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3 13:52
조국과 진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조국 대란’은 한국의 진보 정치 세력에게 어떤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울타리 게임’을 합법의 이름으로 승인할 것인가, 울타리 밖 사람들의 편이 되겠다고 선언할 것인가.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64
천관율 기자를 참 좋아해요. 이번주에 또 인상적인 기사를 내놨네요. (아직 유료 시기라 회원 아니면 기사는 다 안보입니다. 몇 일 뒤엔 보이겠죠.)
조국 관련해선 그냥 지긋지긋하고 그 누구도 편들거나 말을 보태고 싶지 않았는데 그 피로감이 좀 해소가 되었어요.
허술히 요약 하자면,
-좌우 진영 대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님. 이번 사건이 한국 정치를 '좌우로 갈린 세계'가 아닌 '울타리 안과 울타리 밖으로 갈린 세계'로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는게 핵심.
-이론상으론(?) 진보정당은 울타리 밖의 가난한 사람들을, 보수정당은 울타리 안의 부자를 대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 진보정당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울타리 안의 지식인을 대변. 더 이상 좌파와 가난이 한쌍을 이루지 않는 것은 글로벌 정치 대세임. 조국 대란은 한국 정치가 이 트랜드에 합류했음을 얼핏 드러냄.
-지속적 불평등 심화는 이러한 정치 현실이 한 몫 함. 서구권 국가들 통계에 따르면 진보 정당 지지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고학력자로 채워짐. 이들 고학력자들은 불평등,재분배 이슈에는 무관심 하고 주로 인권,환경,정치적 올바름에 관심 많음. 좌파정당들은 저학력 저소독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약화됨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능력을 상실. 결국 현실 정치에서 좌우 막론하고 울타리 밖의 사람을 제대로 대변해주는 정당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번 조국 이슈에 있어서도 마이크 잡고 찬/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울타리안의 세계의 사람들 이었음(SKY대생) 울타리 밖은 '대변되지 못하는 주권자'로 목소리를 빼앗김.
-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합법적인 유리바닥을 만들고(좋은 학군,입시 네트워크..) 합법적으로 기회를 사재기함(자녀 논문 제1저자, 인턴쉽..)
정부가 조국을 장관으로 만들어주면 이런 불평등을 심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꼴이 됨. 문제삼는 목소리를 받아 안을지 무시할지 몹시 고민될 수 밖에 없음.
-한국은 어떻게 될까?
기사에 나온 불평등의 세대라는 책에 따르면 한국의 울타리 안인 상위 20%는 (1)대기업+정규직+노조(6.8%) (2)대기업+정규직+무노조(2.9%) (3) 중소기업+정규직 +노조(11%) 라고 하네요.
저는 저기에 속해있고 진보정당을 지지합니다. 돌이켜 보면 부의 재분배에는 피상적인 수준의 동의를 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은 없는게 맞아요. 거리에 선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같은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 하나 이 활동들이 내 회사 업무를 더 피곤하게 만드네?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살았죠. 저는 크게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걸로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트럼프가 뽑힐 판이라는 거잖아요ㅋㅋ (눙물) 저 상위 20%라고 해서 대단히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진보가 이들을 설득해서 80%를 끌어안는게 가능하기나 할까요? 민주주의 정말 어렵네요.
2019.09.13 14:55
2019.09.13 15:13
흠 요약해주신 대부분의 논조에 수긍이 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옛날부터, MB 정권 시절도 그렇고, 저소득층이 오히려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모양새 아니었나요?
보수정권도 그걸 최대한 활용하려고 먹고사니즘(경제가 이런데 왠 복지타령..)을 내세웠었고요.
미쿡의 사정은 잘 모르겠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런지 오래된 것 같아서ㅎ
"불평등, 재분배 이슈에는 무관심 하고 주로 인권, 환경, 정치적 올바름에 관심 많음" <- 맞는 말씀이신 듯..
"정부가 조국을 장관으로 만들어주면 이런 불평등을 심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꼴이 됨. 문제삼는 목소리를 받아 안을지 무시할지 몹시 고민될 수 밖에 없음." <- 이것도 동의..
