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0 01:30
일반적으로 나오는 답안은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조국을 날려서 검찰 조직의 권력을 보존한다, 일 겁니다. 저도 일단 여기에 동의해요. 그럼에도 궁금한 점이 있어요. 정말로 조국을 날리면 검찰개혁이 멈추긴 멈추냐는 것이죠.
검찰개혁을 제1의 목표로 삼아온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반이 넘게 남아있어요. 게다가 이번 사태로 여권 지지자+@에게 검찰개혁이야말로 세상 두쪽나도 당장 시행해야할 미션이고, 검찰이야말로 자한당보다도 더 심각한 사회의 적폐 중의 적폐로 부각되었죠. 그래서 조국이 날아가더라도, 아니 조국이 날아가면 오히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는 더욱더 강렬해 질 겁니다. 청와대에서도 다음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보다 더 강경한 사람을 고르고 고르겠죠. 임기 내 한 번 더 남은 검찰총장 인사권을 활용해서 차후에 합법적 검찰 물갈이를 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조국이 날아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연말에 있을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투표 자체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요. 민주당(+손혜원, 문희상), 정의당, 민중당 합치면 138명이고, 평민당+대안정치연대+바미당+무소속 의원 중 호남에서 재선하고 싶은사람 합치면 과반인 149명 넘어가거든요. 이거 기명투표라서 반란표 나오기도 어렵고요.
그럼 이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면 총선에서 여당을 무너트리는 수 밖에 없어요(사실 이것도 애매한게 어쨌든 법안 자체는 총선 전에 통과되니까요) 의지는 강렬하지만 개혁을 지속할 능력은 없게 만드는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그럼 윤석열과 검찰에게 좋냐, 그리고 구현이 가능하기는 하냐는 거에요.
우선 윤석열 본인에게는 되게 애매합니다. 아시다싶이 윤석열은 친박세력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에요. 물론 그 죄가 이번 사태로 어느 정도 덜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한당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검찰 내 세력을 밀어내고 따로 윤석열을 계속 돌봐줄 사이는 아니죠.토사구팽하면 모를까.
게다가 그 총선승리의 주역이 될 자한당 대표는 황교안이에요. 그런데 황교안은 공안통이죠. 그리고 대대로 자한당 계열과 관계를 맺어온 라인도 공안부고요. 반면에 현재 검찰 지휘부는 특수부에요. 공안에게 내내 밀리다가 현 정권 덕분에 주류자리를 차지하게된 그 특수부요. 그래서 만약 다시 자한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면, 검찰 개혁이야 뭐 어영부영될 지 몰라도, 현재의 윤석렬을 정점으로 한 특수부 계파의 권력도 애매해져요. 예전의 넘버 투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는거죠.
더 문제는, 저런다고 총선에서 자한당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에요. 조국 날아가는게 여당에게 악재야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총선 판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는지는 또 논외거든요. 게다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라도 해서, 현 정권이 안정화 된다면 그때 검찰은 진짜 피똥싸는거죠. 다시말해 총선에서 자한당을 이기게 한다는 류의 전략은 리스크는 높고, 리턴은 애매한 전략인 셈이죠.
그래서 전 여전히 좀 찜찜해요. 뭐, 그냥 검찰의 발악이다, 라고 생각하면 쉽기는 한데, 그게 전부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어쨌거나 윤석열에게는 조국은 법무부장관, 자신은 검찰총장이 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꽤나 있었을텐데 말이죠.
2019.09.10 02:38
2019.09.10 02:55
2019.09.10 06:05
노리는 바가 있는지는 그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모르는거죠. 단지 그간 그 사람의 행보로 봤을때 좌고우면 않고 자기본분에 충실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정도. 검찰개혁에 대해 말이 많은데 어차피 검찰청법, 형소법은 개정될거에요. 그에따라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도 역사책속으로 들어가겠죠. 아울러 입법기관인 정치인을 견제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의 역할이 너무 과소 평가 되는 것도 생각해봐야죠. 불법,탈법,특권,반칙 이런 것들은 정치인의 전유물 아니던가요. 검찰을 형해화시킴으로써 얻는 공익과 정치인 견제기능을 유지함로써 얻는 공익을 비교형량해보면 답은 나와있는거에요.
2019.09.10 09:09
저도 그게 참 궁금했는데... 지금 윤석열 취임 후 처리 중인 큰 건이 이거 하나라서 판단이 좀 어렵네요.
검찰에서 수사 지휘권 발동해서 패스트트랙 건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가져갔다니 이 건 진행되는 폼을 보면 대략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대로 바로 다 소환 조사하고 정치적 고려 없이 법대로 팍팍 처리하면 "아... 그냥 손에 닿는 불법은 닥치는 대로 쳐내는 망나니 캐릭터구나..." 하고 납득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음...;
어차피 일을 이만큼 크게 벌여 놓고 있으니 개인적으론 망나니 캐릭터였으면 좋겠네요. 진영 안 가리고 자기네 조직 안위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단순 무식 살벌하게 자기 할 일 하는 사람이라면 불만 가질 필요도 없으니까요.
2019.09.10 10:00
한겨레 신문 성한용기자의 칼럼에 따르면 윤총장은 좌도 우도 아니고 그냥 검찰주의자라고 합니다.
2019.09.10 10:18
그 해석이 맞다면 구리네요. 아주 구린 듯요. ㅋㅋㅋㅋ
2019.09.10 11:47
2019.09.10 13:07
원래 그렇다고 하면 더 할 말이 없긴하죠. 윤석열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 검찰은 원래 그런 조직이다.
2019.09.10 14:15
아참. 윤씨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보수언론 사주들을 여럿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제2의 안철수 혹은 제2의 이인제가 윤석렬이 될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안철수나 안희정을 지지했던 얼빠진 인간들이 윤석렬 좋다고 침을 질질 흘리는걸 보면
아주 말도 안되는 소문은 아닌거 같아요.
2019.09.10 18:36
특별히 노리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씨는 걸리는 대상이 뭐든지 간에 그냥 끝까지 가는 성격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전 정권에 대해서도 지나치다 싶을만큼 들어갔던 분이라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것도 검찰총장이 된 것도 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고사하든, 정권에서도 (아무리 자기 맘에 드는 짓을 했더라도) 이 정도까지 진급을 하도록 하면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정권의 어쩔 수 없는 업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