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이 쓰는 조난 용어 중에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산에서 폭설, 폭우, 안개를 만났을 때 길을 잃고 직선이라 믿으며 출구를 향해 나아가지만, 
실은 같은 장소에서 맴돌 뿐인 윤형방황輪形彷徨/환상방황環狀彷徨을 말하죠. 
그렇게 맴맴 돌다가 체력이 다하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 사회의 윤형방황은 어떨까요?
반복해서 원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방황은 더 이상 방황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보다는 생각을 요즘 자칭/타칭 진보그룹을 보면서 합니다.
한 개인의 윤형방황은 어떨까요?
단정하고 단아한 방황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온라인의 이런저런 게시물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것이었나 보다, 그렇게 믿으며 한 세월을 보낼 수 있으면 저도 평온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 되네요. - -

윤형방황을 끝내고 길을 찾도록 하는 게 뭘까요? 아마도 '빛'이겠지요.
어제의 '나'가 다시 오늘의 '나'가 되어도 괜찮을 이치를 가로막는 '너' - 타인이라는 빛.
정신 들게 하는 그 좋은 게 요즘의 저에겐 단지 일곱 겹 장막 너머에서 부는 소리없는 바람 같기만 합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제겐 의문, 혼란, 번민이 있어요.
어제의 그것들을 다시 오늘 계속하는 것도 생에 대한 사랑이기는 합니다. 그런 사랑은 방황일까요, 아닐까요?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마음의 일이지만, 
방치할 수 없는 과제라는 듯, 선잠 자고 일어난 제 정수리 위의 천공이 그 질문으로 어둡고 또 밝습니다.
울울하고 암암하고 하염없는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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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nis Stakle/ A Corner of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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