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ZavCM.jpg?1



<델타 보이즈(2017)><튼튼이의 모험(2018)>은 고봉수 감독의 쌍둥이처럼 닮은 두 영화입니다. 어설픈 애들이 모여 뭔가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의 좌충우돌이 웃프게그려지는데, 도전의 결과는...?

 

<델타 보이즈>는 어쩌다 모인 청년 넷, 공장알바, 백수 미국교포, 생선장수, 도넛장수가 뜬금없이 남성 중창 대회를 준비하는 2주간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제작비 250만원으로 9회차 만에 완성한 초 저예산 영화로, 버너에 라면 끓여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출은 롱테이크로 찍은 다큐 느낌인데, 내용은 대본 없이 찍은 개콘 같아요. 어설픈 녀석들의 티격태격이 웃기고, 갑갑한 생활 속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그 발버둥이 진한 페이소스를 전합니다.

 

<튼튼이의 모험>은 레슬링부 고등학생들이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내용인데, 역시 2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존폐의 기로에 있었던 대풍고 레슬링부는 단 한 명 남은 부원의 노력으로 점차 멤버를 갖추고 전열을 정비합니다. 그리고 전국체전 예선 1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지옥훈련에 돌입하게 되지요.

<델타 보이즈>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서 노안의 고등학생을 연기합니다. 전작의 호평에 힘입은 덕인지 제작비는 무려 2천만원으로 상승! 덕분에 읍내에서 잘나가는 애들인 '블랙 타이거' 패거리들의 세기말 패션도 나름 부내가 납니다. 물론 델타 보이즈에 비하면말이죠..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튼튼이의 모험>의 영어 제목은 Loser’s Adventure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왠지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스끼다시 내 인생> 이라는 노래가 떠오르곤 했어요. 고기반찬이 좋다고 노래하던 그가 갑자기 요절한 날에 그의 음반을 괜히 몇 장 샀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 수익금 받아 고기반찬 사먹을 사람도 없는데 말이죠.

그리고 예전에 <스끼다시 내 인생>을 들으며 했었던, 자조를 파는 예술가에게 성공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다시 떠올려 봤습니다.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공감을 얻기에는 훌륭하지만, 자조를 팔아 성공한들 성공한 뒤에는 더 이상 자조를 팔수도 공감을 얻을 수도 없을 테니까요.

 

너무 현실감 없는 성공담도, 너무 현실감 있는 실패담도 아니어야 하기에, 도전을 그리는 이야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델타 보이즈><튼튼이의 모험>을 어디쯤의 결말이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냥 코미디라고 하기엔 뒷맛이 짠한 건 다큐적인 연출 스타일도 한 몫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주성치의 b급 코미디가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그가 궁극적으로는 루저 감성이 아닌 코미디를 팔았기 때문임을 조심스럽게 상기해봅니다두 편 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요. 쓰고 보니 뭔가 안좋게 적은 것 같은데.. 엄청 재밌습니다.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7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69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076
109754 아들의 연대 입학서류 '조국당해' 휴먼명조 2019.09.24 746
109753 짜장은 싫어요, 간짜장이 좋아요 [2] 휴먼명조 2019.09.24 782
109752 [바낭] '살인자의 기억법'을 볼까말까 망설이다 기어코 보았습니다. [4] 로이배티 2019.09.24 945
109751 2019.08. 대만여행 [10] 샌드맨 2019.09.23 635
109750 걸그룹 전문가님들 곡 좀 찾아주세요 [3] 뿡뿡이 2019.09.23 496
109749 겨울왕국2 공식 예고편이 나왔네요 [8] 부기우기 2019.09.23 593
109748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52] 칼리토 2019.09.23 1880
109747 <벌새> - 가족에 대해서 [1] Sonny 2019.09.23 644
109746 풍요로운 시대는 언제 지나갈까요? [3] 존재론 2019.09.23 674
109745 트와이스 신곡, Feel Special MV 메피스토 2019.09.23 383
109744 [아침을 열며]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1] 타락씨 2019.09.23 785
109743 미 앤 얼 앤 더 다잉 걸 후기 (노스포) [4] 얃옹이 2019.09.23 411
109742 평은 좋지만 개인적으로 불편한 영화 [6] mindystclaire 2019.09.23 1676
109741 오늘의 만화 엽서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23 285
109740 듀게 오픈카톡방 [7] 물휴지 2019.09.23 466
109739 LG V40 정도에 해당될 삼성폰이 있나요? [17] 산호초2010 2019.09.23 928
109738 딱 하루만 더 쉬었으면 [10] 산호초2010 2019.09.23 823
109737 이런저런 일기...(독자연구와 부작용) [1] 안유미 2019.09.23 472
109736 소문 자자한 액션 띵작 <레이드>1,2편 그리고 <킬러스> [15] 보들이 2019.09.23 798
109735 [바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니메이션 '언던(undone)'을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19.09.23 15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