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지바른 언덕 2

2019.10.18 19:00

은밀한 생 조회 수:460

통화 기피 증세가 정점을 찍은 오늘, 지친 마음을 스스로 달래보고자 나의 양지바른 언덕 이야기나 써볼까 합니다.

내일 그 애와 가려고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그 애에게 줄 작은 선물도 마련합니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신나게 주름을 만들며 웃는 그 애 얼굴 표정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환해요.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너의 얼굴 근육은 경직되는 일이 없단 말이냐) 카메라를 갖다 대도 싱긋 잘 웃고, 조금만 재미난 얘기를 해줘도 하하하 잘 웃어요. 어쩌다 속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도 친구는 점잖게 투덜대지요. “어우.. 창피한 줄을 모르나봐” 이게 베프의 최대치 욕이에요. 초딩때부터 그 애의 행보를 떠올려보면 끝도 없는 험담에 에너지를 쏟는 일은 거의 없었죠. 성인이 된 후에 아주 가끔 그 애가 속한 직장 조직에 관해서 투덜대는 경우가 있었는데, “썩었어 썩었어..” 하고 “창피한 줄을 모르나봐” 그 정도였어요. 그 외에 가끔 자신이 왜 좀 더 방송국 일을 버티지 못했는가에 대한 약간의 후회 정도... 참 이렇게 시기와 서운함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도 없을 거 같아요. 춤도 제법 잘 추는 아이라서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안무를 제 앞에서 선보이곤 하죠. 운동 신경이 좋은 친구예요. 발레 수업도 안 받은 아이가 글쎄 발끝으로 서서 턴을 돌았다니까요.... 얘가 직접 안무를 짜서 고2 때 축제 무대에 반 대표로 무대에 섰었는데 당시 발레리나 출신 체육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했었죠. 전 이 친구 웃는 얼굴을 찍어놓고 가끔 들여다봐요. 여기다 올리고 싶지만..... 그건 아니 될 일이니까 참고. 저도 이 친구처럼 편안하고 환하게 웃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거참 카메라 갖다 대면 얼음 땡이나 되고 말이죠. 바보 같아요. 언젠가는 꼭 이웃해서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안부를 묻고 우리집에 있는 거 다 퍼주고 얘가 연습해온 아이돌 안무도 보면서 박수치고 함께 감자 쪄 먹고 킬킬대며 늙어가고 싶네요. 사실 한명이 더 있었어요. 나의 양지바른 언덕과 나와, 그리고 사라진 그 친구. 이렇게 셋이었는데.

음 사라진 친구에 대해서 언젠가 써볼 수 있을까 합니다.
보고 싶네요. 살아있기는 할까. 내일 양지바른 언덕과 나는 아마 사라진 그 애에 대해 또다시 추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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