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11:01
"사람들은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늘 외친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심한 공허다. 과거는 삶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는 우리를 약 올리고 화나게 하고 모욕한다. 과거는 우리를 유혹한다. 과거를 부수고 다시 색칠하라고 요구한다. 사람들이 미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유일한 이유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다."
“People are always shouting they want to create a better future. It's not true. The future is an apathetic void of no interest to anyone. The past is full of life, eager to irritate us, provoke and insult us, tempt us to destroy or repaint it. The only reason people want to be masters of the future is to change the past.”
밀란 쿤데라의 <잃어버린 편지> 중에서
1. 테드 창의 책 '숨'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첫번째 작품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입니다. 바그다드의 상인 후와드 이븐 압바스에게는 가슴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그는 20년 전 카이로에서 아내와 크게 다툰 후, 아내에게 모진 말을 하고 집을 떠납니다. 아내는 며칠 후 모스크 벽에 깔려 죽습니다. 아내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는 20년 동안 죽은 듯 삽니다. 그런데 바그다드에서 어느 연금술사의 상점에 들어가보니, 연금술사의 문을 통해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연금술사는 바그다드에는 20년 전에는 이 연금술사 문이 없었고, 카이로까지 가야한다고 합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운명을 바꾸고 싶은 압바스는 카이로로 황급히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는 과거를 돌리지 못하고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죽을 때 같이 있었던 여자를 만나고, 아내의 진심을 듣죠. 그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평화를 찾습니다.
2. 예전에 김동조 트레이더는 2017년 1월 26일 에스콰이어 지에 '빚을 져야 한국이 산다'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글 대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다만 한 구절만이 눈에 띄었죠. "우리는 운명을 거슬러서라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은 것이 있는가? 언제 사라질 지 몰라 가슴 졸이는 것이 있는가?"라는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당신은"이 아니고 "우리는"이라는 질문이라면, 저는 많은 사람들이 2010년 5월 23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 날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요.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저는 그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무엇을 했어야 했을까요? 어느 자리에 서 있어야 했을까요? 어떤 역할을 했어야 했을까요?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없었다고.
왜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씨에게서 13억원을 받은 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인정한 사실이고, 그건 저라는 별개의 인간이 시정할 수 있는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에게는 노무현의 문제가, 제게는 제 문제가 있고, 제가 노무현을 책임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우리의 합리성(rationality)은 기억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가가 우리의 합리성을 제한한다고 설명하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서 사람들은 억울한 죽음이었다고 하고, 타살된 거라고도 하고, 혹자는 진짜 유언장이 따로 있다고도 합니다. 고통으로 인해 기억을 바꾸고 싶은 거지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던진 모진 말, 그리고 조중동의 끈질긴 기사들을 기억하고, 어떤 팩트가 드러났고 누가 그 사실을 인정했는가는 기억하려고 하질 않습니다. 자살이 노무현의 마지막 선택이었음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요. 과거를 직시하지 않으면 미래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검찰 수사와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기 직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감정이 격해진 분들이 많더군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국 수사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많은 분들이 아픈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예전의 사건으로 현재 사건을 설명하고 싶어하지만, 그건 게으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서 대한민국 시민이 배워야하는 게 있다면, 한 명 한 명이 댓글을 더 열심히 많이 달고, 한 명 한 명이 더 열심히 상대를 모욕해야한다는 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때 그러하지 못했으니, 민주당은 더 준비된 자세로 정권을 잡아야 한다, 경제에 대해서도 더 배우고 권력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더 배워야한다, 였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을 쓰는 방식은 권력을 잃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노무현 지지자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국 장관, 혹은 장관 가족의 비리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건 지지자들의 도움이 부족해서는 아닌 것입니다.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가 오늘 포스팅에서 경고했다시피 '결과의 직접적 책임이 대통령에게 향한다는 면에서 현재의 정국은 집권 여당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란 걸 인식해야 합니다. 김경율 회계사가 참여연대의 살 길을 열어주려고 하고, 천정배 전 의원이 민주당의 살 길을 열어주려고 하고,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살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2019.10.03 11:42
2019.10.03 11:57
네 저도 그 두 사람 생각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기소된 다음에도 조국 장관이 버티겠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미루어 봤을 때 버틴다고 버티게 해주면 그게 결국은 상관의 리스크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2019.10.03 12:14
네, 기소 후에도 버티게 둔다면 좀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정도 원칙은 지키리라 믿고는 있지만.. 사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건 사모펀드 건으로 부인만 기소되는 애매한 상황이나, 이 수사가 두세달씩 더 진행되는 상황이네요. 결과가 어느 쪽이든 빨리 수사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2019.10.03 13:13
정경심씨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지난 9월 6일 이미 기소가 되었습니다.
