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같은 영화를 두고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극단적인 날을 세우는 걸 보면서 비참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기까지 합니다.
여성주의 형사물을 만드려면 이정도는 해줘야죠.

이 작품을 굳이 여성주의 틀에 가둘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단순히 여성주의 작품으로서 뿐 아니라 장르물로서도 아주 훌륭해요.
강간 피해자들이 주변 인물들의 선의와 상식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피해와 고통을 겪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겠죠.
느껴지지도 않는 감정을 들이밀고 같이 분노하고 울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절제되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사태를 보여줘요.
수사와 관련한 인물들도 절대적인 악이나 비상식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없고요.
수사는 초인적인 기지와 번뜩이는 지혜보다는 수많은 사람의 협력에 의해서 모래알을 쌓아가는 과정에 가깝게 묘사 되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는 있을 지언정 서로를 존중하며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따르고요.
피해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당하기만 하는 약자이자 절대선이 아닌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을 안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용기있고 평범한 사람들이고.
강렬한 감정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분하게 유지되는 톤이나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플롯, 사소한 행동이나 슬쩍 던지는 말 한마디로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묘사 같은 것들도 아주 세련되었어요.
요즘은 여성이 주인공이면 무조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서도
하루 남은 휴일에 채널 돌리는 거 말고 다른 할 일이 없는 분들께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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