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15:53
1.
왓챠에서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있어요. 제목이 기억도 어렵고 어수선합니다.
50분 안팎의 10회로 된 시리즈입니다. 3회까지 봤는데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우리가 보통 영화를 감독이나 배우로 기억하는데 이 드라마의 주역은 엘 러디라는 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제작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작자의 시야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든 제반 사항들을 점검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코폴라조차도 뛰어난 재능이야 있지만 그냥 한 명의 예술가 고용 감독으로 비춰질 정도로 제작자의 재능과 유연함을 갖춘 도전의 과정, 동분서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피아의 협박도 들어가 있으나 내용은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아요. 가볍고 경쾌해서 거의 코믹한 분위기가 납니다.
드라마의 한 쪽 기둥을 차지하는 마피아 조직의 대표를 어디서 봤더라 한참 고민하다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으나 긴가민가했어요. 불과 2년 전에 봤는데 이렇게 못 알아 보다니! 배우 얼굴과 이름을 잘 외워서 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내던 나여 어디로...ㅠㅠ. 저만 탓할 일이 아닌 것이 지오바니 리비시가 '스니키 피트'에 나올 때보다 몸을 많이 불렸고 연기 스타일이 다릅니다. 보신 분들은 동의하실 겁니다. 진짜로.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실제 인물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다들 실제 인물보다 외모든 매력이든 다소 미달인 가운데 매튜 구드는 예외적으로 우수하네요. 가벼우면서 날리는 멋과 잔재주 충만한 인물을 잘도 연기하고 있었어요. 나이드니 더 나은 듯. 혹시 왓챠 이용하시면 같이 보시죠. 분위기 발랄하면서 대부의 뒷담화 듣는 기분이거든요.
2.
이런저런 이유로 책읽기 진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에 읽겠다고 들고 있는 책은 지난 번에 샀다고 광고했던 '갈대 속의 영원'입니다. 앞 부분에 기원전 3세기 즈음 책을 좋아했다는 알렉산드로스 왕의 얘기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책이 희귀했던 시절 책을 모으기 위해 권력을 사용했던 얘기를 시작으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도서관 만들기가 등장합니다. 이 긴 분량의 책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짐작이 잘 안 되면서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안경이 요즘 눈에 안 맞아서 금방 피로해지는 문제가 있네요.
3.
윤 정부 아래에서 근래 뉴스를 접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다들 어떻게 내면 관리를 하시는지.
이런 감정이 분노인가 싶음을 느낄 때, 추한 이미지나 괴이한 문장으로 인한 압박감에 시달릴 때, 왜 박근혜나 이명박 때보다 더 심하게 우울함을 느끼는가 생각해 봅니다.
아마 그 두 정부를 겪고도 다시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게 된 것이 더욱 큰 짜증을 유발하는 것도 있겠지만 두 정부와는 비할 수 없이 막나가는 행태 때문인 것 같아요. 저 치는 내멋대로 하고 막나가는 것이 나의 정체성이다, 라고 자부하는 걸까요.
가끔 분노 눈금이 막 오를라치면 생각합니다. 내가 뭐라고. 나보다 엄청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도 이 시간을 겪으면서 자기 관리하고 잘 있는데.
얄팍하고 우둔한 권력자로 말미암아 오펜하이머조차도 '징징거리는 놈'이라고 속수무책의 수치를 당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2023.08.30 17:18
2023.08.30 18:27
그렇죠. 한편으론 씁쓸하나마 위안도 되고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개인 삶에 큰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35프로 믿고도 저럴 수 있구나 싶고. 피하고 무시하며 살려 해도 어디선가 불시에 돌이 날아온달까요.
2023.08.30 17:35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매번 그러네요.) 1990년 대 초반에 '으뜸과 버금'과 '영화마을'이라는 비디오 체인이 있었어요. '영화마을'이 나와서 새로 생긴걸로 알고있어요. 거기 대치동 지점이 본점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원래 노량진에서 전파상을 하셨다나봐요. 여기가 뜬게 없는 비디오가 없다,인데 나이 든 분들은 기억하실거여요. 저는 '영화마을'과 안면 있는 정도였는데 사장님을 우연히 저희 집 앞에서 만났어요. 어쩐 일이냐고 여쭤보니 <에픽 대부>를 사러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에픽 대부>가 뭐냐면 <대부 1,2>를 시간 순서대로 편집한건가봐요. 저도 아직 못보았어요. '영화마을' 명성의 비밀을 대충 알겠더라고요. 어디 무슨 절판된 비디오가 어느 가게에 있다는 정보를 얻으시면 가서 협상해서 가져오고 그러실거 같아요 :) 저는 그래서 <대부> 하면 영화 사상 최고 걸작 중의 하나,라는 것보다 이 이야기가 먼저 떠올라요.
2023.08.30 18:32
저같은 지방 사람에게 '영화마을' 체인점은 단비와 같았어요. 글로만 접했던 영화들이 꽂혀 있었으니까요. 방학엔 맨날 들락날락거리며 빌려다 보곤 했습니다. 특히 겨울밤 늦게까지 거실에서 혼자 보곤 했던 게 생각나는데 이제 돌아 보니 그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일 수 있겠습니다. 참 고마운 '영화마을'이었습니다.