2019.10.03 13:04
근데, 문 대통령이 임명한 원칙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의 "확인"입니다. 따라서, 조국 씨가 기소가 된다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원칙에 따라 해임한다는 것도 말이 맞지 않아 보입니다.
2019.10.03 14:57
2019.10.03 15:24
제가 링크한 글에서도 (https://news.joins.com/article/23592793) 조국 씨 본인은 명백한 위법행위의 확인을 "재판 확정판결"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무직인 국무위원 (장관)은 일반 공무원이 조사, 수사, 기소된 경우 직위해제되는데 반해, 그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씨의 그간 언행으로 미루어 기소가 사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해임은 더더욱 안할 거라는 말입니다. 문 대통령의 워딩이 일반적인 대통령의 일반적인 워딩처럼 계산되고 조율된 것이라고 본다면 "명백한 위법행위의 확인"이 의미하는 바를 "기소"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요? 정 교수의 경우 이미 기소된 마당에 사모펀드 건으로 추가 기소되는지 여부가 그렇게 중요해보이지 않고, 지금 조국 씨도 본인의 문제와 가족 (부인)의 문제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으니까요.
2019.10.03 12:19
2019.10.03 12:35
제가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을 구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고... 제가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나서 살려는 의지를 잃어버리고 인생 경로 자체를 바꿔버린 사람들을 두 번 봤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낙심하려나 우려가 됩니다.
2019.10.03 13:36
2019.10.03 13:04
2019.10.03 14:33
Joseph님의 댓글이 저를 슬프게 하는군요. 말씀하신 대로 예전 조국 장관의 발언에 미루어보아 본인이 스스로 사퇴할 것 같지는 않고, 탁현민 씨를 계속 기용한 문대통령의 성향으로 보아 조 장관을 쉽게 해임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문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 전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노무현 정권 지나고는 문재인 민정수석이 뭘 어떻게 단속했는지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 수사를 받았는데, 문재인 대통령 정권 때에는 반대로 대통령 친인척이 아닌 민정수석 친인척이 비리 수사를 받는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9.10.03 15:09
2019.10.03 15:41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씨의 그간 언행으로 미루어볼 때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에 두 분 모두 충분히 수긍하지 않을 것임이 제가 보기에는 명백해보이고 그 경우 사퇴를 한다 하더라도 (본인은 빠져나가려는 의도에서 사퇴라도 했겠지만) 상황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지자들에 의해서 (두 분과 지지자들 모두 수긍을 못하고 이것을 검찰-자한당-언론의 음모에 의해 억지로 끌어내려진 결과라고 볼 것이기에)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이 올 것이어 결과적으로 조국 사태에서 빠져나갈 구석이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빠져나오려는 의도와 쉬운 행동만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왔는데, 특정한 event (조국 씨 본인의 기소)를 디딤돌 삼아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빠져나오려면 문 대통령과 조국 씨 모두의 겸허함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 남 탓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데, 두 분 모두 이것이 부족해 보입니다.
2019.10.03 16:00
2019.10.03 14:03
2019.10.03 16:28
겨자님이 무시하거나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어요. 조국사태에서 노무현의 죽음을 연상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닌 그 가족의 잘못이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부수된 결과로 받아 들인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진보진영내의 정치적 환경’에 대한 회의와 당시 ‘정치검찰’의 ‘심리전’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인 측면입니다.
