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는 것_ 중국편(?)

2013.01.28 17:56

오렌지우드 조회 수:3757

저는 반찬 한가지로도 밥을 잘 먹는 편이에요.

집에서도 멸치볶음 한가지, 구운김 하나만 놓고도 밥을 촵촵 잘 먹어요.

 

몇 년 전에 중국 쓰촨지역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쓰촨은 특유의 맛있게 매운 요리와 국수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곳이었어요.

밥을 먹을 때에는 채소볶음 같은 반찬 하나를 주문해서 쌀밥이랑 먹고는 했죠. (당시에 저는 채식중. 지금은..  -_-)

한국에서 못 보던 특이한 채소가 많아서 한 가지씩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마늘, 소금간만 해서 기름에 휘릭 볶아내기만 해도 하나같이 맛있었어요.

아마도 기름맛과 불맛이 얹혀져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하루는 동안거를 마치고 바람을 쐬러 나오신 한국스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날이었어요.

버섯, 채소 위주로 서너 가지를 주문하고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중국사람들이 윤기좔좔 알록달록 산해진미란 저런 것이구나~  싶은 요리들을 푸짐하게 쌓아놓고는 

요리마다 절반도 채 안 먹고 남기고 가는거에요. 

아, 고급식당은 아니었어요. 서민들이 가는 식당이라고 해야하려나요.

 

제가 스님께, "아이고,, 아까워요. 가져다가 먹고싶어요" 하자 스님께서는 먹고 싶으면 그러라 하시며 얘기해주셨어요.

중국사람들은 이런 곳(공개적인)에서 음식을 많이 주문하고 남기는 것이 부유함의 과시라서 음식을 다 비우지 않는다고요.

그러면서 농담쟁이 스님은 저에게,

"네가 제일 싼 채소반찬을 하나 놓고 밥을 싹싹 비우는 걸 보면 속으로, 아이고~ 외국에서 온 거지로구나~" 할거라고 장난을 치셨죠.

치워지는 음식접시들을 보면서도 먹고싶다, 아깝다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보통 중국사람'들의 외부에서 식사습관(?)이 스님이 해주신 말씀대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잘 아시는 분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하여튼 저는 그날 이후에도 항상 제가 먹던 방식으로 식사를 했고요.

하지만 왁자지껄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저 사람들 지금 속으로 '아이고~ 외국에서 온 거지로구나~' 하고 있을까? 하면서요 ㅋㅋㅋ

 

음식을 먹는 행위는 허기짐을 채운다는 목적 외에도 참 여러가지 의미를 파생하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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