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우울한 내용이기 때문에 야심한 밤 타인의 슬픔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신분들은 스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곳이 개인 낙서장도 아니고 제 개인 블로그도 아니지만, 맘이 정체없이 가라않고 있어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피할 수가 없군요.


지난 토요일 제 조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두 돌도 되지 못한 아가가 반년동안 붙잡고 있던 삶의 끈을 결국 놓쳐 버렸어요. 


황망히 동생에게 달려 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힘없이 누위있는 동생과 매제의 초췌한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해 방바닥에 시선을 떨구고 있는 일 말고는..


첨에 폐렴에 걸려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했던 얘들도 많았고, 다들 지금 건강히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수술을 하고.. 그렇게 가느다란 희망과 큰 절망을 오갔던 지난 반년의 시간이 흘러 갔죠..


지난달에만 해도 중환자실에서 일반 입원실로 옮겨 졌다는 얘기를 듣고, 여동생 부부의 노력이 드디어 보답을 받는 구나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러다 지난주에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겨 졌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걱정을 했었지만.. 회사 일이라는 핑계로 주말에 워크 샾을 갔었지요.


월요일에 화장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결국은 가지 못했어요.

결연코 동생이 오지 말라고 하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라는 마음 속 핑계를 데고 가지 못한 건 그 자리를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피한 거였어요.


화장이란 것.. 엄마라고 제대로 말도 못해 본 아가가 그렇게 한 줌 재로 변해 간다는 걸.. 그걸 견뎌내야할 동생네 부부도 있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너무 먹먹해 져서....


아직도 실감이 제대로 나지 않아요. 가끔 어떤 감정이 절 압도할 때 오히려 아무 느낌이 안드는 것처럼.

때마침 회사일도 정신없이 바빠 대강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야근을 마치고 마음이 방심하는 상태가 되면 평삼심을 유지할 수가 없네요.


동생네 가족, 그리고 그 가족을 둘러 싼 다른 가족들은 이제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요. 

남한테 해도 끼친 일도 없는데, 부부 모두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동생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어요. 물론 이런 일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자꾸 이런저런 후회때문에 괴로워요. 어렸을 때 동생한테 손찌껌 한 거, 사소한 일로 못되게 군거..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에 자주 못가본 거, 아니 전화도 자주 못해본 거..

돌이킬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니까 후회해도 어찌 할 수가 없네요. 그게 더 맘이 아파요...


동생 부부는 정말 말그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반년동안 큰 절망을 작은 희망만으로 버텨왔었죠. 

이제 예전처럼 그렇게 다시 행복해 질 순 없겠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으니 서로 자책하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만 간절한 마음과 절실한 노력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큰 조카도 키워야 하니까.. 반년동안 영문도 모른체 12시간 맞교대로 병원을 지켰던 부모를 버텨왔던 그런 조카도 있으니까..


작년에 마지막 안아봤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눈을 감고 아가를 안은 것처럼 느끼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아가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자주 놀러가서 니 모습 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짧은 생 동안 병원에서 너무 많이 누워 있었지.. 너무 힘들었었지..

하지만 니가 오랫동안 버텨준 덕분에 니 엄마와 아빠는 너에게 사랑 줄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어.


이젠 너를 안아줄 수는 없지만, 너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마음은 언제까지 잊혀지지 않을꺼야.

이젠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3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67
110013 영드 닥터후 12대 닥터가 공개되었습니다 [9] 120 2013.08.05 3765
110012 이현도가 나온 라디오스타 [4] notalright 2013.08.11 3765
110011 영화 "신세계"에서 류승범이 나와요? [3] apogee 2013.03.24 3765
110010 후쿠오카 카페산첵, 코히칸 아기, 야네우라 바쿠 [17] beirut 2013.03.05 3765
110009 한혜진 잡는 장윤정 [1] 화려한해리포터™ 2013.05.22 3765
110008 빕스 대란 [8] 스위트블랙 2012.03.26 3765
» 너무도 갑작스런 상실(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23] 오직딸 2011.10.11 3765
110006 [글수정] 안철수 원장의 다운계약서건은 합법이 맞습니다. 판례확인했네요. [14] 오늘은 익명 2012.09.27 3765
110005 [짧은 잡담] 오늘 삼청동이 바글바글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7] mithrandir 2010.11.18 3765
110004 인셉션 결말 뒷북 (제 생각이 오바일까요 ㅠㅠ 스포) [7] 진달래타이머 2010.08.05 3765
110003 저희집 강아지가 죽었는데.. [16] 리프레쉬 2011.03.24 3765
110002 치아 관리의 끝판왕?? [16] 칼리토 2014.12.25 3764
110001 설국열차 썩토 지수가 95퍼센트 정도에요 [11] 파라솔 2014.07.05 3764
110000 집행유예를 받은 20살이 법정에서 하는 말이 [7] 가끔영화 2014.02.10 3764
109999 적당함이 통하지 않는 세상. [9] 유상유념 2013.09.24 3764
109998 이번 대선, 지금까지 나온 말들중 최고의 명언 [6] soboo 2012.12.07 3764
109997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가 유해사이트로 지정되었군요. [14] MK 2012.10.18 3764
109996 구미에서 불산누출 2차 피해가 확산 중입니다 [5] 유우쨔응 2012.10.04 3764
109995 계란 우동 [5] 가끔영화 2012.10.01 3764
109994 각하 아드님께서 출석체크를 하셨습니다. [12] chobo 2012.10.25 37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