2019.10.04 01:42
캔자스 대학의 김창환 교수가 블로그를 연 이유에 대해서 포스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노무현이 일생을 통해 꿈꾸었던 건 1) 지역주의의 극복 2) 특권 없는 사회였다고 요약합니다. 여기서 저는 첫번째에 포커스를 두어서 말을 하고 싶은데 이 지역주의의 극복이란 게 한나라당 (현재 자한당)은 영남 가져가고, 민주당은 호남 가져가고, 이런 식으로는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 전국 정당을 만들자, 이런 생각이었죠. 그리고 전국 정당 성취는 노무현 시대를 거쳐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역주의, 분열을 극복하려면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야 합니다. 이른바 덧셈의 정치가 필요하죠. 노무현 정권의 공과에 대해서도 상대방과 대화를 나눠야 하죠. 그러면 상대방의 기억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겠죠. ssoboo님은 당사자가 아닌 그 가족의 잘못으로 노무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기억하고 계시는데, 이 정도만 기억해도 사실은 많이 기억한 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KBS의 기억 (보도)은 이것과 다릅니다. KBS 보도에도 나와 있지만 김경수 (당시 노 전대통령 비서관)의 기억과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또한 다르죠. 저는 노무현 친인척 수사의 기억을 가져와서 조국 친인척 수사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경계합니다. 저는 여기서 누구의 진술이나 기억이 옳으냐고 다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갑제 같은 사람들은 노무현 친인척 수사 건에 대해서 ssoboo님과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테고, 따라서 이런 분들 앞에서 노무현이 무죄하였듯이 조국이 무죄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연장해나가면 그 사람들에게서 조롱을 받을테고, 더이상 대화를 나눌 수가 없겠죠. 칼리토님은 예전 포스팅에서 "개혁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에게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고 아이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처럼 머리가 굳은 꼰대들이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거죠."라고 썼는데, 상대방의 이야기, 상대방의 내러티브를 듣지 않는 건 쌍방이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이 심리전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진영에 대해서 해석이 다르겠습니다만, 천정배는 노무현 친인척 수사와 조국 친인척 수사는 시작점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수사와 현 수사는 전혀 다르다. 수사의 단서는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 아닌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런 단서에서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정치 보복에 의한 동기에서 세무조사를 시키며 시작됐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 결국 당시 야당 최고 지도자였던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박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그런데 이번 수사가 그런가. 앞으로 따져봐야겠지만, 논란이 큰 상황에서 객관적 의혹들이 제기됐다. 수사 책임자 입장에서는 ‘언제 하느냐’의 문제지 수사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증거, 어떤 서류, 어떤 수사결과가 나오든, 조국을 지지할 사람들은 계속 지지하고, 자기들의 기억을 갖고 잔다르크를 만들고, 영웅을 만들고, 조국을 반대할 사람들은 또 다른 기억을 갖고, 결과적으로 자한당은 자기 지분 챙겨가고 민주당은 자기 지분 챙겨가는 식으로 봉합될까봐 저는 걱정입니다. 그것은 지역주의는 극복했을지언정 또 다른 뺄셈의 정치지요.
2019.10.04 02:00
역시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못본 채 하시는군요.
조국 자신의 잘못은 여전히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검찰의 흘리기에서 드러난 의혹은 모두 조국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조국 가족에 대한 의혹에서 천정배가 말하는 객관적 의혹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노무현의 그것과 대비되는 객관적 의혹 말입니다.
다른 댓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조국 자신에 대한 것은 없으며 조국 가족에 대한 의혹 역시 그저 검찰의 주관적 해석일 뿐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다른 기억,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과의 합일점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냐면 난 노무현이 아니고 조국이 아난 즉, 정치인도 공인도 아닌 진영에 속한 1/n의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겨자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철저하게 조국과 현 정권의 해석을 배제하고 게시지 않았나요? 제가 그걸 나무라거나 문제라고 한적 없죠?
제가 지적하는 것은 겨자님이 걱정하는 뺄샘의 정치에 겨자님 역시 결코 중립이 아니었다는 거에요.
난 갈리토님의 생각에 별로 공감하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론에서 (적어도 정치적 영역에서는) 대화와 타협에 대한 기대가 현재 시점에서는 1도 없거든요. 왜? 바로 내년 총선 때문입니다. 갑갑해 하시는 갈등의 양상은 총선이 반년 남짓 남은 사정에서 기인합니다. 그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어떠한 정치적 담론도 공허할 뿐입니다.
