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3 23:26
여름 휴가 때 몇 년만의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멀리 나갈 자신은 없어서 가까운 대만으로... >_<:; 여행 다녀온지 한달도 넘었는데, 게으름 부리다 사진 편집을 지난 주말에야 마무리;; 자유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냥 패키지 여행이 좋아요. 많이 걷는 거 싫어하고 음식엔 별 욕심 없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 여행사에서 알아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태워주다가 전 잠깐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으면 되는 패키지 여행에 최적화.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꽤 알차게 다녀왔습니다.
첫번째로 들린 곳은 대만 고궁박물관입니다.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가 대만으로 도망쳐올 때 중국의 모든 보물을 건물 빼고 쓸어담아왔다고 하죠. 본토에 남아있었다면 문화대혁명 때 어찌됐을지 모르니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유물이 하도 많아서 3개월 텀으로 전시물을 교체하는데도 전체 유물 보려면 20년이 걸린다는 엄청난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유물인 취옥백채.
양귀비 석상입니다. 미의 기준은 시대별로 상이하다는 걸 새삼 꺠달았어요.
서태후의 옥병풍.
그냥 거리의 풍경입니다. 왠지 이런 정돈되지 않고 복잡한 간판의 느낌이 좋아요.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 & 현재 세계랭킹 10위, 508m의 위엄을 자랑하는 101 타워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야경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D
둘째날은 장장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화련으로 가서 청수단애 & 태로각에 갔습니다. 이곳의 풍경은 정말 경이로워요. 거기에 5,000여 명의 인부들이 중장비 없이 곡괭이로 터널을 뚫었다는 역사를 듣고 나면 숙연해집니다. 사진으로 그 압도적인 장대함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어요.
셋째날 들린 야류 해양공원. 무척 만족스러웠던 3박 4일 간의 대만여행이지만, 야류 해양공원은 그 중 백미였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이었어요. 더워서 쪄죽을 뻔 했지만 날씨마저 쾌청해 좋은 사진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오후엔 지우펀에 들렀는데, 덥고 사람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저는 좀 별로였어요 ㅠ_ㅠ; 차라리 좀 선선하고 홍등이 켜진 밤에 왔다면 더 좋았을 듯. 너무 사람이 많아 제대로 찍은 사진도 없네요.
저녁에는 라오허제 야시장에 갔는데, 저는 먹거리엔 별 흥미가 없어 야시장 초입에 있는 도교사원 자오궁에 갔습니다. 사원은 정말 화려하고 화려하고 또 화려합니다.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곳이에요.
셋째날에 묵은 원산대반점. 대만에서 현재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가장 유서깊은 전통을 자랑하고 아직까지도 국빈을 맞이하는 곳으로 상징성을 지니는 매우 중요한 호텔이라고 합니다. 건물 외양과 중앙 홀에서는 정말 위용이 느껴져요.
넷째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장제스를 기념하는 중정공원. 대만 사람들, 특히 원주민들에게 장제스는 참 복잡한 존재입니다. 국부이자 침략자고, 대만 발전의 주역이자 춸권통치의 학살자죠.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섞어놓은... 그래서 매년 중정공원의 도앙을 철거하고 이름을 바꾸라는 시위가 열린다고 합니다.
패키지 여행이라 일정이나 식사 등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차안에선 쉬다가 내릴 때 되면 내려서 사진 찍고, 먹을 때 되면 먹고, 잘 때 되면 숙소로 올라가 자면 되니까 참 편했어요. 가이드 분도 무척 좋았고, 음식도 입맛에 꽤 맞았고요. 앞으로 휴가 때는 좀 가까운 해외라도 다녀야겠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 & 편안한 밤 되세요 >3<) /
2019.09.24 09:05
2019.09.24 18:14
대만에 있던 3박 4일 내내 비가 안 왔는데, 가이드 분도 이렇게 비 안만나기 쉽지 않다고 신기해하시더군요. 해양공원 간 날은 특히 쨍쨍했습니다. 덕분에 사진은 정말 잘 찍었는데, 땡볕에 한시간 돌아다니니까 나중엔 정말 몸이 익는 것 같았어요;;
2019.09.24 09:19
대만에 중국의 보물들이 많다더니 박물관에 볼거리가 많은거 같네요.
