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하다보면 각 부서가 항상 "우리 팀에 인원 부족함. 죽겄음. 사람 좀 주셈." 이라고 난리를 칩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인사팀장 전화기에 불이 나고요. 혹은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이라도 써야겠으니 예산 달라고 예산팀장에게 압박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한 번도 "우리 팀 일은 열라 없고 사람 겁내 많음. 좀 데려가셈." 이라고 하는 부서는 못봤어요. 당연한 거겠지만.

 

그런데 지금껏 경험으로 보면, 이때마다 인사팀이나 예산팀이 이게 진짜인가 엄살인가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쓰는 것이 "야근"이더라는 겁니다. 가끔씩 그들은 9시쯤 회사를 한바퀴 돌면서 어느 팀에 몇 명이 남아있는지 체크한다고 합니다. 사람 없어서 일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받으면 그 체크결과를 꺼내본다는군요. 야근을 별로 안하는 부서가 그런 하소연을 하면 거짓말로 치고 무시한데요. 야근 많이 한 부서에 신입을 주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야근 적게 한 부서에서 사람을 빼서 야근 많이 한 부서로 넣어주기도 한답니다.

 

흠... 회사에 대한 대표적인 불만이 "일도 없는데 눈치보느라 야근한다"는 것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오래 앉아있다고 일 열심히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분명하고요. 낮 시간에 내내 놀아재끼다가 밤 시간에 야근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분명히 업무시간중에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하고서 퇴근시간 되면 얼른얼른 접고 들어가는 부서도 보이는데, 그런 부서보다 널널하게, 오래, 늦게까지 일하는 부서가 바쁘고 일 많은 부서로 평가받는건 누가 봐도 부당하잖아요.

 

근데 이런 이야기 하면... 답이 정해져 있어요. "그럼 뭘로 할까?"

 

생각해보면 계량화해서 들이대기에 야근시간만한 것도 찾기 힘들어요. 낮 시간에 열심히 일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계량화할 수도 없고, 화장실 간 횟수를 세고 앉아 있을 수도 없고, 담배 피운 시간을 개인별로 재기도 힘들고, 모든 직원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팀을 따로 만들 수도 없고요. 결국 다른 지표를 개발해내지 않는 한은, 가정불화가 있는 팀장이 집에 안들어가는 바람에 전원이 야근해버린 팀이 계속해서 풍부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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