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김미커피 Gimme Coffee

2012.01.09 14:34

beirut 조회 수:3762


뉴욕 카페 기행. 두 번째입니다.


미국은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에스프레소에 기반을 둔 음료가 발달할 수밖에 없죠. 숙련된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 투 샷을 1분 안에 추출합니다. 라떼아트까지 하더라도 2분 안에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고요. 

이에 반해, 일본에서 발달한 드립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아무리 빠르게 내리더라도 한 번 추출에 5분은 생각해야 합니다. 스탠딩 카페에서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설탕을 휘휘 저어 홀랑 마신 후 번개같이 사라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거리에서나 사무실에서나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달고 사는 미국 사람들의 커피 소비 성향을 보면 드립커피가 얼마나 그들 정서에 맞지 않는지 알 수 있겠죠.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만 부어 부드럽게 만든 커피는 카페인 소비가 많고 바쁜 뉴요커들에게 제격이죠. 이것이 아메리카노. 

오늘 소개할 두 카페는 뉴욕 '골목 카페'입니다. 그야말로 골목길에 자리해 있죠. 아침마다 출근길 바쁜 뉴요커들이 잠시 들러 커피를 가져가는 그런 카페입니다.


우선 조Joe 카페입니다. 뉴욕에 조Joe는 여러 곳에 매장이 있더군요. 저희가 들른 카페는 그 중에 Colombus Avenue (West 85th Street)에 있는 매장이었습니다. 이 카페가 있는 동네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몇 블럭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부촌입니다. 유럽풍의 소규모 고급 레스토랑과 오래된 아파트들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간편한 차림으로 카페를 찾습니다. 점심시간에 슬리퍼를 끌고 온다거나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러닝을 하면서 카페 문을 열죠.

 


메뉴판입니다. 여기선 드물게 드립커피를 내려주네요. Pour Over로 만듭니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정성어린 드립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드립퍼 위에 뜨거운 물을 말그대로 들이붓는 방식입니다. 12시 이후부터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출근시간에는 드립커피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 밖에 미리 추출해 놓고 따라주기만 하는 드립커피가 있습니다. 아침시간까지만 판매하고 있네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400g(혹은 350g)이 기본 포장입니다. 이렇게 원두를 잔뜩 진열해놓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회전이 빠르다는 거죠. 왠지 부럽네요. 흥.(?) 

뉴욕에서 라마르조코 찾기는 울산에서 소나타 택시 찾기 정도로 쉽습니다. 여기 조 Joe에서도 라마르조코로 커피를 뽑습니다.

 



뉴욕에서 제가 들른 6개의 매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하리오 드립세트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드립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직원에게 물어보더군요. 케멕스를 포함하여 드립커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뉴욕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다양한 재료들. 커피에 마음껏 섞어 드시면 됩니다. 

 



코르타도와 아이스 카페라떼. 안정적이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스텀타운 커피와 김미커피가 워낙 강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기도 하죠. 

김미 커피가 얼마나 맛있었냐고요?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는 아기자기한 동네입니다.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해있고 작은 골목골목 사이로는 소규모 상점들이 도도하게 불을 밝히고 있죠. 김미커피는 리틀이태리의 228 Mott Street (Prince Street)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김미커피를 방문하기에 앞서 같은 골목에 이웃한 리틀컵케익을 방문합니다.



군침이 돌게 만드는 이 작은 컵케익들은 모두 3달러. 간단히 아침식사도 할 겸 케익 몇 개를 골랐습니다.

 




조각케익과 타르트도 있네요. 이것들은 모두 가게 옆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베이커리에서 만들어집니다. 주방이 모두 비치도록 투명 창으로 만들어진 베이커리에서 두 명의 주방장이 열심히 케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커피는 팝니다. 광고판에 있는 일리커피를 로고 보이시죠 하지만 저를 포함한 손님들은 이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50m만 직진하면 훨씬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케익을 고르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손님들이 왔지만 아무도 커피를 사지 않았습니다. 다들 저와 같이 김미커피로 향했죠. 심지어 이 가게 앞 벤치에서 케익을 먹는 손님의 손에도 김미커피가 들려있습니다.



컵케익을 들고 방문한 김미커피. 작은 매장 안에는 벌써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카페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머신은 역시 라마르조꼬입니다.



메뉴판입니다. 정말 저렴합니다. 심지어 개인 컵을 가져오면 할인까지 해줍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케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이미 공정무역(Direct Trade)는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김미 커피에서도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트렌디하며 근사하고, 의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생두를 구매할 수 있죠. 


아이스 라떼를 시키고 브라질도 시켰습니다. 미리 추출해놓고 따라마시는 시스템입니다. 브라질을 마셔봤는데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산미도 살아있고 부드러웠죠.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좋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으로 느껴집니다.


이 곳의 아이스라떼는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커피에서 자몽맛이 느껴지지 않냐고 추궁하자, 그럴거면 자몽을 사먹지 왜 멍청하게 커피에서 자몽을 찾느냐고 대답할 만큼 시크했던 어머니께서도 이 라떼는 뭔가 다르다고 인정하셨습니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 퍼지는 향이 엄청났습니다. 상큼한 베리향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에 바디감이 살아있고 목넘김 또한 훌륭했죠. 작년 한해 먹어본 아이스라떼 중 베스트였습니다. 어머니도 이 맛에 반하셔서는 다음날 또 마시러 가자고 조르셨답니다. 결국 김미커피는 출국 당일 아침을 포함해 3번을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컵케익 가게에서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알았습니다. 

뱀발

그때 맛을 잊지 못해서 홈페이지 전격 방문. http://www.gimmecoffee.com  소량 로스팅으로 승부를 본다고 합니다. 유명한 김미커피 블렌드는 이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같이 주문해 먹었으면 할 정도로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매장은 여러군데 있으니 뉴욕에 사시는 분은 참고하셔서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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