2019.10.04 02:28
조국 자신의 잘못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고 쓰셨군요. 위법은 드러난 게 없다고 쓰셨어야 좋았을 것을요. 저도 생업이 있어서 바쁘기 때문에 조국 장관의 발표와 사실이 어떻게 다른지 다 차근차근 정리는 못하겠지만, 기사 하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후보자 자격일 때, 웅동학원 채권 관련 의혹이 제기되었죠. 현재 웅동학원 채권 중 80억원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카페 휴고 (조국의 전 제수)의 것이고 20억원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조국의 전 제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카페 휴고의 매니저는 조국의 동생이죠. 이 의혹이 제기되자 조국의 동생은 웅동학원 채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채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거죠.
여기에 대해서 조국은 뭐라고 해명했느냐 하면, "선친은 웅동학원 이전 공사를 했던 모든 하도급 업체에 다 돈을 지급했으나 유일하게 제 동생이 하도급을 받았던 회사에는 돈을 주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조국은 페이스북에도 이런 내용을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조선일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고려종합건설 (조국의 아버지가 대표였음)의 하도급은 웅동중학교 공사에 참여했다가 공사비를 떼이고 망합니다. 조국이 의도적으로 대중들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제가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조국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건 인정해야겠죠.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결정을 해야하는 중요한 타이밍에서, 사실이 아닌 해명을 한 게 잘못인지 아닌지는 각자가 판단하겠지요.
여기에 대해서 조국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웅동학원에 10년간 이사로 있으면서 자신의 동생이 웅동학원 대상으로 소송한 건 손놓고 보고 있었지요. 이에 대해 조국이 뭐라고 설명했느냐 하면 배임이라기 보다는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합니다. 그 성실의무 위반으로 인해서 웅동학원에는 손해를 끼쳤고, 처음에는 자신의 동생, 그 다음에는 동생의 전처에게로 부가 이전되었습니다. 자기 동생이 하지않은 테니스장 공사를 하고 채권 받아간 것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이제 무슨 책임을 질 건가요? 자기 동생이 웅동학원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사채 쓴 후 갚지 않아서 웅동학원에 손해를 끼쳤을 때, 이 사람 이사로서 어떤 감시 역할을 했나요. 이게 잘못인지 아닌지는 각자가 판단할 것입니다.
그럼 제가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을 만나서 조국 욕하는 걸 들어주고 있다고 해봅시다. "조국 그거 자기 동생이 가짜로 공사하고 웅동학원 고리이자 채권으로 털어가는 거 가만 놔뒀잖아", 라고 그 사람이 이야기한다손 치면, 제가 "아 그거 그게 아니래. 다른 하도급에 다 돈을 줬는데 동생에게만 돈을 안 준 거라서 동생이 채권을 확보한 것 뿐이라던데."라고 편들어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거 근데 조국 동생이 채권 다- 포기하기로 했대"라고 조국 편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저더러 "그 채권 더이상 조국 동생 것도 아닌데 조국 동생이 어떻게 포기해?"라고 말하면 저는 뭐라고 답변을 해야할까요. ssoboo님은 제가 철저하게 조국과 현 정권의 해석을 배제하고 있다고 하셨지요. 앞뒤가 맞지 않는 조국의 해석, 조국의 해명을 제가 어떻게 써먹죠?
2019.10.04 13:46
조국 편을 들어주실 필요는 없구요.
정리하자면, 크게 세가지 판이 벌려 있는데 1. 조국 딸의 표창장 위조건으로 조국 아내가 기소되었고 2. 사모펀드건으로 5촌 조카가 구속기소되어 있으며 3. 웅동학원 관련하여 조국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인데, 그 중에서 겨자님은 조국 본인이 웅동학원 관련건으로 기소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인거죠?
한편, 조국의 해명이 앞뒤가 안 맞고 사실과 다른 해명이 일부 있어서 조국쪽의 해석을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가요?