2023.08.30 23:08
1.
대부는 마리오 푸조가 쓴 대부 원작 소설(당시 저한테는 엄청 두꺼웠죠)을 고향의 시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기억이 있네요. 결국 그 소설이나 영화의 명대사들은, 가족주의(가부장주의와 섞여있지만 좀 다른) 그리고 대가족주의로 읽히기도 하고... 뭔가 처세술적인 측면의 명대사라서 기억에 남습니다(비토가 조카한테 남자애가 질질 짜지 마라 던가.. ㅎㅎ). 그중에서도 명대사는 아마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겠네요.
3.
일단 제가 사는 오피스텔에 셋톱박스는 있어도 TV가 없다보니 TV를 틀지 않아서 뉴스를 안보게 되었고... 뉴스를 보긴 해도 트위터에서 읽습니다. 네이버는 앱을 삭제하고, 네이버 메일만 크롬이나 사파리의 링크를 홈화면에 추가해서 보고 있습니다. 날씨는 뭐... 검색하면 되고요. 아니면 MBC에서 검색결과를 링크로 걸어놓고 기상캐스터분들이 전해주시는 거 보기도 하고, 가끔 새벽에 기상하면 MBC 라디오의 안주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금채림 기상캐스터분이 날씨 전해주십니다. 그리고 뉴스는... 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에드 톰 벨이 말했듯이 뉴스를 안본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 같습니다. 저한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 같은 거시적인 일인데, 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쳐서...(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2023.08.31 10:55
코폴라가 푸조와 각본 작업을 하면서 형상화하고 싶은 주제나 언급하신 대사들에 대해 흥분해서 말하는 게 드라마에도 나오더군요. 이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저도 티브이는 안 보는데 네이버나 다음이나 트위터에 뜨는 뉴스를 자꾸 보고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뉴스 사이트 들어가는 습관을 교정하려고 합니다. 피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줄이고 싶어요.
2023.08.31 00:39
1. 맞다 이런 것도 있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처음 올라왔을 때 언젠간 봐야겠다... 했는데 이걸 보기엔 세상엔 저를 위한 싸구려 호러 무비가 너무 많네요. 하하;
3. 요즘 뉴스 잘 안 보고 사는데 제가 들어가 있는 단톡방들에 이런저런 정치 떡밥들이 계속 올라와서 강제로 따라잡기를 당하고 있어서 대략은 다 훑고 있습니다. 근데 뭐 이번 정권과 가카님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기대치가 절대 영도 근처였기 때문에 큰 데미지가 없는데 '이렇게 똥볼을 차대는 와중에 민주당은 1점도 못 올리고 뭐하는 걸까' 라는 부분에선 좀 짜증이 나더군요. 여기서 더 길게 얘길하면 심야에 스트레스가 올라올까봐 여기서 줄입니다. ㅋㅋㅋㅋ
2023.08.31 00:47
그... 얼마 전 24일 방류당일인가? 국회앞에서 야간에 단체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화하는 언론이 없더군요. 서울시청 옆 시의회 지나가는데, 진보당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방류하고 싶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음에도... 을지로에 위치한 대한 공화당 어쩌구...하는 현수막들의 협잡스러운 부정적 말들이 더 눈에 띄기 쉽죠. 저는 뉴스를 편집해서 메인에 거는 네이버도 그렇고, 한국 언론이 상당히 편향적이라고 생각해서...
2023.08.31 11:04
어제 4회를 봤는데 앞 부분보다 조금 심각해지는 분위기였으나 여전히 재미있네요. 주인공인 제작자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작품의 탄생을 이끌어 내서인지 이 주인공의 역할에 의미 부여를 상당히 하긴 합니다만 영화 일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영화인들 얘기는 흥미롭게 보게 되니까요.
저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정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자기 세력없이 저자리에 올라 더욱 악을 쓰며 무리수를 두는 것 같기도 한데 보고 있는 사람이 괴로울 지경.
민주당 부분 저도 동의하고요, 누군가 살신성인 해 주면 좋겠어요.
2023.08.31 10:24
3. 저도 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생각보다 헤어나오지 못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으면 이 세상과 상관 없는 세계 이야기를 읽습니다. 보통은 우주 이야기 같은 것이죠. [외계행성] 같은 걸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아니면 게임을 하거나 게임 영상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대신 딱히 별 생각 없이 단순해야 합니다. 근 3일간 집에서 멍히 바라보다가 잠들었으니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그냥 그 문제를 아주 열심히 깊게 파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제 풀에 지쳐 뭔가 해소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피하거나 해소하거나 그런건 사실 없고, 그냥 온 몸으로 받으면서 시간이 지나가니까 지나가네요.
2023.08.31 11:09
ㅠㅠ 비슷하시군요. 이런 심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일상을 살고 시간은 어쨌거나 지나갈 것이지만 너무 과하게 망가지지 말기만을 바라는데 말입니다.
3에 대해서 말하자면, 오펜하이머를 봤던 게 묘한 위안도 되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 놈의 매카시즘은 정말 끝이 없구나, 어떤 영웅이라도 예외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숙청되는구나...
촛불시위 나가고 싶은데 시간이 묘하게 안맞아서 못나가고 있네요. 날 좋아지니 더 열심히 나가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