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이 쓰는 조난 용어 중에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산에서 폭설, 폭우, 안개를 만났을 때 길을 잃고 직선이라 믿으며 출구를 향해 나아가지만, 
실은 같은 장소에서 맴돌 뿐인 윤형방황輪形彷徨/환상방황環狀彷徨을 말하죠. 
그렇게 맴맴 돌다가 체력이 다하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 사회의 윤형방황은 어떨까요?
반복해서 원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방황은 더 이상 방황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보다는 생각을 요즘 자칭/타칭 진보그룹을 보면서 합니다.
한 개인의 윤형방황은 어떨까요?
단정하고 단아한 방황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온라인의 이런저런 게시물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것이었나 보다, 그렇게 믿으며 한 세월을 보낼 수 있으면 저도 평온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 되네요. - -

윤형방황을 끝내고 길을 찾도록 하는 게 뭘까요? 아마도 '빛'이겠지요.
어제의 '나'가 다시 오늘의 '나'가 되어도 괜찮을 이치를 가로막는 '너' - 타인이라는 빛.
정신 들게 하는 그 좋은 게 요즘의 저에겐 단지 일곱 겹 장막 너머에서 부는 소리없는 바람 같기만 합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제겐 의문, 혼란, 번민이 있어요.
어제의 그것들을 다시 오늘 계속하는 것도 생에 대한 사랑이기는 합니다. 그런 사랑은 방황일까요, 아닐까요?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마음의 일이지만, 
방치할 수 없는 과제라는 듯, 선잠 자고 일어난 제 정수리 위의 천공이 그 질문으로 어둡고 또 밝습니다.
울울하고 암암하고 하염없는 바람소리.

Alnis-Stakle-A-Corner-of-Shadow.jpg

By Alnis Stakle/ A Corner of Shadow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2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33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662
110064 조국 사퇴. 이제 시작이네요. [1] KEiNER 2019.10.14 845
110063 특수부 명칭 변경, 땔감 조국 센세는 왜 오늘 장관직을 사퇴하셨나 [1] 타락씨 2019.10.14 789
110062 설리 사망 신고 [16] LiTo 2019.10.14 2476
110061 로베르토 바지오와 마돈나 [9] mindystclaire 2019.10.14 863
110060 방언터진 이철희 선생님 타락씨 2019.10.14 999
110059 저스티스 파티는 오늘도 저스티스해 [2] 타락씨 2019.10.14 534
110058 [회사바낭] 일할 맛 안나요. [6] 가라 2019.10.14 995
110057 오늘의 80년대 일본 스크린 잡지 부록-여배우 헤어 카탈로그(초스압)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14 977
110056 영화 "안나"를 봤습니다 [3] 칼리토 2019.10.14 673
110055 [넷플릭스바낭] 대만제 스릴러(?) '죽음의 타임캡슐'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19.10.14 2547
110054 당신은 내일 어떤 얼굴로 오실건가요 사팍 2019.10.13 584
110053 경비노동자에 대한 인식수준 [4] Toro 2019.10.13 1277
110052 이런저런 잡담들 [3] 메피스토 2019.10.13 834
110051 아래 '사회부장의 입장에 반대한다' 글에 관한 잡담 [46] 타락씨 2019.10.12 2159
110050 다 망한 게시판 네임드들의 역변을 보면서... [7] 도야지 2019.10.12 2449
110049 [스포] 뒤늦게 힐 하우스의 유령 잡담. [6] Diotima 2019.10.12 844
110048 산드라오 [4] 날다람쥐 2019.10.12 1037
110047 [넷플릭스바낭] 소노 시온의 '사랑 없는 숲'을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19.10.12 2112
110046 이창명이 복귀한다고 합니다 [3] 사막여우 2019.10.12 1451
110045 Robert Forster 1941-2019 R.I.P. [2] 조성용 2019.10.12 3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