그런데 검찰과 언론 그리고 조까들의 조국에 대한 의혹, 주장 중에 앞뒤가 안 맞고 사실과 다른 것들은 지금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진영논리에 따른 의도적인 배제 자체는 제가 시비를 걸고 싶지 않은데 본인의 인식과 판단이 편견에 근거했다는 자기 인식이 전혀 없으셔서 말이죠.
2019.10.05 08:10
조국 편을 들어주겠다는 소리가 아니예요.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나선 사람의 해명 중 여러가지가 사실이 아니었고, 그 중 권력을 쥐었을 때 (웅동학원 이사)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배임 혹은 이른바 성실 의무 위반) 자기 친동생이 금전적 이득을 입게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부패의 정의가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예요.
지금 공직자로 나선 게 조국 반대자들인가요, 조국인가요? 조국이죠. 그렇다면 조국이 검증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죠. 검찰이나 언론, 조국 반대자들의 의혹 중에서 앞뒤가 안맞는 게 있다고 해서, 법무부 장관 해명 중 앞뒤가 안맞는 게 한 개씩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리석은 일에 어리석은 일을 더하면 어리석은 일 두 개가 되지, 어리석은 일 두 개가 둘다 없어지는 게 아니예요.
2019.10.03 16:32
검찰의 기소는 일단 정당하다는 인식의 전제도 매우 놀랍습니다만 이건 겨자님의 이 사안에 대한 일관된 논리의 근거이니 따로 또 지적하지는 않겠지만
검찰의 기소가 조국이 사퇴하거나 조국을 버리는 당위로 인식하는 것은 너무 중간 단계를 너무 건너 뛴거 아닌가 싶은데 왜 그러는지는 그 이유는 좀 궁금합니다.
검찰에 대한 신뢰? 혹은 검찰 권력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공포 혹은 무력감?
2019.10.03 18:45
2019.10.04 01:58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국가공무원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어도 직위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걸 근거로 검찰이 기소했다고 조 장관이 꼭 사퇴해야하느냐, 혹은 문대통령이 조국을 해임해야하느냐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요. 제 생각에는 지금 사퇴하는 게 좋습니다.
2019.10.04 02:06
지금 사퇴하는게 좋겠다는건 기소할 건이 충분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 기소할 건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현재까지 제가 알기로는 조국을 기소할만한 건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든요.
제가 말한 것은 이런 상황속에서의 검찰 기소를 전제한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들이 너무 괴악해 보인다는 겁니다.
현재 그 실체도 없는 기소 사유를 갖고 ‘만일’ 검찰이 기소를 한다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일반론 아닌가요?
2019.10.04 10:58
"피의자가 현직 총리이면 수사는 어렵다.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 받거나 비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완구는 스스로 자리에 내려와 수사를 받아야 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2015년 4월 14일
2019.10.04 13:33
동문서답하지 마시고
2019.10.05 08:06
전혀 동문서답이 아니지요. 4년전 조국이란 지식인이 한국 사회에 있었는데, 이 사람은 수사 상황을 보고 받거나 비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경우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하고 있습니다 (conflicts of interests). 이건 조국이란 법무부 장관이 지금 사퇴해야하는 충분한 논리가 됩니다. ssoboo님 말씀과는 달리 저는 조국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글이네요.
대통령은 아직 빠져나갈 구석이 있다고 봐요.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고, 기소가 된다면 그 즉시 해임한다는 전제 하에요. 원칙에 따라 임명했고 원칙에 따라 해임한다.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의 현 수사 방식은 문제가 있다 정도로요. 물론 정치적 타격은 있겠지만, 그게 조국을 지명철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윤석열 퇴임 운운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나 유시민 작가 등은... 참 의리가 넘친다고 밖엔 할 수 없네요.
천정배나 윤석열이 살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는건 잘 모르겠네요. 천정배는 그냥 자기 신당 포지셔닝하는 중이고, 윤총장이 조국 임명에 반대했을 당시엔 살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였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는 뭘 하려는지 모르겠네요. 특수부 사활을 걸고 열심히 수사하고 있겠죠. 굳이 민주당의 살 길을 열어주려고 하는 사람을 꼽자면 금태섭, 박용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