2019.09.24 09:32
장개석이 보물들을 비행기에 싹 싣고 도망가는데 중공군(울아버지 표현입니다)이 그 비행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는데도 냅뒀다 하시더군요. 그거 다 중국 꺼라고 했다면서요. 믿거나말거나입니다만..
고궁박물관은 두 번 가봤지만 정말 좋았어요. 박물관 3층 찻집에서 마시는 차도 좋았구요.
2019.09.24 18:18
저도 그 얘기 들었어요. 그리고 고궁박물관 지하에는 폭탄이 보관되어있어 중국이 침략하면 문화재 전부 날려버릴 거라고 협박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아마?... =_=;; 고궁박물관은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짧고 자유관람시간이 없어 좀 아쉬웠습니다. 만약 자유여행을 온다면 여기서만 온전히 하루를 보내고 싶었어요.
2019.09.24 18:35
옮길 수 없을만큼 덩치가 큰 것들(건물이나 비석, 묘) 빼고 중국의 주요 보물들은 전부 들고 왔다더군요. 중국에서도 이 보물들을 무척이나 탐내서, 80년대 중국이 대만에게 취옥백채(첫 사진에 있는 비취 배추)를 넘겨주면 공식 중국 지위를 잃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대만이 다시 UN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합니다. UN 결의에 의해 대표국 지위를 잃자 스스로 UN을 탈퇴해버릴만큼 자존심 강했던 대만은 이 제안을 일거에 거절. 이후 대만은 2008년 뒤늦게 UN 재가입을 추진하지만 중국의 방해로 결국 실패... 믿거나말거나 수준의 이야기긴 한데 만약 그 때 대만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땠들까 궁금합니다.
2019.09.24 13:20
2019.09.24 18:39
대만 자체가 큰 나라가 아니니까 북대만이냐 남대만이냐의 선택이 있을 뿐 각각의 루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게 그거라더군요. 10여년 전 저희 어머니가 갔다오신 루트도 대동소이. 해양공원에서 여왕두 바위는 여전히 멀쩡하게 잘 있고, 가장 유명한 촬영스팟입니다. 사진 찍으려고 줄서있길래 저는 그냥 멀리서 줌 당겨서 한 컷, 그리고 줄 서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편에서 한 컷 찍고 빠져나왔어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잔쯕 있고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다보니 그냥 '나 여기 갔었다'라는 인증샷의 의미나 있을 뿐 그리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니었어요 =_=;;
2019.09.24 22:24
익숙한 풍경이네요. 저도 저 배추 보고 와.. 했는데 사실 그 옆에 동파육이 더 실감 나더라는.. 지우펀은 밤에 가야 멋진 거 같습니다. 예류는 더웠던 기억만 나구요. 야시장에서 사먹었던 망고젤리.. 아직도 먹고 싶네요.
2019.09.25 00:14
저는 사실 고궁박물관의 3대 보물이라는 비취백채, 동파육, 모공정보다 다른 유물이 더 끌리더군요. 모공정은 무려 주나라 때의 유물이고 초기 한자의 모습을 알려주는 로제타 스톤이나 다름없는 유물이니 높게 평가되는게 당연하고 비취백채도 섬세한 솜씨가 돋보이긴 하는데, 동파육은 그냥 고깃덩어리 모양 돌이 왜 최고의 보물로 꼽히는지 잘 모르겠...=_=; 중국이면 당연히 황금황금 거대거대하여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유물을 최고로 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박한(?) 유물들을 최고로 꼽아서 의외였습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한번은 혼자, 한번은 부모님이랑 다녀왔었는데 자유여행도 편하고 좋더라구요. 예류 사진이 너무 좋네요. 제가 갔을 땐 흐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