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어서 이번 기회에 저도 몇 마디 해볼까 합니다.


  우선 게시판 분리나 신설의 문제인데요. 저는 예전에 비해 듀나 게시판 고유의 특색이 많이

흐릿해진 게 '회원 리뷰' 게시판의 분리 탓이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회원 리뷰 게시판이 없던

시절에는 메인 게시판에 영화 리뷰들이 올라 왔고,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올라오는 중에서도 

일관성 있게 올라오는 영화 리뷰들이 게시판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올라온

영화 리뷰들은 형식도 자유로웠고 덧글이나 댓글을 통해 영화라는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피드백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메인 게시판이 '영화 이야기+잡다한 이야기들'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잡다한 이야기들'만 남은 느낌

입니다. 


  더구나 지금 회원 리뷰 게시판에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 게시물에 덧글이 매우 적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 완결된 

글이자 정보로서만 기능할 뿐이지(물론 이것도 훌륭한 일입니다만) 인터넷 글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피드백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영화 리뷰의 공간이 뭔가 회색빛이 감도는 공간이 되어 버렸지요.

  

  같은 이유로 저는 창작 게시판의 분리(라기 보다는 신설이지만)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냥 메인 게시판에서 모든 주제를 소화하되,

말머리로 [리뷰], [창작]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식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디시인사이드 같은 경우는 워낙 이용자가 많아서

세포분열하듯 게시판을 마구 늘리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듀나 게시판은 글이 그렇게 많이 생산되는 곳도 아니라서 게시판 분리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 오늘 화제가 된 아기 사진 문제인데요. 저는 게시물을 볼 때 제목을 보고 흥미가 동하는 것만 골라 보는 편이라서,

듀게질을 하며 아기 사진과 맞닥뜨린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기 사진 게시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불만은 없는데요.

다만 아기 사진 게시물이 개인적으로 아기를 좋아하니, 좋아하지 않니 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 저는 이게 타인과 공감이 가능한 컨텐츠인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저도 아직 아기인 조카가 있고, 식구들에게 얘네들이

마냥 귀엽고, 신기하고, 기특해 보이는 거 이해합니다만, 다른 사람한테도 그러한가 하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게시물 제목의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제가 간혹 접하게 된 아기사진 게시물들은 사실 지루했거든요.


  예를 들어서 아기가 혼자서 덤블링을 한다던지, 기절초풍할 사고를 쳤다던지, 아니면 카메라 및 찍는이의 테크닉이 엄청 좋아서 

예술 사진 수준으로 아기가 예쁘게 찍혔다던지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모르는 사람의 일상의 모습일 뿐이고 타인의 관심과 

흥미를 끌 구석이 딱히 없다는 이야기지요.  만약 제가 '오늘은 헬스를 갔다 오고,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했네요' 라는 식의 극히 평범한 

일상을 셀카와 함께 게시물로 올리곤 한다면, 당장 당신 같은 사람의 지루한 일상은 전혀 궁금하지도 않다. 왜 게시판에 그런 글을 올리나. 

굳이 올리고 싶다면 일기장이나개인 미니 홈피, 블로그에나 올려라 라는 지적이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물론 예쁜 아기와 저 같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을 비교한다는 게 미안한 일이긴 합니다만, 남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건프라 사진이라면 멋진 메카닉 

디자인 구경, 혹은 근사하게 조립한 만든이의 테크닉 같은 걸 감탄하면서 교양을 늘린다는 입장에서 볼 수도 있지만, 집에 있는 카메라의

P모드로 구도나 노출에 별 신경 안 쓰고 찍은 남의 집 아기의 극히 평범한 일상사진에서 과연 어떤 흥미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기 사진이 올라오든 말든 딱히 상관 없는 입장에서 아기 사진 올리시는 분들을 무안하게 해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남들 중에는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다, 하는 건 알아 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5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9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218
109841 조국의 양심, 조기숙의 양심 [3] 타락씨 2019.09.28 817
109840 [넷플릭스바낭] 호주 드라마 '착오(Glitch)' 시즌3, 완결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19.09.28 7384
109839 무슨 집일까 [2] 가끔영화 2019.09.28 293
109838 그를 만나기 두시간 전 [10] 어디로갈까 2019.09.28 819
109837 슈퍼맨으로 돌아온 브랜드 라우스 [4] mindystclaire 2019.09.28 608
109836 [조적조]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문 [2] 휴먼명조 2019.09.28 725
109835 사실 정말로 문제라고 보는 것 [24] madhatter 2019.09.28 1655
109834 서초동 맛집 추천 [2] 도야지 2019.09.28 629
109833 멍청한 쓰레기들 [4] 도야지 2019.09.28 777
109832 이런저런 일기...(실수와 자산) [1] 안유미 2019.09.28 415
109831 페북펌) 어느 서울대생의 고함 [5] 게으른냐옹 2019.09.28 1164
109830 은근히 소문난 명작 <김씨 표류기> 봤어요 [9] 보들이 2019.09.28 1333
109829 허재현 기자 30대가 20대에게 40대를 설명하는 사다리를 놓아 봅니다. [6] 무도 2019.09.27 933
109828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은 언제 사회로 환원되는 건가요? [1] 휴먼명조 2019.09.27 451
109827 대부분 망각해버리고 있는 사실 하나 더 알려드립니다. [2] 휴먼명조 2019.09.27 723
109826 "대신해서 사과"한다는 건 "강제수사"만큼이나 이상한 말 [4] 휴먼명조 2019.09.27 571
109825 누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가? - 김규항 씨 facebook 글 몇 가지 [7] Joseph 2019.09.27 965
109824 페북 펌] 서울대 우종학교수님 '잘못된 통화' [6] 게으른냐옹 2019.09.27 936
109823 펌글)미안하지 않아서 미안.. [2] 무도 2019.09.27 621
109822 영화 플립 후기 (스포 무) 얃옹이 2019.09.27 3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