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03:44
일본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제목에 부제 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목으로 작품 정보가 어느 정도 전달되는걸 선호해서 그렇다더라고요. 우리는 반대로 제목은 명료한 걸 선호하는데 말이죠.
작품에서 부제가 달리는 경우야 종종 있고 보통은 <ㅇㅇ: ㅁㅁ ㅁㅁㅁ> 식인데, 일본에선 또 독특하게 앞뒤로 물결무늬를 넣어주는 취향.. 드라마에서 주로 더 그런 것 같은데 제목에 그 낭창한 기호가 들어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왜 하필 물결무늬일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뭐 물결이 안될 이유도 없지만.. 근데 왜 물결인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도 일본에서 개봉 및 방영, 리메이크 시 ~부제~가 달려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드라마 중에 일단 생각나는 건
도깨비 ~네가 준 사랑스러운 날들~
HOPE ~기대 제로의 신입사원~ (=미생)
시그널 ~장기 미제사건 수사반~
그리고 영화
택시운전사 ~약속은 바다를 넘어~
1987 ~어느 투쟁의 기록~
음~ 약속이 바다를 넘긴 합니다.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나요?ㅎㅎ
그리고 1987.. 일본에서의 한국영화 개봉이 대개 그렇듯 소규모였긴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고 해서 놀랐어요. 택시운전사는 서사가 대중적이고 송강호도 있어서 그렇다 쳐도, 1987은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한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향도 있고, 아마 전공투 세대라던가 그런 경우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을거 같아요. 좋은 작품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또
신칸센 ~파이널 익스프레스~ (=부산행)
기차 '신칸센'과 '신감염'의 나름 중의적 의미라는데, 자국에선 멍청한 제목이라고 혹평을 많이 들었나봅니다. 거의 제목 지은 사람 좀 나와봐라 분위기...
그래도 <부산행>을 그대로 쓰면 로드무비인줄 알 가능성이 커서 바꿔야 하긴 했을거에요. 대체로 같은 한자권인 대만과 홍콩 제목을 더 잘 지었다고 여기는듯. 대만, 홍콩의 제목은 <시속열차>, <시살열차>라고 합니다. 즉, '시체쾌속열차', '시체살인열차'.
곡성(コクソン)
이건 의외로 ~부제~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곡성>인게 너무 다행이라며, '시골표류기 ~위험한 아저씨의 대폭주~' 따위로 만들까봐 걱정했다는 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또 재미있는건 출연배우 쿠니무라(国村) 준의 성을 훈독하면 쿠니무라, 음독하면 곡성(こくそん)이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범인은 쿠니무라다! 라는 놀라운 추리력들을 보여줌..
일본은 50만명만 봐도 대단한 영화로 쳐준다고 합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곡성 700만명.. 단위가 다른 형편.. 아쿠마 아저씨가 놀랠 만도.
그 외
왕의 운명 ~역사를 바꾼 8일간~ (=사도)
프리스트 ~악마를 매장하는 자~ (=검은 사제들)
v.i.p ~수라에서 온 짐승들~
참고로 김혜수 주연의 <미옥>도 '수라의 꽃'이란 제목으로 개봉했었더군요. 수라.. 여행갔을 때 김혜수 얼굴 나온 영화 전단지를 한 장 가지고 온 것 같은데 어디다 뒀는지.
또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보더라인 ~솔져스 데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이었습니다.. '경계선: 군인의 날'? 정답은 <시카리오2>...
아. 중국 넷플릭스에서 <미스터 션샤인>의 제목은 매우 직관적으로, '양광선생'이었습니다.. 태양광 선생님...
2019.09.11 09:48
2019.09.11 19:05
닭도 알을 낳고, 알도 닭을 낳는다..(?)
2019.09.11 10:26
2019.09.11 19:13
HOPE를 '호뿌'라고 읽어주면 완벽 일본 느낌 제목일 듯?
2019.09.11 10:51
재미있네요. 양광선생은 정말 충격적이네요.
2019.09.11 19:20
2019.09.11 10:58
재밌네요...
2019.09.11 19:24
ㅎㅎ.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제목 번역 땜에 웃긴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은 원제 그대로를 쓰는 듯?
2019.09.11 13:00
2019.09.11 19:30
ㅋㅋ 환경운동가 스토리 같은 제목인데.. 현지인들 느낌에는 어떤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2019.09.11 15:37
일본에서 쓰는 후리가나요. 'XXX라 쓰고 YYY라 읽는다' 이거. 여기서 YYY가 일종의 부제인 것 같기도 해요. 평상시에 늘 그렇게 쓰는데 습관이 되어있어서 부제를 붙이는 것도 습관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2019.09.11 19:41
'XXX라 쓰고 YYY라 읽는다'가 거기서 나온 거군요. 어려운 한자에 안내가 붙듯이 낯선 제목에도 설명이 붙는다는게 일리 있는 의견 같습니다.
2019.09.11 20:19
2019.09.11 21:16
대략 1,800엔 내외라니까 두 배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가격도 그렇고 극장도 인구대비 많지 않아서, 여가생활에서 극장을 간다는게 우리보다 비중이 적다고 해요. 대신 VOD 시장은 큰 모양. 영화 시장이 쇠락해서인지, 요즘은 거의 방화 수준이나 애니 실사판 영화가 양산되는 것 같더라고요.
부제가 영화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영화가 부제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