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지 않겠냐던 손님

2011.06.07 05:35

Tutmirleid 조회 수:3748

외국으로 나가기 전 아침에는 회화학원 말하기 코스를 듣고 오후에는 카페 겸 호프에서 일을 했습니다.


위탁경영 형태로 운영되던 곳에서 가끔 순찰을 돌면 밥 차려 대접해야 했던 본사 상무와 전무, 실장도 있었던 거 같애요

자기중심적 융통성의(가'족'같은 경영. 월급 최대한 잘 쳐 줄 테니 바쁘면 좀 더 도와주고 가라. 한시간만, 두시간만..)점장

30대 중반의 매니저와 저. 

막내라 잡일이 많으니 서글프기도 했지만 배경음악을 맘대로 틀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거기서 전 캐셔와 서빙과 설거지와 찌개류와 면류 볶음밥 닭튀김류 무침 생과일 구이 안주 모든 걸 다 해보았네요. 어떻게 한 거지?-.-

청소하다가 바퀴벌레랑 쥐랑 쥐며느리 등등 온갖 것들도 나왔어요. 


외지다면 외지고 트여 있다면 트인 곳 (지금은 조경사업이 완공되고 나서 사람이 좀 많아졌네요)이라 

젊은 커플보다는 자전거 동호회나 가끔 야구 보고 오신 분들, 어르신들, 그리고 특히 불륜커플이 많았습니다. (알게 되더라고요)

단골이니 서비스 달라고 채근에 양이 적거나 다르다며 불평불만, 비싼 메뉴 리필이 안 된다고 불만이신 분들도 있었지만

애교있게 누구 닮았다고 많이 달라고(술을 많이 드셨군요. 그래도 서비스는 안 나갔습니다ㅋ)혹은  힘들겠다고 걱정해주시는 친절하신 분들도 많고 

진상 고갱님들께는 상냥하게 웃으며 그러나 속으로는 건성으로 (그래 취했으니 나에게 진상을 떨도록 하여라 한귀로 흘리련다)대했습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매니저 언니나 점장이 튀김 남겨놨다가 먹으라고 주면 다 거절할 수도 없고 살이 찌는 문제였어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한 남자손님이 두엇의 패거리를 끌고 자주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자칭 잘나가는 젊은 사업가들 그러나 젊은 나이는 결코 아니었어요.

그는 매니저에게 관심이 많았고, 비싼 메뉴를 자주 시켜 점장은 그를 아주 좋아했어요.

원래 종업원을 착석시키면 안 되는데 반 강제로 합석을 시켰습니다. 

저는 어리고 성격도 뚱하고(그분 한정) 기타등등으로 많이는 끼지 않았습니다. 혼자 바쁜척 일하는 척.

노골적으로 지분거리는 그를 저는 속으로 매우 싫어했는데 매니저 언니는 손님이니까 하고 서비스 마인드로 대했습니다.

그리고 술만 들어가면 언니에게 자꾸 결혼드립을. 생활기반이 약하고 단신이라 언니가 만만했을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형부 드립을 치면서 팁을 주려고 했을 때는 헥토파스칼 킥을 날리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업가이길래 이렇게 시간과 돈은 많고 할일이 없어 매일 찾아오나? 하고 있는데

언니가 나오지 않은 어느 날 왔다가 허탕을 치게 된 그는 일하느라 왔다갔다 하던 저를 부릅니다. 그래도 술을 안 마시진 않았네요


너 일본 가서 돈 벌어 볼 생각 없냐.

저 곧 복학하는데요.(거짓말)

요즘 대학생 등록금 벌기 힘들다는데 그것 때문에 알바하는거 아니냐 일본가면 돈 금방 많이 벌고 주절주절

가서 뭐해서 버는데요?

그러니까 이거랑 비슷하지. 서비스업이야. 서비스업인데 횡설수설 횡설수설. 가면 돈 많이 벌 수 있어. 내가 소개시키는 건 아니고 내 친구가...


저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그 대목에서 머리가 급 차가워져서,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를 피한 것 같습니다.


얼마 후에 일을 그만둘 때쯤 그것이 알고싶다 였나 

일본에 기존 성매매 종사자나 빚에 쪼들리는 여자들을 끌고가 사업을 벌이는 일당에 대한 프로가 나왔고, 저는 혹시나가 역시나 싶었습니다.

일하던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 기억 때문에 외국에 다녀와서도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사회 경험도 있고, 세상 물정 알 만큼 아는 점장은 어수룩한 나의 경계경보도 울리게 하는 저 사람이 

매상을 많이 올려 준다는 이유로 두 여종업원에게 접대를 시키고 싶었나. 정말 '가'족같군. 하고 말이에요


가끔 힘들면 그 손님과 그 가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특정 업종이나 가게 비하는 아니고요--;

그런데 조별과제의 김상철 A는 핵폭탄급 위력으로 과제를 초토화시켰고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잠 좀 자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7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61
109714 이러다가 우리나라 사람들 테러당하는거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 [14] 사과식초 2010.11.19 3748
109713 이동진의 '영화 풍경' 종료. [4] oasis 2010.11.04 3748
109712 포킹에게 아리따운 아가씨를 공물로 바칩니다. [5] 걍태공 2010.10.17 3748
109711 [바낭 짧은 글] 새벽의 카톡 [17] Ll 2013.03.18 3748
» 일본에 가지 않겠냐던 손님 [6] Tutmirleid 2011.06.07 3748
109709 언냐들의 컴백... [4] 회색분자 2010.06.23 3748
109708 씨네리 필진들의 영화 '명량' 별점,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12] 닥터슬럼프 2014.08.06 3747
109707 킥애스2 촬영 사진. [7] 자본주의의돼지 2012.09.20 3747
109706 참치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않다? [12] 전기양 2011.11.19 3747
109705 무한도전 우정촌 야오.. [5] catgotmy 2011.11.02 3747
109704 메피스토님은 제게 철수를 소개시켜주시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13] 13인의아해 2011.10.14 3747
109703 영화 줄거리에서 내가 본 최고의 반전은? (스포일러 대량 함유) [30] 곽재식 2010.10.21 3747
109702 친미와 친일 [72] catgotmy 2012.08.24 3747
109701 울산교육감 당선자 '학원비 인상' 발언에 반발 [11] 푸른새벽 2010.06.06 3747
109700 한국 대부분의 개 도축장, 타 가축류에 비해 훨씬 비위생적, 비도덕적으로 도축 / 개고기 반대론 [59] 프레데릭 2015.08.19 3746
109699 오늘 무릎팍 게스트가 초난강이군요. [11] 닥호 2013.02.07 3746
109698 [질문] 워드에서 박스에 갈매기 표시하는 방법 [4] 무비스타 2012.11.30 3746
109697 '우리도 사랑일까' 별로 공감이 안가네요 [6] 자두맛사탕 2012.10.07 3746
109696 여러 가지... [14] DJUNA 2012.07.18 3746
109695 친구와 돈문제로 얽혔어요. [22] 익명일래요 2011.11.02 3746
XE Login