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듀게의 갈등을 보면서 그러려니 하곤 지나갔더랬습니다..그런데 아래 포스팅 된 어떤 글에서 '더 매력적인 떡밥(?)을 투척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라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그래서 두서 없는 몇가지 생각을 올려 볼까 합니다..

 

1. 어느 책 서문과 프롤로그의 일부분

 

    사람이 살다보면 주변 사람들과 이런 저런 갈등 상황에 부딪힌다.  손해와 이익이 누가 봐도 뚜렷한 상황은 오히려 쉽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욕심쟁이거나 막무가내인 경우만 아니라면, 이치를 따져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경우엔 이야기가 어려워진다.  분명히 상황은 하나인데 서로 해석이 다르면 쉽게 정리가 안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별 것 아닌 작은 일에서 벌어진다.  중요한 일이라면 이런 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사회적 규범이라도 있지만,
   작은 일에서 서로 느낌이 틀려지면 기준이 없다.  그럴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거나, 끈질기게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이기는 사람은 기분이 좋겠지만, 지는 사람은 감정의 상처를 입는다.

 

   이혼이 심각한 문제에서 시작될까?  대개는 사소한 문제들이 모여 심각해 지는 것이다.  작은 갈등이 해결 안 되고 쌓여서 상대에 대한
   불만이 심해졌기 때문에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쌓인 불만이 없는 상태에서, 이혼의 원인이 될만한 짓을 불쑥 저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녀의 가출은 어떨까?  어쩜 그렇게 사소한 문제가 가출의 원인이 되었을까 싶은 경우가 많다.  큰 갈등은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사소한 갈등은 대부분 그 순간만 넘기는 식의 미봉책으로 지나가곤 한다.

 

   가족의 해체를 부르는 큰 갈등은 대부분 작은 갈등이 쌓이고 쌓여서 일어나는 것이다.  동료나 친구 사이, 상사 부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작은 갈등이 쌓여 있으면 결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정치적인 큰 사건이나 역사를 바꾼 사건
   들도 그 뒤에는 이런 사소한 갈등이 숨어 잇는 경우가 제법 된다.

 

   사실 원인만 명확히 알아도 갈등은 상당히 줄어든다.  적어도 상대가 나를 미워하거나 무시해서 그렇게 대하는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사람들이 흔히 겪는 갈등 상황들이다

 

    - 알았다고 해 놓고는 딴소리를 한다.  //  가볍게 한 말을 가지고 큰 약속이나 되듯이 물고 늘어진다.
    - 기분이 상해서 위로해 주기를 바라는 데,충고한답시고 속을 뒤집는다 . //  고민하고 있어서 해결 방법을 가르쳐 주니까 오히려 화를 낸다.
    - 나쁜 짓도 경험해 봐야 한다면서 아이들을 너무 놔둔다.  //  ' 절대 안된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너무 자주 한다.
    - 말도 안되는 황당한 소리를 의견이랍시고 지껄인다.  //  참신한 의견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무조건 거부한다.
    - 뜻이 다른 단어를 같은 단어처럼 섞어 쓰니 헷갈려서 못알아 듣겠다.  //  알아 들을 만한 것도 괜히 용어를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
    - 가족끼리의 일을 바깥일 다루듯 하니 숨이 막힌다.  //  가족끼리라고 무조건 대충 넘어가려 한다.
    - 매번 남과 비교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  남이 다 하는 걸 왜 유독 못하는지 모르겠다.
    - 한가지 기준으로 세상일을 다 설명하려 든다 //  논리가 달리니까 기준이 다르다고 우긴다.
    -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함부로 과장한다.  //  감정 표현을 그냥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꼭 따지려 든다.(후략)

 

   인간 사이의 갈등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지만 다른 것 자체가 갈등의 원인은 아니다. 남/여,부모/자식,스승/제자와 같이
   확연히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끼리 별 갈등없이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다름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다르다'
   는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가지다.  우선, 다른 것을 무리하게 같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다르게 놓아 둔 채로 조화을 이루려고 하지 않고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려고 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두번째는, 나와 다른 사람을 보았을 때 그 다름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다른 것을 같다고 생각하여 오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각각 다르다.
   내가 보기엔 쉬운 것을 상대가 안해 주면 상대가 나를 무시한다거나 나를 싫어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상대는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해주는 것일뿐이다.(중략)

