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Undone> (스포 있음)

2019.09.19 13:53

iggy 조회 수:519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 'Undone' 은 제가 그저께 보기 시작해서 어제 새벽에 끝낸 여덟 편 짜리 애니메이션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나중에 찾아보니 '보잭 홀스맨'의 제작자와 작가 케이트 퍼디가 공동으로 만들었군요. 저는 이전까지는 이 사람들을 잘 몰랐습니다 (보잭 홀스맨을 떠올리면 윌 아넷과 데이빗 세다리스의 동생 에이미 세다리스 정도가 생각났어요). 보잭 홀스맨의 분위기와 조금은 비슷하게 뼈 때리는 유머와 음울한 드라마가 주를 이뤄요.


케이트 퍼디는 실제로 자신의 뇌실이 확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서른 살이 되기 전 매 생일마다 고비를 넘는 기분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뇌실 확장은 조현병 환자에게 흔히 관찰되는 소견이며, 여성의 경우 이 질병은 30세 이전, 특히 20대 초반에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직계가족 중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고 해요. Undone 은 케이트 퍼디의 자전적 경험을 드라마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사전정보 없이 보시는 분이라면 버릇없고, 직설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이 자동차 사고를 겪으며 환시를 최초로 경험하고 프로세스하는 장면들에서 저처럼 SF 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보고 나서는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제목이 undone 인 건 주인공이 자신의 "수퍼파워"를 갈고닦아 결국 변경하고자 하는 특정 과거의 사건과 연관이 있어요. 이미 충분히 스포했지만 더 이상은 너무 스포라.. 주인공은 (혹은 주인공의 무의식은) 상실의 경험을 치유하고 싶어하는데, 이건 어른인 우리가 대부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를 본 후 조현병이라는 질병에 대해서도 한번 더 찾아보고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삶이 내던지는 고통들을 소화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듀게에 처음으로 쓰는 글이 이렇게 멋진 드라마를 소개하는 글이 되어서 기쁘네요. 

잘 부탁 드려요. 


https://www.bustle.com/p/how-undone-creator-kate-purdy-re-contextualized-her-mental-illness-with-gorgeous-animation-18756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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