍼렐의 눈썹이 오스카를 가져갔어야한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ㅎㅎ 최근 콜린의 필모를 보면 상당히 흥미롭조 이 영화 같이 어버벙한 것도하고 배트맨에서 또 빌런도 하고 말이죠 그 배트맨 팽귄맨 주인공으로 내년에 시리즈가 나오는데 거기에도 나온다하니 또 기대중이고요
이 영화 각본이 아주 좋죠. 다만 몇군데는 여친인 피비(플리백 작가겸 주인공)가 첨삭해줬으면 싶은 부분도 있지만요 둘이 집필하고 감독한 영국산 코미디 시리즈 하나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ㅎㅎ
베리 키오건은 워낙 불길함에 아이콘(그래서 너무나 좋아하는)이라 등장부터 또 긴장하고 보다가 결국엔 ㅠㅠ 베리 키오건 퀴어 영화 하나 찍어줬음 했는데 그런 영화가 나온다고 하니 기대 만빵입니다 어라 검색해보니 영국/북미는 며칠전에 개봉했네요. 국내 수입사 선생님들 수입좀!!
2023.11.20 15:00
그렇습니다! 눈썹 짱!! ㅋㅋㅋ
제가 그 배트맨을 아직도 안 봤네요. 근데 펭귄맨으로 시리즈도 만든다구요? 그건 꼭 보고 싶습니다.
아 피비 월러 브릿지랑 사귀는 사이였나요? 둘의 나이 차이가... 아. 의외로 아홉 살 밖에 안 나는군요. 왜 한참 더 차이가 날 거라 생각했을까요. ㅋㅋ
키오건씨는 참 외모부터 분위기가 범상치 않으신데요. 이런 비주얼 때문에 역할이 한정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강렬한 인상 남기는 역할들로 거장들과 신나게 작업하고 있으니 성공한 인생이네요. 하하.
2023.11.20 18:23
2023.11.20 12:02
전에 올라왔던 몇몇 관련글에서 나름 이런저런 감상을 주고받았었기도 했고 배티님 글에도 대부분 동감합니다. 내용적으로는 덧붙일 부분이 없네요. 아일랜드 내전이랑은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비유가 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엔딩에서 보여지는 두 친구의 관계가 그런 느낌인가보다 했죠.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은 파우릭이 처음엔 불쌍하다가도 아 정말 쟤랑 맨날 같이 놀다보면 깝깝해지는 구석이 있겠구나 싶고 그런데 그러면 처음부터 잘 설명하고 절교를 하던지 대뜸 쌩까고 나중에 진짜 손가락 자르고 있는 콜름도 도저히 제정신은 아니죠 ㅋㅋ
베리 키오건이 언급하신대로 벌써 대단한 감독들하고 작업하며 인디, 상업영화 가리지않고 젊은 남자배우 중 굉장히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죠. 여기선 처음엔 그냥 단순한 동네바보 같다가도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준 것 같아요. 브배-베콜사의 마이크 며느리 케리 콘돈이 저는 캐릭터도 연기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어요. 당시 제작 뒷이야기를 좀 찾아보니 마틴 맥도나가 아직 무명 극작가이던 시절에 썼던 작품에 출연했었던 인연이라네요. 당시 관객이 10~12명 정도 들었었다고 ㅎㅎ
그나저나 아일랜드 배경에 완전 아일랜드 영화라서 당연한거지만 아이리쉬 억양이나 그들만이 주로 쓰는 단어 같은 것들을 유독 더 맛깔나게 잘 쓴 것 같아요. fuck에 해당하는 단어를 feck! 이라고 대신 쓰는 것도 재밌고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 상영할 때 영어자막 띄워놔야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죠.
2023.11.20 15:05
그냥 배경이 아일랜드이고, 둘이 그렇게 갑자기 확 틀어져서 광기로 치닫는 모습, 그리고 결국 양쪽 다 아무 것도 얻는 것 없이 비참해지기만 하는 마지막 장면이 전쟁의 모습과 닮은 게 아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ㅋㅋ
키오건의 캐릭터는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요. 처음엔 비호감 동네 찐따(...)로 시작해서 우울한 인생 살이 보여주다가 나중엔 의외로 영민하기도 하고 또 파우릭보다는 훨씬 속 깊은 느낌도 주고요. 그리고 결말까지... 그게 각본상으로도 배우 연기로도 참 자연스럽게 잘 이어진다 싶었습니다. 잘 하더라구요.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 영화나 드라마들을 그래도 적잖게 본 편인데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재미도 있고, 가끔은 작품 분위기랑 관계 없이 혼자 웃을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거랑 뉘앙스 다른 언어를 겪으면 그냥 일단 재밌어지는 효과가. ㅋㅋ
2023.11.20 12:32
보면서 20C 초의 숀 오 케이시같은 아일랜드 극작가들의 전통을 잘 따라간 희비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작년에 나온 작품들 중에선 최고라고 생각해요.
2023.11.20 15:05
아... 아앗... 전 그런 부분은 전혀 모릅니다만. 하하. ㅠㅜ
그냥 정말 재밌었다는 부분에만 적극 공감해 봅니다. ㅋㅋ 제가 작년에 나온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손꼽을 만큼 잘 만든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2023.11.20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