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듀게의 대세는 조까인가요?

2019.10.05 13:03

룽게 조회 수:1586

조커 보고 왔습니다.

개봉 전 첫 예고편이 나왔을 때 부터의 기대가 베니스 영화제 수상소식으로 절정에 달하면서  혹시 깡통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는데

영화 시작 30분 부터 그 불안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많은 분들이 극찬하는 와킨 피닉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히스레저의 조커가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비교 당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그냥 DC역사에서 없는걸로 취급합시다. 우리 그럽시다.

근데 이 영화의 뛰어난 점도 피닉스 때문이고 문제도 피닉스 때문입니다. 워낙 압도적이다보니 감독이 피닉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고 태업을 벌인 결과에요.

마치 송강호가 화면을 쳐다보기만 해도 미장센이 저절로 생겨나는 괴이한 효과 때문에 감독이 제 할일을 안 하던 수많은 사례들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타이틀이 조커인데도 다른 제목을 붙여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꼭 '조커'가 주인공일 필요가 없는 영화가 되었어요. 배경이 고담일 필요도 없고 토마스 웨인과 브루스웨인이 등장할 필요도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조커]는 그의 반쪽이자 달링, 그를 완벽하게 해주는 배트맨이 없으면 그냥 광대분장을 한 미치광이 살인자일 뿐이에요.

이거 꼭 조커일 필요가 있습니까? 페니 와이즈여도 상관 없잖아요? 

물론 배트맨이 등장하지 않는 조커 영화를 만들겠다던 야심은 응원할 만 했어요.

하지만 그 야심을 뒷받침 할 만한 실력이 없었다는게 문제였어요.

마치 제 페친의 타임라인에서 읽은 경험담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인테리어, 깔금하게 정돈된 주방과 식기, 친절한 사장님, 괜찮은 가격이 모두 갖춰진 음식점에 들어가 비빔밥을 시켰는데

맛없게 만들기도 힘든 비빔밥이 맛이 없는 상태로 나오는 경험과 같습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폭력이 스크린 밖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 벌어지는 걱정들이나  여러가지 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냥 감상은 여기까지만 써야겠네요.

클라이막스의 '그 장면'에서 옆자리에 앉은 제 몸의 두배 정도 되는 청년이 팝콘통을 뒤집어 남은 팝콘을 후루루루룩촵촵쩝쩝콰삭삭삭아촵촵촵 입안에 털어넣으실때는 정말 조커에게 빙의 할 뻔 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516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5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953
110340 심심하면 우주의 생명체와 거대필터에 대한 페르미 역설 읽어보세요 가끔영화 2019.11.08 404
110339 가게에서 만난 사람들 [2] 예정수 2019.11.08 512
110338 Marie Laforêt 1939-2019 R.I.P. [2] 조성용 2019.11.08 314
110337 요즘 본 TV프로그램과 구입한 블루레이 [5] 예정수 2019.11.08 473
110336 서울 (강남) 아이들 vs. 지방 아이들 [14] Joseph 2019.11.08 1520
110335 별일없이 산다. [9] 룽게 2019.11.08 922
110334 Nik Powell 1950-2019 R.I.P. [1] 조성용 2019.11.08 290
110333 닥터슬립 짧고 가벼운 감상.. [9] 폴라포 2019.11.08 725
110332 오늘의 영화 전단지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08 306
110331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넷플릭스 수사드라마 ‘마르첼라’ [8] woxn3 2019.11.08 1129
110330 겨울동네 입동에 왔습니다 [1] 가끔영화 2019.11.08 342
110329 두 마을의 이야기 - 김동인의 [잡초] [1] Joseph 2019.11.07 370
110328 [넷플릭스 후기 요청?]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2 [5] 쏘맥 2019.11.07 711
110327 정부 "외고·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고교 서열화 해체 [19] Joseph 2019.11.07 1316
110326 오늘의 영화 전단지 [5]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07 346
110325 [넷플릭스바낭]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8 - 아포칼립스... 를 다 봤습니다 [9] 로이배티 2019.11.07 2660
110324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 영화가 나오는군요 [7] 부기우기 2019.11.07 700
110323 떡밥의 회수율 - 드라마 비밀의 숲 뒤늦게 보고나니... [2] DH 2019.11.07 858
110322 잠깐 뒷담화 [13] 산호초2010 2019.11.07 971
110321 빛의 순간을 지나며 [9] 어디로갈까 2019.11.07 7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