 

   우리는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중략)  더 나아가 '맞다/틀리다'와 '같다/다르다'가
  '옳다/그르다'나 '좋다/나쁘다'로까지 확대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 '맞다/틀리다' '같다/다르다'라는 네 쌍의
   표현은 전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으며, 엄격히 구분해야 할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다른 것이 있으면
   바로 우열을 따지고자 한다.  또 그 우열을 쉽게 선악과 연결해 버린다.  더 나아가 서로 틀리면 한쪽이 그르다는 단정을 지어 버린다.  세상의
   대부분 갈등의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그런 잘못을 피하려고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2. 듀게 유저들 사이의 최근 몇몇 갈등들이 어떤 범주의 것일까요?  제 눈에는 대부분 단지 '같다/다르다'라는 범주의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이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사람들을 몰고 가는 듯 합니다.  '같다/다르다'라는 객관화시킬 수 있는 범주의 것들을,  나는 '좋아한다/싫어한다'는
   극주관적 범주의 것들로 변화시키는 그런 메커니즘요.  그 반대의 메카니즘도 존재하죠. 소위 '쿨 가이'들..

 

3. 자유 게시판은 말 그대로 '자유'이자 '게시판'입니다.  내용은 자유지만 그것을 걸어서(揭) 보인다면(示) 당연히 피드백을 각오한다는 뜻일겝니다.
   그리고 그 피드백이 꼭 쓴 사람 좋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세상사 리스크 없는 것들은 대개 다 가치가 없는 것들이고 리스크의 가치는 그 견딤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게시판 글 90%가 관심없는 것들이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글 2-3개를 볼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고 정말 고맙습니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도를 닦는 사람은 한개의 숫돌과 같아서 장서방이 와서 갈고 이서방이 와서 갈아,
   들고 나며 갈아 가면 남의 칼은 잘 들겠지만 나의 돌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도리어 남들이 와서 나의 돌에
   칼을 갈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제가 행복감을 느끼고 정말 고마운 글들은 이런 가여운 숫돌이 아닌 읽는 사람들에겐  '보시'가, 쓰는 본인에겐 적어도 '정리'가 되는 글들입니다.
   덧붙여 온라인에서 배운 것중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절대로 자기가 쓴 글은 지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공분을 살 만하거나 기타 사적인 이유가 아닌 한)

   잘못된 글에  대해선 차라리 사과 글을  따로 쓰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지요. 자신이 잘못 쓴 글조차 두고 두고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못난

   부분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요.
  

4. 예전에 한참 수행 체험을 할 때 였습니다.  2주간의 합숙 기간이 지나고 나서 뒷풀이 자리였지요.  어느 처사께서 이렇게 말씀하신게 저에겐 가장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저는 경계가 일어날 때마다 집 마당에서 키우는 개 양철 밥그릇으로 라면을 끓입니다. 그리곤 식혀서 마당에서 개랑 같이
   입을 대고 먹어 봅니다^^'   그 경계란 게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경우 '구별'이 아닌 '분별'이 아니었을까 뒤에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처사님 헤어질때 저보고 신신당부 하시더군요  '모두는 하나입니다. 이것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라구요

.

   신심명 첫대목에 보면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1) 至道無難(지도무난)이요    唯嫌揀擇(유혐간택)이니  //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2) 但莫憎愛(단막증애)하면    洞然明白(통연명백)이라  //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3) 毫釐有差(호리유차)하면    天地懸隔(천지현격)하나니  //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
 
   4) 欲得現前(욕득현전)이어든  莫存順逆(막존순역)하라   //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5) 違順相爭(위순상쟁)이      是爲心病(시위심병)이니       //    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이는 마음의 병이 됨이니
   6) 不識玄旨(불식현지)하고    徒勞念靜(도로염정)이로다  //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 하도다.

 

5. 쓰잘데기 없는 글일듯 하네요..무언가 정리가 잘 안된듯 한데 하두 오랜만에 글을 쓰니..쩝 좋은 금요일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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