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혜리 (2013)

혜리는 단짝 친구 뿅이 임신한 것에 화가 나 있습니다. 뿅의 남자친구를 찾아 돈을 뜯고 두들겨 패려고 하지만, 그는 얼마 전에 직장인 중국집을 관두고 실종된 상태. 혜리는 그를 찾기 위해 폭력성향과 자존심을 최대한으로 억누르고 수사에 나섭니다.

패러디한 제목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요섭의 단편 [더티 혜리]는 날라리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 스릴러입니다. 불량소녀 혜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보일드 소설이나 필름 느와르 영화의 터프한 사립탐정 주인공처럼 행동해요. 뿅의 남자친구를 찾아가는 혜리의 여정도 그런 영화의 관습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영화의 캐릭터와 배경은 혜리와 같은 불량소녀가 만나고 갈 것 같은 사람들과 장소로 제한되어 있거든요. 

이 정도면 가볍게 놀고 끝낼 일일 수도 있는데, 영화는 예상 외의 정공법을 선택합니다. 효과를 위해 불필요한 코미디를 넣지도 않고, 장르 장난을 과하게 치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코미디이고 장르 장난이지만 그런 걸 하는 동안에도 학교에서 버려진 십대 소녀들이 겪을 수도 있는 일들과 고민을 최대한으로 진지하게 반영하고 있지요.

그 결과 영화는 농담을 하는 동안에도 예상 외의 무게감을 부여받습니다. 과장되어 있지만 캐릭터들은 살아있고, 영화 내내 화가 나 미칠 지경인 혜리의 정신 상태 역시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폭력적인 클라이맥스 역시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들어맞고요. 단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는 결말은 제 취향엔 지나치게 착한 것 같더군요.  (13/07/29)

★★★

기타등등
지금도 좋은데, 장편화해도 먹힐 이야기 같습니다.  

감독: 이요섭, 배우: 배효진, 정혜지, 정민성, 이민지, 변희정, 박지수, 최수연, 서현주, 이강우, 이의자, 다른 제목: Dirty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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