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주인공은 수퍼 갑부 고딩입니다. 미국 고딩 드라마에 부자들 나오는 건 기본이지만 좀 격하게 갑부에요. 아마 주인공 말고도 부잣집이 워낙 많이 나오는 와중에 '가장 부자'로 설정이 되어 있다 보니 그렇게된 듯 한데... 아니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근데 사실 이 녀석에겐 복잡한 가정사가 있고(간단히 말해 그 집 아들 셋 중에 본인 혼자만 피가 안 섞인 입양아입니다), 그래서 성공을 통해 인정 받겠다는 생각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설정한 성공이란 바로 미합중국의 대통령. 그래서 언젠간 출마할 대통령 선거에 써먹을 스펙을 쌓기 위해 일단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는데 하필이면 베스트 프렌드가 라이벌이 되어 버렸네요. 대략 자기만큼 돈 많으면서 수퍼맨을 닮은 미남이라 인기도 많은 친구에게 이기기 위해 이슈를 모아보고자 전교에서 가장 유명한 백혈병 환자(...)를 런닝 메이트로 영입을 하고, 초딩 때부터 절친인 참모 둘,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격하게 자길 믿고 사랑해주는 여자친구와 함께 선거에 모든 걸 던지는데...



 - 뭔가 좀 대략 예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야깁니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페인의 '일렉션' 같은 게 있겠구요. 뭐 현실 어른들의 세계를 고등학교 버전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흔해 빠졌고 그런 이야기에서 회장 선거는 꽤 인기 많은 소재잖아요.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미국 애들은 고등학교 선거를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곤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 중에서도 꽤 멀리까지 나아가는 이야깁니다. 보통의 고등학생 영화와는 달리 현실성이란 걸 처음부터 그냥 고려하지 않고 전개되거든요.



 - 이야기의 스케일이 과도한 건 주인공들이 너무 부자라는 설정으로 그러려니... 라고 충분히 납득이 되는데요. 문제는 캐릭터들입니다. 다들 열심히 극단으로 달리느라 바빠서 현실성이 없어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나는!! 우화다!!!!!! 그리고 나는 블랙코미디다아아아악!!!!!!!!!!' 이라고 고함을 지르는 이야기이니 현실성 부족까지도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러고나면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도대체 각각의 캐릭터는 뭘 나타내는데? 결말 이건 어쩌라는 건데?'

 그리고 저의 경우엔 결국 거기에서 납득을 하지 못 했네요. 흠. 좀 아쉬웠습니다. 왜냐면 이게 또 재미 없는 드라마는 아니었거든요. 사실 꽤 재밌었습니다. 그러니까 이틀만에 에피소드 여덟개를 모두 달렸겠죠. ㅋㅋ



 - 좋은 점은 이렇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뻔하지 않아요. 훈훈한 청춘 성장물이 될 것인지 냉소적인 인간 관찰류 드라마가 될 것인지 초중반까지 감이 잘 안 잡히기 때문에 몰입감이 있어요. 국면 전환도 빈번하면서도 타이밍 좋게 벌어져서 지루하지 않구요. 등장인물들도 뻔한 클리셰 캐릭터들 모음 같으면서도 살짝살짝 비틀려 있어서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는 똑똑한 드라마다!! 재치가 넘친다고!!!'라고 과시하는 느낌의 드라마라 좀 짜증이긴 한데 보다보면 확실히 기본기는 좋고 또 센스도 있습니다. 촬영 연기 연출 음악 등등 뭐 하나 특별히 지적할 부분이 없구요. 끝부분이 좀 늘어지긴 합니다만 뭐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뽑힌 드라마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요. '이 구역의 미친 할매는 바로 나!' 전문이 되어 버리신 제시카 랭의 연기는 늘 그렇듯 훌륭하구요. (다만 비중은 작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네스 펠트로가 아이언맨 와이프 말고 다른 역을 성실하게 소화하는 걸 참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습니다. 주인공 역할 배우는 전 처음 보는데 연기도 괜찮고 노래를 과하게 잘 해서 뭔가... 했더니 본업이 가수였더군요. 그리고 수퍼맨을 닮은 친구 역으로 나오는 배우는 정말로 수퍼맨처럼 생겨서 화면에 잡힐 때마다 웃겼지만 연기는 괜찮았어요. 검색을 해 보니 주업은 각본가던데 참 잘생긴 각본가였...



 - 단점은 뭐.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드라마든 영화든 게임이든 일단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사람인데요. 이 드라마처럼 스스로 진지하고 이성적이며 메시지를 가진 이야기라고 유세하는 작품의 경우엔 그 메시지에 대해 따져볼 수밖에 없게 된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게 참 애매합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 고등학생들 삶의 무언가를 그려낼 생각도 없고, 부자들의 공허한 삶을 꽤 자주 보여주지만 캐릭터들이 워낙 얇아서 그게 진지하게 보이지도 않구요. 남는 건 정치인들의 속성에 대한 야유와 비판인데 그게 또 중반 이후로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영 따로 노는 느낌이라 그렇게 와닿지가 않아요. 그리고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들은 정말 한 없이 얇아서 얘들끼리 무슨 드라마를 만들어내든 딱히 감흥이 없구요. 그래서 나름 재밌게 봐 놓고서도 끝낸 후의 기분이 그렇게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식으로 전개되는 8화는... 음...;; 특히 결말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건 납득하고 봤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라는 느낌.


 

 - 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지루하지 않고 볼거리도 많고 유머도 자주 먹히구요. 그런데 진지하게 각 잡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전혀 와닿지를 않고 결말 수습이 영 엉성해서 (제목부터 '정치인'!! 이잖아요. 궁서체의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잘 만든 드라마, 혹은 좋은 드라마라고 칭찬해주지는 못 하겠네요.

 그냥 킬링 타임용으로 짧게 즐긴다... 라는 정도의 용도로는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스스로가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이지만 말입니다.



 -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특별 출연이 한 명 나오는데, 좀 놀랐습니다. 딱 보자마자 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젊어 보여서 의심했거든요. 타고난 동안이신 건지 아님 보톡스라도 맞고 계신 건지(...)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모 시즌 빌런 양반이 작은 역할로 잠시 나오는데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같은 프로듀서 작품이었지. 그러고보면 주인공의 적으로 나오는 여자 캐릭터 한 명을 보면서 '엠마 로버츠랑 분위기가 참 닮았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이 프로듀서의 취향도 참 한결같은 듯. 작품의 완성도도



 - 중간에 주인공이 'River'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 이 노래는 이걸로 기억해요.



 최고의 안티 페미니즘 드라마(...) '앨리 맥빌'의 한 장면이죠.

 '폴리티션' 주인공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에피소드 1의 내용이긴 하지만 분명히 스포일러라서 그냥 노래만 나오는 버전으로.



크리스마스에 궁상 떨기 좋은 노래 순위를 매기면 아마 올타임 탑텐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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