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7 15:35
1.
올해 5월로 전세가 만료됩니다.
곧 태어날 둘째 아이의 양육까지 생각해서, 얼마를 올려달라고 하더라도 2년이상 더 있으려고 했습니다.
(몇 페이지 앞에 비슷한 글이 있더군요. 하하)
그런데,
만료일을 딱 3개월 앞둔 어제 전화가 왔습니다.
주인집인데, 들어오셔서 사신답니다.
뭐, 별 수 있나요. 네 하고 끊을 수 밖에.
그래도 친절하게 전화주셔서 감사하더군요.
2.
처음에 멋모르고 구했던 원룸 오피스텔은,
위치가 좋다는 걸 빼면 정말 악몽같았습니다.
10년을 사귀고 결혼을 했음에도, 신혼때 서로를 맞춰가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틀어져도 딱 방한칸인 원룸에선 갈등을 푸는게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장고...
8개월만에 복비 물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요즘도 아내와 그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연애기간을 포함하면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반평생'을 통틀어서
그 아파트에서 2년이 제일 좋았다구요.
오전에 볕이 따사롭게 드는 남향집...
서로의 직장도 가까웠고, 거기에 우리의 첫 아이가 생겼고,
6시반에 사무실에 도착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아침을 같이 먹고 출퇴근했죠. 임신 이후엔 저녁도 늘 같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부부라, 출산휴가가 끝날 즈음
처가와 같은 단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죠.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3.
처가 근처에 집을 얻으니, 실제로 집에서 자는 날이 참 적어지더라구요.
첫 겨울엔, 저녁식사를 처가에서 하고, 애를 안고 집으로 내려와 잤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잠든 아이를 꽁꽁 싸매서 처가로 올라가곤 했죠.
둘째를 임신하고 맞은 올 겨울은(게다가 유난히 추웠죠) 집을 거의 비워두고 있었습니다.
애기가 많이 커서, 바람이 안 들어오게 꽁꽁 싸맬수가 없거든요....
4.
이동 계획이 없었으니, 우선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의 전세를 알아봤습니다.
헉!!
무려 8천만원이 올랐습니다.
도심지도 아니고(서울이긴 하지만, 몇분만 걸으면 경기도입니다.)
새 아파트도 아니고(96년 처음만날때도 있었던 아파트이니...)
브랜드 아파트도 아니고(망해버린 회사라 하자보수도 잘 안됩니다)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아요(대형평형 위주의 단지라, 나이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2년만에 8천이라니!!!
뭐 좋습니다. 그런데 시세는 그 정돈데, 물건이 없답니다.
몇몇 부동산에서 딱 얘기합니다. 연락오면 연락주겠다. 5월까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아마 없을꺼다.
ㅡ,.ㅡ
5.
안되겠습니다.
본가 근처를 알아봤죠.
이럴수가!!!
그 8천만원을 올린 금액에 5천 정도를 더 얹어야 작은 아파트 전세가 된다네요.
역시나 싸이트마다 거래가 0으로 나옵니다.
대충 그 금액에 빌라도 힘들다고 합디다.
6.
아내는 직장인 11년차, 저는 8년차입니다.
결혼할때 집에 손 안벌리고 서로 모은 돈으로 시작했죠.
대출을 좀 받고 전세로 옮기고, 그거 갚으면서 또 대출받아서 전세를 옮기고...
건설회사에 다니지만, 집값은 언젠가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생각에
(골동품도 아닌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지는건 집밖에 없는듯)
전세를 몇 번 더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언젠가 마린블루스에 나왔던
'개미와 배짱이' 만화가 생각나더군요.
원래 잘 살던 사람들, 부러워요. ㅜㅠ
7.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전 제가 살던 시골동네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간 사람입니다.
중졸, 국졸이신 부모님께서는 절 공고에 보내려고 하셨고, 저는 농고에 가려고 생각했었답니다.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큰 빌딩 30층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죠.
단 6개월 따라다닌 걸로, 무지무지 이쁜 서울 아가씨랑 결혼한 것도 정말 기적이구요.
맘만 먹으면 매일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기적입니다.
(농담같지만, 어릴때 정말로 쌀이 없어서 호박죽, 옥수수죽을 먹어본 적이 있었답니다)
절 쏙 빼닮은 아이가 있고, 또 다음달엔 그런 녀석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도 기적이죠.
8.
자자...
앞으로 몇 주 안에 다시 기적이 벌어질 것 같네요.
처가 근처든, 본가 근처든,
마님 눈에 쏙 들어오는 적당한 가격의 전세집이 나타날 겁니다.
으하하하하
9.
생각난 김에 영험한 듀게에 소원하나 빌어봅니다.
다음주 검진 전까지 우리 둘째아들이 엄마 뱃속에서 뱅그르르 돌아줬으면 좋겠네요.
율아~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니 그 큰 머리를 밑으로 돌리렴.
10.
아. 이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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