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고양이 생태보고서

2019.10.05 16:54

ssoboo 조회 수:869


동네에 조그만 공원이 있는데  공원의 주인은 고양이들입니다.

문닫는 시간은 밤 10시지만 9시 반정되도 인적이 드물어 지기 시작하면서 고양이 공원이 되기 시작하죠.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꼭 이 공원을 지나치게 되는데 

어느 비오는 날 비를 피하려고 파고라 아래로 종종 걸음으로 들어가시던 고양이 한 분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어요.

반사적으로 “야옹” 인사를 하니 “야옹?”하고 화답을 해주며 눈을 마주쳤는데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추니 제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부비 부비를 시전해 주시더군요.

천천히 손을 뻗어 한 뼘 정도 거리에서 멈추니 얼굴을 들이대고 부비부비

조금 용기를 내어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피 마사지를 해드리니 참 좋아하시네요.


사나흘 뒤부터는 간식거리를 사다 들고 공원을 지나는데 산책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묘안을 뵐 수가 없었고

공원을 이리 저리 기웃거리면 공원과 고양이들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작은 공원이긴 하지만  대략 8구역으로 나뉘어서  각 구역별로 고양이들이 한 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북문파, 서문파, 동굴파, 바위파, 동산파,서산파, 잔디광장파, 남문파....


북문은 이 공원의 메인게이트였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구역이라 고양이들도 경계심이 많고 까칠한 편이에요.

하지만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어선지 고양이들도 제법 많이 보이는데 

연세가 그윽하여 노련한 고양이들은 보도 위에서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거나 식빵을 굽고 있지만

젊은 고양이들은  공물을 바치는 닝겐의 손등도 할퀼 정도로 까칠하고 경계심이 많아요.

화이트-브라운 얼룩이 패밀리가 이 구역의 주인으로 보였어요.

동굴파는 경계심이 매우 강하여 사람을 보면 사라지는 속도가 빛과 같아서 묘안을 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동굴 입구에서 방황중이던 친칠라계 고양이 외에는 간식 상납도 못할 정도였는데 주로 누렁호피 패밀리가 주류였어요.

그러고 보니 이 공원 어느 구역데서도 누렁호피 패밀리는 경계심이 많아서 항상 빠르게 사라지는 뒷태만 봤네요.


그러던 어느날 비 오던날 우연히 만났던 운명의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죠,

알고보니 잔디광장파였어요.  공간 취향이 통하는 뭘 좀 아는 냥이님

이 공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https://i.postimg.cc/MTHDHdm2/516-CAA7-F-A328-45-E6-9742-A7-DF5344-F04-F.jpg



오른쪽의 고양이님이 비오전 날 첫만남부터 격렬하게 부비부비를 하던 냥이님, 다크 그레이 호피무늬 이시고 

옆에 게신 분은 같은 잔디광장파 소속 까치고양이님인데  호피님과 달리 엄청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늘 등짝만 보여주십니다.


이제는 많이 친해져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는 살짝 경계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나를 알아보면 바로 다가와 부비 부비하며 안부를 나눕니다.


https://i.postimg.cc/76ZzXh5g/CE44-DF69-86-E8-4-E3-F-A74-A-26-D253-D56-DB7.jpg



앉아 있는 자태가 너무 고와요. 다른 고양이들이 엎드려 식빵을 굽는데 이 분은 이 자세로 꾸벅 꾸벅 졸기도 합니다.

좀더 편한 곳을 찾아 식빵을 구울 수도 있는데 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옆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나면 배웅을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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