2019.09.13 15:20
저소득층이 보수정권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는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율 때문에 저소득층의 상당부분이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많은 연구들에서 연령을 통제할 경우(나이가 같다고 보았을 때)에는 저소득층이라고 딱히 더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래서 실제로 한국에서 계급배반투표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논쟁거리에요.
2019.09.13 15:40
수긍이 가는 지적이십니다.
저는 이 기사와 같은 이야기 였는데: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4383.html
말씀대로 이런 분석도 있네요: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12401030821086001
그런데 결국 저소득노인층에게서 투표권을 뺏으려는 게 아니라면, 연령을 통제한 분석이 큰 의미가 있을지..
저소득 층 중 보수계열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연령이 높든/낮든 어쨌건 절대수치로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고 투표에 영향을 미쳤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미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분들이 다 돌아가셨을 때야(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제 자신도 상당히 불경스럽게 느껴지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이미 그런 성향이 특수하게 나타났어서 이제와서 갑자기 미쿡과 같은 극적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 하는... 이미 MB와 박모씨가 그런 영향으로 뽑힌 게 아닌지ㅎ
2019.09.13 16:29
2019.09.13 17:08
여전히 순전히 뇌피셜입니다만, 윤석열이 그런 그림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지 않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의혹이 마음 한 구석에 있어요. 조국 치고 이어서 선진화법 건으로 자한당 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는 기존의 부패한 정치권을 심판하는 카리스마 대쪽검사로 이미지 메이킹 한 후 정치권의 주요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식으로 말이죠.
2019.09.13 15:13
아마도, 중앙일보의 한국사회 新 욕망 지형도 "조국, 진보귀족 실체 보여줬다"(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936836) 이 기사의 형식이 천관율 기사의 대구를 이룬다고 보아요. 본 기사에서 윤평중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과 귀족의 문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과 ‘진보 귀족+보수 귀족’의 갈등이 문제임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예상 외로 객관적인 답변을 내놓았는데, 막상 중앙일보의 제목은 '진보귀족 실체'죠.
다시말해 이걸 '울타리 게임'이 아닌 진보의 위선에 대한 도덕재판으로 몰고가겠다는, 즉 전통적인 '좌우로 갈린 세계(좌우보다는 진보-보수가 더 적절하다고 여기지만 어쨌든)'의 틀에서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보수세력의 태도인 셈이죠. 여기에 조국 지지자들도 조국의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있더라도 보수척결이라는 사명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고요. 결국 둘 다 기존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게 보수적이죠. 심지어 반자한당-반조국 노선을 취하시는 사람들 중 다수도 반조국의 논리를 조국의 내로남불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한심한 것은 정의당이고요. '울타리 게임'의 주창자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서, 사실 그거 그닥 우리한테 중요한거 아님 이러고 앉아 있으니... 심상정의 오래된 친민주당 노선 때문에 걱정을 했었는데, 역시나 였어요.
2019.09.13 16:44
어찌그리 핵심을 잘 읽어 내시나요? *_* 정의당은 이번에 존재감 없이 민주당이나 정의당이나..가 되어버렸어요.
2019.09.13 16:04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울타리 안과 밖의 문제이기나 한건가? 싶어요. 지적한대로 금수저 조국 물러나라는 한줌도 안되는 SKY생들의 성명이 청년의 목소리로 둔갑하고 클릭질 장사하는 언론과 지지율 한탕하려는 야당, 밥그릇 지키려는 검찰이 합세한 이판에서 울타리 밖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19.09.13 18:22
2019.09.13 19:19
2019.09.13 20:20
“ 정부가 조국을 장관으로 만들어주면 이런 불평등을 심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꼴이 됨. “ <—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동감하면서도 이런 오바질 역시 먹물진보의 한계를 천씨 스스로 보여주는것
정의당에 대한 비아냥이 위 댓글 중에 보이는데, 한 달간의 조국 논란, 사태가 광기속에서 조까들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진영 개싸움판을 만들면서 천씨와 같은 문제의식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는 건 애써 무시하는 것도 먹물들의 한계임
불평등의 구조화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우익 포퓰리즘으로 경도되는 현상을 진보정치세력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천씨의 지적 게으름의 소산일 뿐이에요. 구체적인 현실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노총과 민중의 당(구 통진당)들이 각각 기층 민중속에서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 보면 천씨의 논리가 얼마나 게으른지 알 수 있어요.
2019.09.13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