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하자드) 3 리메이크



저번에 2편 리메이크를 깬 김에 이어서 달렸습니다.


2편에서 이후 시리즈로 이어져가며 달라져가는 방향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게임이었네요.

'서바이벌' 요소는 많이 줄어들고 액션이 강화되었으며 스케일이 커지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맛이 강조되는 게임이었어요.

뭐 전 괜찮았습니다. 그놈의 '서바이벌' 시킨답시고 탄약 자린고비에 짐칸 모자람의 압박에 시달리며 좁아 터진 맵을 끝도 없이 뺑뺑이 돌던 2편의 구성 방식이 제겐 많이 피곤했거든요.


밸런스도 나름 괜찮아요. 적들을 파워업 해서 빡센 느낌을 줌과 동시에 2편보다 더 강한 무기를 더 일찍 주고 탄약도 그만큼 더 주니 빡세다는 기분만 만끽하면서 오히려 실제 난이도는 2편보다 내려갔습니다.

또 갑갑한 실내에만 가둬놓고 뺑뺑이 돌리던 2편과 달리 야외 구간들이 많아져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만큼 구경할 풍경도 다양해졌구요.

플레이 타임이 너무 짧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뭐 풀프라이스로 구입한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만. 폭탄 세일에 번들 구성으로 구입해서 만 원 될까 말까한 값으로 플레이한 제게는 오히려 이게 그냥 적당했어요.


그리고... 똑같은 리메이크 시리즈인데도 어쨌든 2편 리메이크보다 늦게 나왔다 보니 그래픽도 많이 파워업해서 보기도 좋아졌고. 그러면서 PC판 최적화도 훨씬 잘 해줘서 좋더라구요.


뭐 여전히 스토리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만. 전 어차피 이 시리즈 스토리는 옛날부터 포기해서. ㅋㅋㅋ

마치 데드스페이스가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며 생긴 변화랑 참 많이도 닮았다 싶었는데. 어쨌든 스트레스 대폭 줄이고 서바이벌 호러 향기만 적당히 풍겨줘서 전 만족했다는 거.

유일한 단점이라면 2편 대비 엔딩 후 보너스 컨텐츠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그래서 1회차로 스토리 달리고 나면 끝인 게임이라는 건데. 했던 거 또 하고 또 하는 거 안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전혀 안 거슬렸구요. 즐겁게 마무리 했습니다.



2. 더 이블 위딘 2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아버지... 소리를 듣는. 바로 위에 적은 바이오 하자드 2편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미카미 신지가 따로 차린 회사에서 만든 시리즈죠.

1편은 직접 디렉팅을 맡았었고 아마 요 2편은 프로듀서로 물러나서 전체적인 지휘 및 조언만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1편의 평가가 좀 애매했는데... 전 꽤 재밌게 했습니다.

1편은 여러모로 바이오 하자드 만들던 일본 프로듀서가 만들 법한 게임이었죠. 

멀쩡한 듯 하면서도 하다 보면 불합리한 느낌이 드는 시스템에 시점도 좀 불편하고. 게임 플레이는 사실 바이오 하자드랑 되게 판박이인데 '어쨌든 바이오 하자드가 아니라고!' 라고 외치는 듯한 다른 세계관과 설정, 조금씩 다른 분위기. 뭐 이런 느낌의 게임이었는데요.


더럽게 어렵다고 짜증을 유발했던 초반, 중반 게임플레이가 맘에 들었습니다. 전투들이 대부분 뭔가 좀 머리를 써야 하고 정말 간신히 간신히 살아 남는 느낌이라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걸 깼을 때의 즐거움도 그만큼 강했거든요. 그리고 되게 심각하고 진지한 것처럼 폼 잡으면서 가끔씩 어이 없이 들어가는 썰렁 개그 같은 코드도 제 취향이랑 좀 맞는 편이라(...)


근데 프로듀서로 자리를 옮기고 회사 내의 후배(아마 서양인이었던 걸로?)에게 직접 지휘를 맡긴 요 2편은...

좋게 말하면 게임이 많이 매끄러워졌습니다. 불합리하단 기분이 드는 어려움도 없고. 여기저기서 가져오고 빌려와서 조합한 게임 시스템들도 그럭저럭 잘 엮여서 어울리구요.

다만 반대로 말하면, 1편이 내세웠던 정체성에서 많이 멀어졌고, 새로울 게 거의 없는 흔한 호러 액션 게임이 되어 버렸다는 느낌도 강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무난하게 즐길만한 호러-액션 게임인데, 스토리든 게임 시스템이든 뭐든 독창적인 부분이 아예 사라져서 무개성해져 버린 작품이었네요. 

프로듀서가 바뀌어서 그런가, 이블 위딘보단 '앨런 웨이크'나 '퀀텀 브레이크', '컨트롤' 같은 레메디 게임들 느낌이 되게 강하게 드는 것도 좀 아쉬웠구요.

결국 3편이 못 나오고 이대로 끝나 버린 것도 당연하다 싶었네요.

그래서 짜증 내가며 했던 바이오 하자드 리메이크 2편보다도 추천해주기 어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ㅋㅋ 그냥 이 게임은 1편으로 끝이었던 걸로.



3. 사실 숫자 3은 달 필요가 없는데요. 그냥 리메이크 2편 얘깁니다.


결국 엔딩을 세 번 봤어요. ㅋㅋ

캐릭터 둘에 스토리가 두 개 씩이니 사실 네 번 엔딩을 봐야 뽕을 뽑는 건데, 다행히도 세 번까지 보면 숨겨진 최종 보스와 진짜 엔딩까지 다 나온다는 걸 확인하고 열심히 3회차를 달렸죠.


근데 전에도 적었듯이 이 시리즈는 결국 제 취향과 아주 잘 맞지는 않아서, 리메이크 4편은 조만간 다가올 폭탄 세일을 기다려 보는 걸로. ㅋㅋㅋ

그보다 8편 '빌리지'나 우선 세일 좀 빡세게 해줬음 좋겠구요. 


암튼 이렇게 세 편을 연달아 비슷한 걸 달리고 나니 피곤해져서, 이젠 가벼운 인디 게임들 위주로 달리는 중입니다.

혹시 게임패스 유저시라면, 게임패스 유저가 아니어도 잘 만든 인디 게임 좋아하신다면 이번에 나온 '코쿤'은 꼭 해 보시길.

아직 엔딩은 못 봤지만 '올해의 인디 게임' 최상단에 올려놓고 싶은 기분이 드는 수작입니다. 아날로그 스틱과 A 버튼 하나만으로 진행하는 퍼즐 - 어드벤쳐 게임인데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 환상적이네요. 난이도도 적당하고 미술도 좋고 게임 플레이도 좋고 다 좋아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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