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게임장르에 대한 아재 오지랖.

2021.10.08 21:31

chu-um 조회 수:740

일목요연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재능이 부족하여. 부디 가벼운 흥미로 읽어주시고, 딱 그 만큼의 재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장르라는. 이 지난하고 단순한 순환. 관객과 감독의 뻔한 데이트. 

하지만 장르 안에서 우리는 재미 이상의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장르 자체에 충실하면서 성취를 이뤄내는 리들리 스콧. 데이빗 핀쳐같은 감독.

또, 뻔한 공식들을 재배치함으로써 뜻밖의 소격을 이뤄내는 타란티노

봉준호처럼 장르의 자장을 뚫고 나오려는 개구쟁이도 있구요. 

장르는 엄격하지만 그 안에서는 느슨하기도 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죠. 전 장르를 폄하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데쓰게임장르에 대한 거부감은 있어요. 저는 경쟁과 생존 예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1박 2일에서의 복불복게임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벌칙이 되었든 탈락이 되었든 패자에게 주어진 불이익이 정당화되고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돈 걸고 토론 배틀하자는 게시판에서의 사건에서도 한마디 한 적이 있죠. 꼰대처럼... 


들뢰즈가 살아있었다면 데쓰게임장르에 대해 어떻게 비평했을까 궁금합니다. 

아마 이런 단평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거봐 내가 뭐랬어. ㅋㅋ"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것이다라는 말이 정말 이렇게 실현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ㅎㅎ


데쓰게임 장르 영화의 시초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이슈가 됐던 작품 중에 큐브가 있을 겁니다.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큐브에 갇혀서 잔인하게 찢겨 죽어나가는 인물들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죠. 각 방마다 탈출 방법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고 생존해가는 인물들. 

관객은 주인공들에게 적극 개입하면서도 그 게임 자체를 흡사 오징어 게임의 VIP처럼 즐깁니다. 


그리고 또 헝거게임도 데쓰게임이죠.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시도를 했죠. 자본주의의 부정적 이미지들. 그리고 그것이 주인공의 동력이 되는 점. 

대중들에게 중계하고, 그 대중들의 인기가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 

참가자들은 각자 계급이 있고. 제일 마지막 하층 계급이 우승한다는 점.  그리고 그 판 자체를 주인공이 파괴하면서 끝내는 것. (오징어게임 시즌2가 이렇게 될 것 같은데)

헝거게임의 관객들은 중계화면을 보는 특권층들과 같은 안전한 위치에서 영화를 봅니다. 

주인공은 그 판(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극복을 하지만... 관객은 글쎄요. 생존게임이 플롯에서 빠지고 주최자를 갈아 엎는 마지막 편이 제일 흥행이 저조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헝거게임의 흥행 요인은 주인공이 자신의 기지를 이용해 생존하고 우승한다는 지점까지입니다. 


결국 데쓰게임 장르를 보는 관객의 위치는
자본주의에서의 대중의 위치 딱 거기까지입니다. 데쓰게임 장르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끼는 쾌감은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오징어게임의 그 VIP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데쓰게임 장르가 자본주의 프로파간다라고 한건 감독들이 그러한 의도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죄송해요. 그냥 농담같은 표현이었어요.

영화는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죠. 현실의 반영일 뿐이니까요. 

갈 때까지 간 작금의 자본주의가 창작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하나의 양식으로써 데쓰게임 장르가 흥하는 거겠죠. 

오징어게임의 황동혁은 장르적 쾌감에만 집중하지 않고.. 슬픔과 연민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충분히 박수받아야하고, 흥행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성도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건 형식적인 부분인거고 황동혁은 결이 선량한 사람이라서 함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겠죠. 


단지 제가 짚고 싶었던 것은 창작자 뿐 아니라 관객들도 지금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허상들을 경계했으면 하는 것. 

정말 들뢰즈의 예언처럼 세상이 영화가 된다면 누가 빨리..이 영화와 세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징어 게임같은 것들이 일주일에 몇번씩 TV쇼로 나오잖아요..



지난 번에 술 취하고 쓴 글이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설명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설명에 짜증이 나신다면 반박하셔도 됩니다.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답변드릴께요. 또 급마무리...



갑자기 생각나는데 미카엘 하네케의 퍼니게임!  데쓰게임장르라 할 수 있죠. 그 영화는 장르적 쾌감이 아니라 불쾌감을 줬죠. 

아주 좋은 영화였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4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49
117405 이런저런 친정부-친민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4] 메피스토 2021.10.11 800
117404 두근두근하네요 피파22 [2] 정해 2021.10.11 314
117403 민주당 경선 결과 이야기 [19] MELM 2021.10.11 1301
117402 (바낭) 아이를 키우면서 [5] 여름호빵 2021.10.11 501
117401 넷플릭스, 애틀랜틱스 [9] thoma 2021.10.10 589
117400 Bob & Carol & Ted & Alice (1969) [2] catgotmy 2021.10.10 224
117399 [KBS1 독립영화관] 나는 보리 [4] underground 2021.10.10 267
117398 바보사냥 누구 감독 영화일까요 [3] 가끔영화 2021.10.10 5096
117397 흠 인정하기 싫지만 [1] 적당히살자 2021.10.10 537
117396 오늘도 윤석열(주일 예배드리는 윤석열) [8] 왜냐하면 2021.10.10 871
117395 쇼팽 콩쿨 본선 2라운드 진행중 (유튜브 라이브) [2] tom_of 2021.10.10 2509
117394 이 사람 윤석렬을 찍을까? 안찍을까? [4] 사팍 2021.10.10 637
117393 [영화바낭] 서울에서 대괴수가 날뛰는 앤 해서웨이 영화, '콜로설'을 봤습니다 [11] 로이배티 2021.10.10 711
117392 내로남불 끝판왕(누가 포르세를 타는가?) [14] 사팍 2021.10.10 666
117391 영화제목 대지의 아이 대지 말고 다른 말은 없을까 [1] 가끔영화 2021.10.10 490
117390 미국에서 체감한 오징어 게임 인기 [5] MELM 2021.10.10 1116
117389 미드 엘리멘트리 소감 [4] 노리 2021.10.09 990
117388 닭뼈를 보다가 [8] daviddain 2021.10.09 405
117387 [영화바낭] 이제사 오리지널 '캔디맨'을 봤구요. 넷플릭스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도 봤네요 [10] 로이배티 2021.10.09 785
117386 [듀나in] 대사보다 상황이 더 많은 희곡이 있을까요? 한동안익명 2021.10.09 2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